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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내어 좋은 일투성이
설레다(최민정)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익숙한 노란토끼 설토와 작가의 이름.
약간 낯뜨거운 소개지만, 팩트인 '무명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설레다님의 10년 작업 노트가 묶여 책으로 나왔다.
'헉' 소리가 날 정도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글과 그림들을
인터넷에 올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소통하고픈 용기를 내게 한 작가의
10년 작업노트는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책의 대화는 따옴표대신 색으로 구분되고 있다.
작가의 말은 적색으로, 타인이 작가에게 건넨 말은 녹색으로 표기했다.
잠깐 멈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곱씹는 적색일까?
나에게 다가와도 좋다, 나와 마음을 나눠도 좋다는 '그린라이트'인가?
엉뚱한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의 인정도 받고, 인터넷 세상뿐 아니라
손으로 만져지는 책까지 낸 '성공한 작가'라고 생각한 설레다 최민정님도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그림과 글 사이를 오고가다
아무래도 잠시 멈춰 마음을 들여다보고, 답답한 감정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글쓰기로 풀어낸다는 담담하고 담백한 고백같은 프롤로그가
마음 속으로 성큼 들어왔다.
물론 책의 거의 모든 꼭지에는 반가운 설토를 만날 수 있다.
쓱-쓱 그린 것 같은 설토의 매우매우 다양한 표정들을 보는 즐거움과

글자로 꾹꾹 눌러쓴 작가의 지난 시간에 대한 느낌을 보게 되는 책이라
글밥이 많지 않고, 어렵지 않은 내용인데도 끝 페이지를 덮는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다들, 남보기에 별 어려움없이 혹은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원하는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혹은 그렇게 포장을 해도
어느새 자기의 마음과 마주하며 소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의 순간을 맞이하나보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었을 때 변한 것 같은 '나 자신'에게 느낀 당혹감이나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생활'이라는 세상에 중심잡으려고 애쓰는 것 같이
각자에게 각자의 몫만큼 희노애락이 레인보우샤베트처럼 뒤섞여 있는 우주를,
책에서도 만나게 된 익숙한 반가움과 말안해도 통하는 애잔함 ^^

그래서 작가의 '힘 내' 소리가 공허하지 않고, 에피소드들이 남 일 같지 않다.
나와 조금씩 다른 색을 지닌 사람들에게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진하게 물든다.

설명하자면 너무 길고,
글로 쓸 수 있다 해도
마음까지 다 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p. 278
밥의 무게만큼, 돈이 좋은만큼 ^^
마음을 다해 대충 살자. 포기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