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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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향'을 가슴 깊숙히 품고 산다. 그곳이 실존하지 않고 마음으로 짓고 허무는 신기루이든, 언젠가는 가서 살고싶은 지도상의 한 점이든, 어깨 위 삶의 무게가 고달프고 무겁게 느껴질 때면 우리는 이상향을 떠올리며 잠깐의 안도와 휴식을 맛본다.

 

 북유럽은 내게 있어 이상향이다. 북유럽은 늘 왠지 지도 위에 모습은 그려져 있지만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나라 같은 느낌을 풍기는 지역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어린시절 처음 접한 북유럽의 이미지가 인어공주를 쓴 안데르센,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사슴이 사는 곳이라는 동화적인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특이한 형태의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바이킹, 반지의 제왕으로 이어지는 북유럽의 신화 등 모두 현실적이기 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여행하는 몽환의 영토였다.

 

 결정적으로 북유럽이 이상향으로 고정되어버린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고서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과거의 매듭을 풀기위해 친구를 찾아간 곳 핀란드. 끝없이 눈이 내리는 삼나무 숲에 둘러싸인 호수가 있고, 물결이 뱃전에 찰랑대는 소리를 들으며 벽난로가 있는 거실에 앉아있노라면, 순간이 영원 같고 영원이 순간일 것 같은 느낌. 그곳에 앉아 지나온 생을 다 내려놓고 담담하게 삶의 비의를 깨달을 수도 있으리라는 동경.

 

 그런 북유럽이 얼마 전부터 실생활에서 가깝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북유럽풍의 인테리어라는 말이 인터넷에서 넘쳐났으며 북유럽의 작가들이 미스터리나 스릴러물로 우리를 매혹시키고 있다. 이러한 때에 그저 이상향으로 존재하던 북유럽을 현실 속의 세계로 인간들이 생활하는 삶의 터전으로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 바로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이다.

 

 트렌드 및 마케팅 컨설팅 회사의 대표로 최근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북유럽, 이케아, 창조 경제론을 주제로 많은 강의를 한 저자가 북유럽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은 관심도에 호응하여 북유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펴낸 책이다.

 

 북유럽 5개 국가에 대한 소개일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달리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지역으로 나누어 국가 간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소개하는 형식이 신선하고 좋았다. 여기에 50개의 키워드를 등장시켜 다양하고 입체적인 시각에서 북유럽을 바라볼 수 있도록 틀을 짜놓았다.

 

 북유럽하면 떠오르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언어와 인종, 역사 속에서 약탈자의 이미지로 굳어진 바이킹들의 진면목,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가 된 북유럽 신화 등으로 역사를 이야기 한다.

 정부와 국민들의 공감대와 신뢰도가 잘 형성되어 세금을 많이 내도 그것이 복지수준으로 되돌아 오고 높은 남녀평등 의식을 가진 사회수준을 이야기 한다.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 안데르센, 팝 음악의 역사에 길이 남을 록그룹 아바, 절규의 화가 뭉크, <인형의 집>으로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입센, <죽음에 이르는 법>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 그리고 스릴러물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풍부한 문화유산을 소개한다.

 인지도 높은 레고, H&M, 이케아, 볼보, 로얄 코펜하겐, 일렉트로룩스들이 말해주듯이 북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은 세계적이다.

 바이킹 전성기의 역사와 젊은이의 문화 축제로 유명한 덴마크의 로스킬데, 미국 속의 덴마크 솔뱅, 산타클로스 마을로 유명한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등 독특한 매력을 지닌 지역들을 소개한다.

 

 50개의 키워드를 아주 재미있고 쉽게 읽다보면 저 멀리 이상향으로 존재하던 북유럽이 나도 모르게 실생활 곳곳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이미 주위에 스며들어와 있었으나 실체를 알지 못했던 지구상의 매력덩어리, 북유럽.

