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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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은 잘 알려져 있다.

많고 많은 고양이 캐릭터들 중에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셀렙도 있다.

고양이들이 한가롭게 활보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나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

<고양이 손님>이라는 책을 냈다면, 얼마나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을 묘사했을까?


"처음에는 조각구름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떠 있다가 바람에 아주 조금, 좌우로 날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같이 살랑이는 고양이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곳곳에 고양이의 특징적인 몸놀림, 가벼움, 독립적임, 존재감을 

아름다운 구절로 풀어놓는다.

특히, 고양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문장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간지럽힐 정도로 시적이고, 직관적이며 아름답다.


"겨울로 접어들었다. 서서히 치비는 살짝 열어둔 창문 틈새로,

마치 작은 물길이 거듭거듭 완만한 비탈을 적시고 뻗어나가듯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때 일종의 운명이라고 할 것까지 그 물길에 함께 따라와 있었다."p.23


"나한테 치비는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음 잘 통하는 친구야.

그러면서 관찰이야말로 감상에 빠지지 않는 사랑의 핵심이다, 라는

어느 사상가의 잠언을 가르쳐 주었다." p.54


같은 철학적인 문장도 이 소설의 매력에 깊이를 더한다.


고양이 손님이었던 치비가, 주인공 부부의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다

깔아둔 이불은 절대로 밟지 않게 돌아다녔던 치비가

어느날, 자고 있는 아내의 이불 위에 조용히 올라와 몸을 눕히는 순간을

담백하게 적은 문장을 읽다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살거나, 함께 살고픈 사람들에게는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며 그 생명체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할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며

특히나, 동양인들에겐 익숙한 새해, 칠석 같은 절기 때에 

치비의 행동을 일종의 상징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묘사도

매우 인상적이다.


어찌보면 매우 소소한 일상적인 일들을 담담하게 엮어내어

읽을 수록 그 의미와 감동이 달라지는 소설 <고양이 손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

손에 잡히거나 내 마음대로만 되진 않지만 따스함을 안겨주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 생각나는 존재들이 있을것 같다.


추운 겨울밤, 조용히 캔들을 켜놓고 읽기에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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