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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슬퍼할 권리 -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상실의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
패트릭 오말리 외 지음, 정미우 옮김 / 시그마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노을이 물드는 하늘처럼 아련한 책표지가 눈길을 잡아챈다.
제목은 <제대로 슬퍼할 권리>.
아, 저건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눈물이구나......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의 슬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저자인 패트릭 오말리는 첫 아들을 생후 9개월 만에 잃었다.
사랑하는 부모님도 떠나보냈다.
그때마다 '심리치료사'인 자신의 직업을 활용해, 단계를 밟아 슬픔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슬픔의 5단계'가 출발점이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죽음과 죽어감>에서 소개한 슬픔의 5단계는 다음과 같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1. 부정 -> 2. 분노/노여움/시기심 -> 3. 타협/협상 -> 4. 상실감/우울 -> 5. 수용
의 고군분투를 통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단계'가 정말 맞는 걸까?
사람들은 슬픔과 고통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같은 주변의 위로섞인 격려로 절망감과 외로움도 느끼며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을 품고 괴로워하다
마침내 그러한 자신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서둘러 닫게 된다.
자기자신에게서조차 제대로 이해받지 않은 이런 '감정'은 언젠간 곪아 터지게 마련이다.
그가 내담자와의 상담을 통해 발견하고 직접 경험하고, 아프게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
슬픔은 끝나지 않는다.
절망적인가?
슬픔은 종결되지 않는다.
고통스러운가?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슬픔은 없애거나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이나 마음의 '잘못된' 상태가 아니라
애도와 위안, 기억과 추억을 모두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감정이다.
왜냐고?
'얼마나 오래 슬퍼하게 될까요?' 라는 내담자의 질문에
'얼마나 많이 사랑했나요?' 라고 되묻는 작가의 말에 답이 있다.

책을 읽다가, 삶에서 겪은 '상실' 들이 생각나서 꽤 눈물이 났다.
그럴 땐, 작가가 말해주는 것처럼 책을 덮고 조용히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했다.
말을 하기도 했고, 글을 쓰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감정을 누르거나, '내가 왜 이러지?' 같은 말로 부정하지 않고
이 감정과 함께 내가 편안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큰 슬픔을 겪은/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어라 해줄 말이 없다.
그저 '어쩌니. 어떻게 하니' '정말 안됐어요' 같은 울음만 같이 울어줄 뿐이다.
슬픔을 가늠할 수 없어 함께 울어주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 사랑하는 존재에 대해 같이 기억해주는 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사랑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만큼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인 '슬픔'
그 슬픔과 잘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책 <제대로 슬퍼할 권리>
슬픔이 두려워 사랑을 멈추지 말고,
슬픔에 짓눌려 희망을 못보는 일 없이
올바른 길에 서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