 

 형형색색 다채로운 북유럽의 얼굴과 숨결과 향기를 만지고 느끼고 맡을 수 있어 즐거웠던 시간

 

 이제 북유럽은 환상 속의 이상향이 아니다

 

 높은 정치, 경제, 문화수준을 자랑하며 살아 꿈틀대는 인간들의 삶의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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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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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일처럼 살기' 서른 즈음 처음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만난 후 잠깐 꾸어보았다가 흔적없이 스러져간 한바탕 봄꿈이다.

 

 '동사무소의 하급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9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 장정일이 꾸었던 어린시절의 꿈이었다. 거기다 그처럼 독서일기를 쓰는 행위를 한 가지 더 얹어본 것이 한창 때 가져 본 꿈이라면 세상물정에 어두운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일이었을까.

 

 글자를 익히면서부터 그저 책을 읽었다. 70년 대에 아동도서가 제대로 있었으랴 마는 부모님이 사주신 계몽사 판 세계명작전집과 위인전집을 읽고 읽고 또 읽었다. 그 책들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미 부모님 책장의 한국문학전집과 일본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들은 얼핏 엿본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불온한 상상력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학교 도서실에서 톨스토이와 헤밍웨이와 제인 오스틴의 책들을 만났다. 그 책들은 앞으로 살아야할 삶의 자리매김에 대한 지표였다. 대학시절에는 시를 만났다. 황지우, 이성복, 김지하, 기형도의 시들은 뒤틀린 열등감과 자아로 괴로워하던 자신을 지탱시켜주는 자존감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끔씩 읽고 사들이는 책은 희미해져 가는 옛사랑의 추억이었고, 한 잔의 차가 주는 따끈한 위로였다. 

 

 이처럼 나름 책과 하는 시간들을 뚜벅뚜벅 지나왔지만 그 발자국을 기록해볼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장석주의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나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독서가 책을 고르고 읽는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뼈와 살로 체화시켜 그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까지를 아우르는 말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태생적인 게으름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그저 띄엄띄엄 눈으로 책을 읽어내는 세월을 사는 동안에도 장정일은 무려 일곱 권의 <독서일기>를 펴내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이란 새로운 제목의 독서일기를 펴내기 시작했다. 기존의 독서일기가 일상의 이야기를 포함한 전형적인 일기형식의 글이었다면 이 책은 책읽기의 방법이나 주제 등 독서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년 여 전쯤부터 난생처음 책을 읽은 후의 마음과 정신의 궤적을 서평이란 글로 남기기 시작하면서 타인들의 독서와 관련된 글쓰기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3>은 오랜만에 만나 서로의 변한 모습에 처음엔 잠깐 낯설지만, 곧 과거의 회상 속에서 안도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고향친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개인적 독서에서 사회적 독서로 독서영역을 확장시킨 장정일이 우리 한국사회가 지닌 고민들을 독서를 통하여 통찰한 결과를 엮은 시대의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삼 년간 읽은 책의 서평을 날짜별로 배치하였다. 특이한 점은 서두에 그 날짜의 발췌된 신문기사를 실어, 왜 그 시점에 그 책을 읽었는지와 한국사회의 시사적인 사건과 자신의 서평이 어떻게 조우하고 대응하고 비판하고 공감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두꺼운 두께나 작고 빽빽한 글씨체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사유와 담론의 묵직한 무게감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서평들

폭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 '폭력이란 무엇인가'

북한의 정치실상을 다룬 '왜 북한은 극우의 나라인가''김정은 체제'

한반도 주변 국가의 정세를 설명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용과 춤을 추자'

오적의 시인 김지하의 '흰 그늘의 길'에 대한 서평들은 정치분야의 책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내게 독서 또한 현실과 유리될 수 없는 행위임을 자각시켜 주었다. 그러나 워낙 다독을 하며 많은 서평을 쏟아내다 보니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고 격차가 큰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장정일이 엄청난 다독가이며 애서가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다. 정치, 경제, 문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는, 무소의 뿔처럼 걸림 없고 거침없이 행한 그만의 독서영역은, 끝없는 광야에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들처럼 잡고싶으나 가 닿을 수 없는 존재같이 느껴질 정도이다.

