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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도리, 인간됨을 묻다
한정주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9월
평점 :

인간같지도 않다.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
이런 말들이 꼭 함께 하는 각종 갑질, 패륜, 잔악무도한 사건들이
정녕 인간다움을 포기해서 일어나는 일들일까?
<문장의 온도>로 잘 알려진 한정주 작가가,
그가 무척 좋아하는 '이덕무'처럼 교양한자 에세이를 냈다.
한자 한 글자 한 글자에 담긴 뜻을 성찰하고, 현재 우리의 삶과 연결시키는
작가의 '성찰'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
한자에 담긴 뜻을 통해 '인간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의 도리란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하고
'나는 얼마나 인간답게 살고 있는가?'에 대해 성찰한 결과가
독자를 가르치며 훈계하는 방식이 아닌,
여전히 삶의 옳은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내가 속한 사회의 한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며 교감과 공감을 구한다.


60개의 한자를 네가지 큰 주제로 나누어
1부와 2부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인간답지 못함에 대해 얘기했다면
3부와 4부에서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주제의 이야기를 다뤘다.
저자는 무조건 옛것을 들이밀지 않는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언제나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한자 그 자체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도 책에 함께 있어
유연함이 무엇인지, 진리를 성찰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게 한다.

옛 성인들의 이야기라 고루하거나, 원리원칙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어줍지 않은 힐링책보다, 이 책을 읽으며 더 위안을 얻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매우 확실하게,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고 있지 않다고 꾸짖지 않고
원래 인간은 완전하지 않고, 사물 역시 완전하지 않으며
하늘도 오히려 완전하지 않다. 고 말한다.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내 자신에게도 떳떳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때로는 뜻하지 않게 비틀댈 수도 있고, 잘못된 길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을
못난 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자책하거나 미워하지 말기를 바라며
마음을 가장 건드렸고 공감했던 구절을 소개한다.
만물은 완전하지 못한 채로 세상에 나오기 때문에
불완전과 불완벽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중략)
따라서 '완전과 완벽'의 기준과 목표를 설정해놓고
결코 완전하고 완벽할 수 없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실현불가능한 것을 실현하려고 발버둥치는 어리석은 짓에 불과합니다.
...(중략)
불완전하고 불완벽한 자신조차도 긍정하면서
'자기답게 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삶이라고 하겠습니다.
p. 1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