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 - 2014 세종도서 교양부문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2
양용기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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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에 어슴프레 비쳐드는 햇살로부터 고층빌딩의 통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보기까지 유구한 인간의 역사는 건축물의 발달과 함께 해온 멋진 행보였다. 건축은 인간 생존의 기본 조건인 의식주 중의 하나로 처음에는 외부의 적과 추위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주거 공간을 짓는 건축이란 행위와 그 결과물인 건축물에는 너무나 다채로운 의미들이 담기고 깃들기 시작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건축의 문외한인 사람들도 대부분 그 명성을 잘 알고 있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유명한 건축물. 거장 가우디가 1883년부터 인생을 걸고 몰두하였으나 1926년 사망할 때까지 지하성당과 정면의 '탄생' 장식만을 완성했을 뿐 공백기를 거쳐 현재도 건축을 계속하고 있다. 기존 성당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트린 채 기하학적인 조형물로 이루어진 성당의 사진을 보고있노라면, 단순히 위대한 건축물의 의미를 넘어선 예술성과 조금이라도 신에게 가까이 가 닿고자 하는 인간들의 간절한 염원이 엿보여 저절로 마음이 경건해진다. 그리고 인간의 손길 위에 포개어진 신의 눈길이 느껴진다. 이 성당은 인간과 신 사이의 아름다운 가교이다.

 

 비단 이처럼 유명한 건축물이 아닐지라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건축물들은 제각기 고유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숨쉬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건축이 바로 우리 인간을 위해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건축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인문학의 관점에서 건축을 풀어보려고 한다. 건축은 단순히 땅위에 건물을 짓는 행위를 넘어선 많은 요소들이 개입된 복합적인 구조물이다. 구조와 물리 설계 등의 공학, 과학적인 기술, 사회적 성향, 경제성 그리고 그 시대의 철학과 예술 및 문화까지 아우르는 종합예술이 바로 건축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학문 간의 장벽을 없애고 소통과 융합을 통해 통섭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학문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제 1장 '인간을 위한 건축, 융합으로 아우르는 종합 학문'에서는 종합적인 시각에서 건축과 관련된 모든 행위가 서로 간의 소통과 종합적인 이해에서 시작됨을 보여주었다. 

 제 2장 '건축에 반영된 미술사, 미술사에 반영된 건축'에서는 미술과 건축이 서로 간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제 3장 '도시를 창조한 건축, 사회를 이해하는 척도'에서는 산업사회에서의 건축물의 역할과 건축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역설했다. 

 제 4장 '과학에 바탕을 둔 건축, 미래를 준비하는 첨단 과학'에서는 IT의 발달로 스마트 건축이 탄생했지만 건축의 의미는 인간을 담는 공간임을 강조한다. 

 제 5장 '철학, 미학, 심리학적 질문으로 완성되는 건축'에서는 이들 학문들이 건축의 근간이 되는 정신적인 영역으로 건축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마지막 제 6장 '문화 전달자로서의 건축, 건축의 상징을 녹여내는 영화'에서는 영화를 통해 건축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시리즈 2권으로 나온 책이고 표지 또한 너무 상큼하고 예뻐 선택을 했지만 건축의 기역자도 모르기에 걱정과 부담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산뜻한 표지만큼 깔끔한 미황색의 고급용지 위에 곁들여진 수많은 사진과 도표와 전문용어의 해설들은, 일반인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도록 친절한 보조자의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각 장의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Tip을 통하여 건축가와 건축물, 건축용어 등에 대한 재미있으면서도 해박한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단순하고 쉬운 책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의도한 대로 건축학도들 뿐만 아니라 건축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들이나 일반인들에게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충분히 다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간 내면의 종합적인 산물이 인문학이라면 그것을 담고 표현해내는 외형적인 그릇이 건축물임을 깨닫는다. 이제 건축물을 바라볼 땐 실용성과 예술성만을 따지던 평면적이고 단편적인 시선을 버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느껴보려고 시도해 보자.

 

 그 순간 건축물은 살아숨쉬기 시작하며 자신만이 품고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귀를 열어주는 책, 바로 <건축, 인문의 집을 짓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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