 

 비록 그 별이 될 수는 없지만 각각 자신만의 독서의 영토를 가꾸고 열매를 수확하고 저장하는 기록의 창고를 지어가는 것

 

 독서를 사랑한다면 누구든 용기내어 도전해보라고 이 책은 등을 떼민다

 

 기꺼이 마음의 원고지에 적힌 글들을 종이 위에 옮겨 적어보자

 

 나만의 독서일기 첫 장이 탄생되는 경이로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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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2
양용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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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에 어슴프레 비쳐드는 햇살로부터 고층빌딩의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기까지 유구한 인간의 역사는 건축물의 발달과 함께 해온 멋진 행보였다. 건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의식주 중의 하나로 처음에는 외부의 적과 추위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주거 공간을 짓는 건축이란 행위와 그 결과물인 건축물에는 너무나 다채로운 의미들이 담기고 깃들기 시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건축의 문외한인 사람들도 대부분 그 명성을 잘 알고 있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유명한 건축물. 거장 가우디가 1883년부터 인생을 걸고 몰두하였으나 1926년 사망할 때까지 지하성당과 정면의 '탄생' 장식만을 완성했을 뿐 공백기를 거쳐 현재도 건축을 계속하고 있다. 기존 성당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린 채 기하학적인 조형물로 이루어진 성당의 사진을 보고있노라면, 단순히 위대한 건축물의 의미를 넘어선 예술성과 조금이라도 신에게 가까이 가 닿고자 하는 인간들의 간절한 염원이 엿보여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리고 인간의 손길 위에 포개어진 신의 눈길이 느껴진다. 이 성당은 인간과 신 사이의 아름다운 가교이다.

 

 비단 이처럼 유명한 건축물이 아닐지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축물들은 제각기 고유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숨쉬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건축이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건축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건축을 풀어보려고 한다. 건축은 단순히 땅위에 건물을 짓는 행위를 넘어선 많은 요소들이 개입된 복합적인 구조물이다. 구조와 물리 설계 등의 공학, 과학적인 기술, 사회적 성향, 경제성 그리고 그 시대의 철학과 예술 및 문화까지 아우르는 종합예술이 바로 건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학문 간의 장벽을 없애고 소통과 융합을 통해 통섭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학문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제 1장 '인간을 위한 건축, 융합으로 아우르는 종합 학문'에서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건축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서로 간의 소통과 종합적인 이해에서 시작됨을 보여주었다. 

 제 2장 '건축에 반영된 미술사, 미술사에 반영된 건축'에서는 미술과 건축이 서로 간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제 3장 '도시를 창조한 건축, 사회를 이해하는 척도'에서는 산업사회에서의 건축물의 역할과 건축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역설했다. 

 제 4장 '과학에 바탕을 둔 건축, 미래를 준비하는 첨단 과학'에서는 IT의 발달로 스마트 건축이 탄생했지만 건축의 의미는 인간을 담는 공간임을 강조한다. 

 제 5장 '철학, 미학, 심리학적 질문으로 완성되는 건축'에서는 이들 학문들이 건축의 근간이 되는 정신적인 영역으로 건축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마지막 제 6장 '문화 전달자로서의 건축, 건축의 상징을 녹여내는 영화'에서는 영화를 통해 건축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시리즈 2권으로 나온 책이고 표지 또한 너무 상큼하고 예뻐 선택을 했지만 건축의 기역자도 모르기에 걱정과 부담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산뜻한 표지만큼 깔끔한 미황색의 고급용지 위에 곁들여진 수많은 사진과 도표와 전문용어의 해설들은, 일반인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친절한 보조자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각 장의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Tip을 통하여 건축가와 건축물, 건축용어 등에 대한 재미있으면서도 해박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단순하고 쉬운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의도한 대로 건축학도들 뿐만 아니라 건축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충분히 다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 내면의 종합적인 산물이 인문학이라면 그것을 담고 표현해내는 외형적인 그릇이 건축물임을 깨닫는다. 이제 건축물을 바라볼 땐 실용성과 예술성만을 따지던 평면적이고 단편적인 시선을 버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느껴보려고 시도해 보자.

