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이진송 지음, 윤의진 그림 / 프런티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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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표지와 제목을 읽으며 살짝 인지부조화를 느낀다.
제목을 보면 페미니즘에 관한 책 같은데, 여리여리분홍분홍한 표지는 
코르셋 아닌가? 싶어서.


그리고, 이 책의 작가 이진송님이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분홍색이든 파란색이든, 젊든 나이가 들었든, 
아니든, 모성성이 있든 없든
'00라서 ~해야 한다'라는 제도와 관념의 틀에 
여자나 남자 모두 얽매여 
하나뿐인 인생을 노예처럼 살지 말자는 것.
각자 인생, 하고 싶은 대로 살자는 것.


여자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것만큼
여자가 분홍색을 좋아하는 것이 여자여자해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그냥 '분홍색'이라는 사실에 당위와 의무, 관념을 부여하다보면 
그 자체로 속박과 억압을 벗어나야 한다는 

또다른 '코르셋'이 만들어진다는
일종의 작용-반작용 법칙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 맴돌았다.


세계가 매일매일 다변화되고
새롭고 오래된 것이 공존하며
서로 조금씩 물들여 가고 있는 이때 '혐오'라는 감정 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누군가의 형편이나 대우가 조금 더 나아지는 것, 공정해지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한 줌의 편안함과 한 뼘의 발판을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받아들이기 쉽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그래서 불평등과 불공정의 본질을 
여자 vs 남자 구도로 일축해버리는 시도가
꽤 먹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자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망라하며
우리에게 노골적으로 강요되는 '00다움'의 거미줄이 
촘촘하게 사회 전반에 걸쳐있음을, 
그래서 한번이라도 그 거미줄 근처를 지나간 사람들에겐 
끈적끈적한 불쾌함과 떼어내도 어딘가 남아있는 것 같은 찜찜함을 
꼬옥~ 붙여준다는 것을 설파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 거미줄에 대한 자각과 의식화가 
'페미니즘운동'에서만 끝나지 않는다고 느꼈다.
읽다보면 여자를 남자, 한국인, 제3세계, 난민,
비정규직, 소수자, 어린이, 지역, 시민으로 
바꾸어 보았을 때 딱히 어색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집단에 강제되는 억압과 차별은
쉽게 다른 집단으로 옮겨가게 마련이므로.

우리는 너무나, 스스로의 목을 쉽게 내어놓는다.
목줄이 주는 '안정성'과 '지도력'에 나의 자유를 포기하고 
어느새 서로의 목줄의 불편함을 자랑하는 지경에 이른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할까?


쉽고 재밌게 읽히는 책이지만
생각을 곱씹다보면 결코 쉬운 책은 아닌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도대체 페미니즘이 무엇이길래 이 난리들' 이냐는 지인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마음에 정말 와 닿았던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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