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의 문학평론가이자 수필가, 

미타문학 편집장과 요미우리신문 독서위원으로 활동한 와카마쓰 에이스케가 

아내를 잃은 뒤, 어느새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감정인 '슬픔'에 대해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에게 보내는 11통의 편지글의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각자에게 나름의 역사와 사정이 있는만큼 누구에게도 똑같은 슬픔은 존재할 수 없는

슬픔의 '다양하고 오묘한 면모' 뿐 아니라

쉽게 치유될 수 없는 가혹한 슬픔의 시간을 홀로 꿋꿋이 견뎌내고야 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애정과 감탄, 존경의 마음까지 담겨있다.


특히나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든, 갑작스러운 일이든, 후회가 있든 없든

다른 사람이 결코 대신하거나 없애줄 수 없는 감정인지라

11통의 편지글을 읽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누구에게나 결이 다르지만, 누구라도 겪을 수 밖에 없는 생사를 가르는 이별에의 슬픔.

'슬픔도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라는 글귀는

그래서 비장하지 않고 담담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이 기약없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송이들을

바닥에 쌓이지 않도록 애써 치우려고 기를 써봐도

눈은 내릴만큼 내려야 멈추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눈은 상처와 과거를 덮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눈이 오기 전과 오고 난 다음의 세상은

비록 눈이 다 녹아버려 비슷해보인다고 해도

그 추위를 견뎌낸 만큼 다르게 보이고,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고개를 떨구고 내리는 눈을 맞고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비로소 보이게 되고 

나의 슬픔에 매몰되었던 마음이 연민으로 공감으로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편지를 쓰는 작가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었다.

힘든 일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불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가실 것 같지만

문득문득 심장발작처럼 어쩔 수 없이 격하게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래도. 고통과 절망 속에서만 빠져지낼 수는 없다.

삶의 아이러니이지만 '산 사람은 살'게 되어 있다.


삶과 죽음으로 나뉘어버린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혹은 고통으로 괴로워 하고 있는 '삶'의 영역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로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의지와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이

"그러니 부디 편지를 쓰세요"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삶과 죽음은 정말,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책을 읽으며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어색한 손편지와 단촐한 문자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고 있든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그대가 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이래서 슬픔에도,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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