 

 그 순간 건축물은 살아숨쉬기 시작하며 자신만이 품고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주는 책, 바로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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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정석 -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감정의 힘
황현진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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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시소. 나와 타인이 마주한 어떤 상황에서도 두 사람의 마음은 항상 시소를 타게 마련이다. 공적인 일에서도 사적인 감정 그것도 인간의 은밀한 감정인 사랑에 있어서도 두 마음은 힘겨루기를 하며 시소를 탄다. 상대의 마음을 내쪽으로 끌어당겨 우위를 점하고 하늘로 치솟고 싶지만 상대 또한 만만치 않은 법. 그래서 두 마음은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마음의 틈새를 노리며 시소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인간은 탄생의 순간부터 주변인들과 소통의 관계를 맺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인 존재이다. 언어를 익히기 이전에도 이미 울음과 눈빛과 몸짓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려고 애쓴다. 상대가 누구이든 자기의 마음을 알아주고 받아들여주기를 원한다. 그 속에서 행복감도 느끼고 좌절감도 맛본다. 때론 너무 깊은 상처를 입어 평생 그 상처를 핥으며, 타인과의 관계맺기에 두려움을 갖거나 아예 등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나의 생각과 마음과 감정을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여 그 사람의 마음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비단 영업을 하는 세일즈맨이나 연애를 시작하는 청춘들 만의 고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라는 그물망속에서 매 순간을 숨쉬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이 책 표지를 보자마자 마치 백년지기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일었다. 이십여 년이 넘는 직장 생활을 통해 내가 얻어낸 결론, 바로 상대의 감정을 흔들어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설득법이 큰 활자로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훌륭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도 상대가 받아들여줄 생각이 없으면 그때부터의 노력은 그저 되돌아 오지않는 먼 산의 메아리, 허공에 대고하는 독백일 뿐이다.

 

 제 아무리 강력한 논리와 이성과 지식으로 무장을 하고 일사천리로 펼쳐놓아도 가로놓인 대문의 빗장을 열지 못하는 한, 소통이란 없는 것이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나의 진심으로 부드럽게 다가가, 봄 햇살처럼 미풍처럼 그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져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걸 오랫 동안 사람들을 대해본 경험에서 얻을 수 있었다.

 

 유명한 쇼핑 호스트로 강연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이 힘을 설득의 정석이라고 표현한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감정. 존중감, 당혹감, 만족감, 불안감, 동질감, 기대감을 토대로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설득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제 1장 존중감 - 상대를 내 몸같이 여겨라

 제 2장 당혹감 - 충격을 선사하라

 제 3장 만족감 - 마음이 여유로워야 결정한다

 제 4장 불안감 - 상대가 두려워하게 만들어라

 제 5장 동질감 - 상대와의 비슷한 점을 강조하라

 제 6장 기대감 - 상대를 들뜨게 하라

이 6가지 설득의 정석들을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 설명하고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전 팁을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은 좀 더 쉽고 실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아리스토 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호소하는 것은 머리에 호소하는 것보다 강하다.

머리에 호소하면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지만

마음에 호소하면 사람들을 당장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설득하고 움직이려는 나의 마음에, 먼지가 앉고 때가 끼지 않도록 늘 갈고닦는 일

 

맑고 깨끗한 순수의 진심을 담아서 다가갈 때

상대의 마음도 먹물이 번져가는 화선지처럼

내 마음에 흠뻑 젖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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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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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로장생'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 최대의 욕구이며 풀지 못한 과제. 중국의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방으로 사람들을 보내었고, 그것을 이루지 못한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피라미드속에서 영생을 꿈꾸었다. 신비의 약초나 샘물로 상징되던 영원한 삶을 위한 처방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과 의학의 옷을 입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냉동시켜 미래에 다시 살려낼 수 있다거나, 유전자 복제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만들어 내는 일도 불가능해 보이지 만은 않다. 그러나 이미 수 많은 책들과 영화들이 그 부작용을 지적하며 진정 인간의 유한한 삶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오곤 했다. 

