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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최호영 옮김 / 생각연구소 / 2017년 9월
평점 :
You aren't at the mercy of your emotions -- your brain creates them << 너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 너의 뇌가 감정을 만드는거야. >>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하고 고차원적이라는 믿음은 '사람은 이성적이며 본능에 휘둘리지만은 않는다' 라는 점에 근거한다. 과연 우리는 실생활에서 감정에 좌지우지 하지 않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반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나 울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표정, 말투, 몸짓 등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어내기도 한다.
감정은 직관적이다. 내가 내 감정을 생각할 때도 그렇고, 남의 감정을 볼 때도 그렇다.
또한 감정은 본능적으로 외부의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반사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작가의 주장은 다르다.
감정은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감정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당신의 신체 특성,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달하는 유연한 뇌,
이 환경에 해당하는 당신의 문화와 양육 조건의 조합을 통해 출현한다.
감정은 실재하지만, 분자나 뉴런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객관적 의미에서 실재하지는 않다. 오히려 감정은 화폐가 실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실재한다.
다시 말해 감정은 착각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의 합의의 산물이다.
22p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고전적인 감정 이론에 따르면 '뇌에는 감정회로가 built-in 되어 있어 외부 인풋에 따라 지문과 같은 신체변화를 일으킨다' 라고 한다. 반면 구성된 감정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 이라 부르는 저자의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뇌의 반응이 아니고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 예측하는 것이다.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감정마다 일관되고 특수한 신체지문은 없다는 것이다. 즉 경우에 따라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한 사람 안에서도 동일한 감정 범주가 상이한 신체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게 사실이다. 또한 어느 뇌 영역에도 감정에 대한 지문은 없다는 것이다.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우리는 감정을 인식 또는 확인하지 않는다.
감정은 우리가 만들어낸다. 우리는 여러 체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통해
필요할 때마다 즉석에서 우리의 자신의 감정 경험을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한다.
인간은 고도로 진화한 뇌의 동물적인 부분에 깊숙히 파묻혀 있는
가공의 감정 회로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의 설계자다.
97p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후 책에서는 감정 구성론을 뒷받침 하기 위한 여러가지 개념과 설명들이 나온다. 내수용(interoception), 정동(Affect), 신체예산, 범주화, 개념조합, 개념의 다단계 과정, 통제신경망 등등... 무슨 이야기인지는 어렴풋이 와닿기는 하나 딱 떨어지듯 이해되진 않는다.
아무래도 뇌과학이나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는
기술과학처럼 어떤 공식이나 법칙에 따라 무결성이 증명되는게 아니라
좀 더 유의미한 가설과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확보하며 주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 것 같다.
만약 당신에게 '꽃'의 개념이 없는데, 누가 당신에게 장미를 보여준다면,
당신은 식물을 경험할 뿐이며 꽃을 경험하지는 않을 것이다...
범주화에 사용할 개념이 없으면 감정도 없으며 오직 감각 신호패턴만이 있을뿐
271p -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렇다면 감정과 뇌 사이에는 생물학적 의존성의 전혀 없다는 이야기일까?
예를 들어 나이가 들어갈 수록 감정 반응이 느리거나 무뎌지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은 노인들의 경험적인 현상인가, 노화현상인가?
감정구성론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중 하나는
신체반응과 실제 감정간에 연관성이 없다는 것인데,
그 근거가 되는 실험이 단순히 전후 맥락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없는 상태에서
표정별 근육이완도만을 가지고 실시한 것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저자는 구글, 페이스북등 테크기업들이 인간의 표정을 읽고 감정상태를 분석하는 활동이
고전적 감정론에 기반한 것이라 우려를 했는데,
이미 왠만한 개인의 각종 SNS 활동내역 및 Health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이라
고객의 경험과 패턴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실제 본인보다 정확하게 감정을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긍정의 힘을 주장하는 자기계발서와 감정구성론은 어쩌다보니 궤를 같이 하게 되는 것일까?
어찌됐든 내 감정의 주인은 나 자신이고,내가 경험하고 것들을 토대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십분 동의한다.
최소한 어려운 책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읽고 나니
책에 대한 감정이 처음대비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