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라진 한국, 일본다루기
김현구 지음 / 이상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국가로써 일본을 떠올리면 복잡 미묘하다.
가까이는 식민지에서 멀리는 삼국시대부터 한반도를 괴롭힌 왜구까지.
결과적으로는 한반도 근대화에 도움을 준 나라임을 부정할수는 없지만
식민지 강점 시기를 떠올리자면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기억이다.
이런 생채기는 최근의 위안부합의 파기와, 징용문제 판결에 이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이런 시국일 수록 일본을 더 자세히, 정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백제는 일본의 기원인가" 를 계기로 김현구 작가를 접했는데
이 책은 역사서는 아니여서 그런지 김현구 작가의 개인적인 일본관, 국제관계관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국제 관계는 지극히 냉정하기 때문에
무조건 현실에 기초해야하고 도덕이나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걸 넘어 멍청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사적인 관계, 소규모 공동체에서나 기대할 만한 잣대를 국제관계에서 들이댄다는 건
말그대로 실질적인 대책없이 소망회로만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수록 여러 역사적 현상이나 환경에 대해 저자가 갖는 인식과 갭을 다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경험상 읽을 때 무언가 불편함을 주는 책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기존의 내 인식과 가치관에 자극을 주고
잘못된 점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에
나중에 재독을 해보거나 추가로 관련 책과 자료를 읽어보며 좀 더 고민해볼 예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든 내용과 느낌을 적어봤다.
-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이 한국과 1965년 한일협정을 맺은 것도 그 일환이다. 일본은 한국 경제구조를 자국에 유리한 대로 만들었다.
=> 산업화를 위해 경협자금을 들여오고 제철, 전자, 조선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들여왔다. 시작부터 우리 힘으로 개발한 기술들이 아닌데, 원 기술보유국과 산업에 종속될 수 있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사실 아닐까. 기술도 기초에서부터 응용까지 여러 레이어가 있는데, 가족도 친구도 아닌 이상 모든 관련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를 등을 다 내놓으라고 할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자국에 유리하도록 의도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지나친 주장이 아닐까.
- 아베정권은 일본 주도 세력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미일 3국의 반공 연대를 반중연대로 전환히기를 꺼리는 한국의 기를 꺾어 놓기 위해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일본은 한국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려는게 아니다. 아베 정권의 경제 보복 목적은 한국 길들이기다.
=> 문제의 발단은 어디서부터 시작됐다고 봐야할까? 최근 한국은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고, 강제징용 판결에 따라 한국내 일본기업 재산을 강제환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 입장은 국가간 맺은 합의와 협정을 뒤집는 한국의 결정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한국은 여전히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후속조치가 부족하다는 입장. 확실한 것은 계속 과거로 과거로 초점을 물릴 수록 문제해결은 요원하다.
-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사과 한마디 없이 비합리적으로 맺은 1965년 한일협정, 그리고 2015년 위안부 합의의 배후에는 한반도와 일본의 반공세력을 하나로 묶으려는 미국이 존재한다.
=>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배 국가중 피지배국에 사과 한 나라가 있었나? 도덕적으로 당연히 잘못된 일이지만, 힘이 없으면 굴복당하고 험한 꼴을 당할 수 밖에 없는건 국가 간의 현실 관계다.
그리고 반공세력을 하나로 묶는다는 관점은 20세기적이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자유세계와 그 반대 국가의 파워게임으로 보는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 일본은 이미 1997년 IMF 외환위기의 원인을 제공한데 이어 이번 경제 보복으로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총칼만 사용하지 않을 뿐이다.
=> 김영삼정권 시절, 대기업과 금융계의 무리한 외환차입경영과 고정환율제 유지로 인해 취약해진 경제 탓이 근본원인이지 이미 위기감이 커져서 본인들 돈을 빼간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과연 비난할 일일까?
- 역사적으로 미국은 한국을 두 번 배신했다. 1882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 열강이 조선을 부당하게 억압할 때 돕겠다고 해 놓고 일본이 을사조약을 강요할 때 외면했다. 또 한번은 1905년 7월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를 맞바꾼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고 1910년 한일합병 조약 때 방조했다.
=> 나라의 독립과 안위는 스스로 챙기는 것이다. 각국은 각자 이익을 위해 움직였을뿐. 누굴 탓하리오.
그렇다면 반세기 후 한반도를 공산화 전쟁에서 구해준 미국에 대해선 뭐라고 설명할지?
- 일본이 한국에게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다.... 1965년 한일협정은 아시아의 공산화를 저지하려던 미국이 한반도의 반공세력과 일본의 반공 세력을 결합시킨 협정이다. 한국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다가 본격적으로 근대화를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한국에 기술과 자본을 제공하는 데 앞장 섰던 일본 정치인들을 친한파라고 불렀다.
=> 각 시대는 모두 당시 한계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냉전시대의 최우선 이슈는 공산화 저지일 수 밖에 없다. 협정을 통해 산업화를 이루는 것보다 식민지배 원흉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며 협정을 파기하는게 더 중요했을까? 그랬다면 우리의 현재는 과연 어땠을까?
- 당을 끌여들여 한반도를 통일한 다음 당이 한반도를 직접 지배하려 하자 이번에는 적대 관계인 일본과 다시손잡고 당을 한반도에서 몰아냈다. 김춘추는 중국과 일본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3국 연합 체제를 만들어 한반도를 통일했다. 중국과 일본의 패권 경쟁이 벌어지는 동아시아는 이제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김춘추야 말로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도할 한국의 가장 필요한 지도자상이 아닐까?
=> 현대와는 다소 동떨어진 소망적 바램으로 느껴진다. 당시 김춘추의 목적은 가장 위협적인 당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는 것이었다. 공동체도 좋지만 공동체가 되려면 서로 공유하는 목표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의 경제수준과 정치사회체제를 유지하려면 서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따라야 하는데
특히 중국이 한국, 일본과 어떤 가치와 체제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까?
#외교 #달라진한국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