 

 이 끈질긴 물음을 가져와, 과학의 발달과 영생의 욕망을 꿈꾸는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뻔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펼쳐보인 소설 '무명인'. 축하 받아야 할 자신의 생일, 일러스트레이터 도리야마 도시하루가 결혼 후 맞게 된 첫 생일에 자신의 집에서 마주한 것은 아내의 시체였다. 그러나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리고 전화를 받은 그의 귀에 들린 건 아내의 목소리였다. 이때부터 그의 삶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며 추격과 위협을 받게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아니, 나는 누구인가?'

일러스트레이터 도리야마 도시하루와 화학연구소 주임연구원 다카나시 헤이치. 이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 주인공의 정체성은 도리야마인가, 다카나시인가? 아니 어느 누구도 아닌 무명인인가? 처음에는 해리성 인격 장애 즉 다중인격을 다룬 소설인 줄 았았다. 하지만 불로불사의 명약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러스 연구가 원인이었다. 인간의 기억을 전사한 레트로 바이러스가 숙주인 육체가 죽을 것 같으면 다른 몸으로 들어가 그 기억을 전사하며  언제까지나 살 수 있다는 것.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기억이 뇌속으로 들어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타인의 삶을 살게 된 주인공이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이다.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다. 나를 나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외모와 이름뿐 만이 아니라 머리와 가슴속에 담겨져 있는 수 많은 기억과 추억들 그리고 감정들이다. 이것들이 사라져버린 나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비록 생명은 연장될 지 모르지만 정체성을 잃어버린 삶이 과연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인지 되새겨 볼 일이다.

 " 내가 뭘 하는 거냐고? 글쎄 내나이를 느끼고 있다고나 할까. 꼼짝도 하기 싫군, 헛살았다는 느낌이 해마다 강해져. 언제부터 이런 인간이 된 걸까. 이래 봬도 체념은 안 하는 편이었는데, 그런데 이게 뭐지? 이런 곳에서 대체 난 뭘하는 거냐고? 나이를 먹으면 정말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어지는군."

 소설속 추격자인 이 사람은 그래도 행복하다. 적어도 나이와 회한과 체념이라는 자신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름이나 일이 바뀐다 해도 사람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건 변하지 않아. 인간성은 안 변해. 난 그런 사람과 사귀어 온 거야. 앞으로도 그런 사람하고 사귀어 갈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 어떤 과학기술이나 의학으로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본질 즉 인간성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 주려는 작가의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러나 기억을 전사하는 바이러스의 존재와 바이러스가 주인공에게 들어가는 과정은 진부하게 느껴졌고 , 사건들의 얼개들도 그리 긴박감이 넘치거나 흥미롭지는 않았다. 단지 아내의 살해범이 누구인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고 우연히 쫓기는 주인공을 도우면서 끝까지 함께 한 지아키라는 인물의 입을 빌어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 생명이란 건 어쩌면 아름다운 기적이라고 말이에요."

 그 기적은 내게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고 귀하고 애틋한 게 아니겠는가.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비록 비에 젖은 빨래처럼 때론 후줄근하게 때론 쓸쓸하게 살다가, 봄밤에 뚝 떨어져 내리는 목련꽃 송이처럼 스러질지언정 생명은 위대하고 사랑스럽고 가슴 저리다.

 

 마지막 순간, 두 주먹만 허허롭게 쥐고 떠나더라도 서로의 어깨가 비에 젖지 않도록 우산을 기울여 주는 손길.

 

 그 마음이 있어 삶이란 유한의 물줄기에 기꺼이 나를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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