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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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썼던 말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

<차별의 언어>를 읽고 생각이 많아졌다.

책 표지에 있는 말들을 되뇌이며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쩌면 당신도 차별민감성이 떨어지는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여동생

단일민족

다문화가정

쌀국수


다른 단어들은 나름 이해가 되었지만, '쌀국수가 왜?'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궁금했던 그 페이지부터 읽게 된 <차별의 언어> 


요약하자면, 

스파게티를 스파게티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지만.

베트남의 포(책에서는 퍼, 영어로는 pho)를 포라고는 잘 하지 않는다.

는 것의 원인을 '이분법적인 시각과 편견이 음식 이름에도 투영된 듯'

하다는 것이 작가의 의견이고 이에 100% 동조하긴 어렵지만,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경계를 짓고 등급을 나눠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진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다못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까지 사는 곳에 따라 

'재미교포'와 '조선족'으로 구별하여 부르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낯이 뜨거워지기까지 한다.


'다른'것을 '틀린'것으로 받아들이고

'낯선'것은 '이방'의 것으로 여겨 배척하는 것이 

'우리'나라 라는 말부터 시작된다는 작가의 말을 곱씹다보면

단일민족의 신화에 휩싸여 '통일'되고 '전통'과 '규범적인' 것에 대해 

맹목적으로 좇으며, 그것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것을 철저히 배격해버리는

차별과 폭력을 늘상 목격해오고 있음을 또 깨닫게 된다.


국민000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성과 집단주의라는 양면성.

여교수, 여배우, 여류작가에 들어가 있는 '여성'에 대한 특이성 부과.

0서방과는 달리 00댁이라는 친근한(?) 호칭에서 지워지는 여성의 이름.

SKY, 인서울, 수도권, 지잡대(!)라는 낯부끄러운 언어에 배어있는 우월감.

강남과 강북, 브랜드/임대 아파트 및 사는 곳의 지칭에서 구별되는 계급의식.


내가 속해있는 곳이 '우리'가 되면서 울타리를 만들고

'우리'밖에 있는 사람은 '너희'로 배척하며 적대시하는 태도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언어에서 시작되고 굳어진다는 

작가의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생활 곳곳의 예시들은

한국인은 어떻게 서로를 구별짓고, 이방인을 만들어내고, 차별하는지에 대해

예민한 감각을 일깨우게 한다.


얼을 담아내는 것이 말이라고 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말들에 알게 모르게 담아왔던

차별과 편견, 폭력의 정서가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미 알게 된 이상, 무지의 단계에서 벗어난 이상

더이상 예전같지 않을 '언어'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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