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지금 여기의 사회학 이야기
요시이 히로아키 지음, 정문주 옮김 / 오아시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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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 '~해야한다' '~라면 모름지기' '객관적으로 볼 때'에 담긴 

정치성과 지배적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왔다.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오사카에서 출생하고 도쿄 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한

요시이 히로아키가 지은 책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는

그런 점에 있어 매우 흥미롭다.


작가의 전공은 차별사회학, 민속방법론, 영화사회학, 피폭문제사회학이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처럼 골이 깊은 일본의 관서vs관동 지방에서

태어나고 공부한 그가 삶에서 건져올린 차별과, 배제, 억압의 이야기가

구체적인 사례와 더불어 소개된다.


사회학 강사답게 책의 첫머리인 1장은

사회학의 용어와 사회를 바라보는 여섯가지 관점을 설명하는데 할애한다.

독자가 책을 읽어나가기 전에

기본 관점인 행위와, 사람과의 관계성, 사회의 질서와 도덕에 대한 생각,

사회적 '나'와 '나'를 구별하는 자아성에 대한 고찰, 

'당연'의 비정상을 찾아내는 '일상생활 세계'을 거쳐 

우리는 모두 '사회학자'라는 공통의 출발점을 잡아주는 섬세함이라니!



사례와 더불어 사회학의 이론과 학자의 주장이나, 관련 도서도 

이해하기 쉽게 군데군데 제시되어, 읽다가 흥미가 생기면 

독자 스스로 더 탐구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기분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회제도나 문화에 비슷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더욱 현실감과 공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


같은 시대와 사회를 살면서, 정말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이와 노인, 여자와 남자, 지방민과 도시인의 삶을 지배하는 정치성을

언어로 체화하는 순간순간들을 만나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다, 미처 내가 누리고 있어 몰랐던 '편리함'의 콩깍지를 벗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타인과의 거리/시간/속도가 예전의 그것과 달라진 현재라던지

용어에서부터 이미 '다름'의 폭력을 휘두르는 너무 익숙한 네이밍들.

공정과 평등을 이야기하고 상식과 발전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지워지고, 밋밋해지며, '상징화'되어 오히려 구별해버리기 쉽게 되는 

사람과 환경과 제도와 정치와 관념들을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되면

지금껏 살았던 내 생활이 조금 낯설게 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얘기하는 '현대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에 등장한

재일한국인들의 얘기에선 의외성을 느꼈다.


사실 일본정부의 끊임없는 폭력적인 망언과 과거를 부정하는 태도,

그리고 정책적으로 국민들을 과거로부터 분리시키는 집요함으로 인해

'일본' 자체에 대한 긍정성과 희망은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가 일본의 차별과 억압, 배제, 정의롭지 못함, 따돌림 

존재를 지우려는 시도, 부당함의 모든 면모를 재일한국인에게 가해지는

Hate Speech에서 찾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얘기할 때

일본 지식인 집단이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수월성과 효율성, 편리함과 익숙함의 덫에서 나와

국내, 국제적으로 이런 빚을 지고 있는 대상이 있음에 대해 직시하고

진짜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그 결과를 지켜내기 위해 

비판하는 힘과 실천하는 노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의지'를 가지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것.

다양성, 중립이 가질 수 있는 차별과 폭력성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것.

관성을 깨는 수고로움과 불편함, 지난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꾸어 본 우리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뜨거운 무기라는 것을 '새로고침' 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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