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명에서 단 한명으로
벤 피트릭.스콧 브라운 지음, 정지현 옮김 / 콘텐츠케이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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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다.'는 말이 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 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나이나 성별,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의 인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과 반복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 인식의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태양이 환하게 빛나는 푸른 하늘을 향해 한껏 비상하는 환희를 맛보다가도 어느 한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캄캄한 나락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

 

 그 추락의 공포와 좌절감에서 누구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결정타를 맞기도 하고, 누구는 꿋꿋하게 다시 발걸음을 내딛기도 하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여기 너무나 뛰어난 신체능력과 겸손과 품격을 지닌 18세의 소년 벤 피트릭이 있다. 벤은 야구에서 특출한 경쟁력이 될 만한 요소는 모두 갖추었기에 동시대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촉망받는 선수였고 그런 그에게 한계는 없어 보였다. 벤은 당연히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되었고 미래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거라는 전망을 들을 정도로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인생의 양지는 잠시 뿐, 4만명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홈으로 들어오던 벤의 인생에 파킨슨 병이라는 족쇄가 채워지게 된 건 그의 나이 불과 22세 때였다. 평균 발병 나이 60세, 조기 발견 나이 40세가 대부분인 파킨슨 병이 너무나도 젊은 나이 그것도 자신의 신체를 백퍼센트 이용해야 하는 스포츠 선수인 벤에게 찾아왔다는 것은 바로 인생의 끝을 알리는 저승사자의 신호탄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전부였을 야구도 은퇴할 수밖에 없었고 계속되는 약 복용으로 인한 후유증과 사지가 뻗뻗하게 굳거나 쉼 없이 흔들리기에 일상 생활을 지속하기가 불가능해진다. 주위 사람들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연락도 끊게 되고 점점 생의 의욕을 잃어가게 된다.

 

 이런 벤의 엉망진창이 된 인생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건 바로 다름아닌 가족, 아내와 딸이었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벤에게 죽을 힘을 다해 배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사람은 4만명의 관중이 아니라 자신의 가족이었던 것이다. 자신에게도 가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자신이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 벤은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찾은 것이다.

 

 야구선수 시절은 인생의 서막이었을 뿐이다. 가족과 고통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소한 일상 즉 인간스러운 삶이야 말로 너무나 큰 인생의 축복임을 깨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밤 중에 잠에서 깨어난 딸 아이를 품에 안고 재워주는 일상적 행위를 해보는 것이 꿈에도 그려보는 큰 소망이었던 벤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듯 주어지는 일상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와 행복을 느껴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 짓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몫이다.

 

 오늘 하루를 살 수 있었음을 그리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족이 있음을 고마워하며 조금은 천천히 깊게 호흡해 보자.

 

 가슴 깊은 곳 마음 자리에 행복감이 샘물처럼 차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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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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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일상적인 공간인 욕실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쳐다 본 거울 속의 얼굴. '저것이 과연 나인가?' 한없이 낯설고 어색하고 의문이 드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거울 속의 얼굴이 진짜 나인지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진짜 나인지 아니면 그 상황을 관망하는 제 3의 나가 있는 것인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의문과 회의를 가진다. 오히려 타인보다 자신이 누군인지 어떤 사람인지 오리무중일 때가 다반사다. 삶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는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주인공인 해리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아니 바로 당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중의 한 사람인 주인공 해리는 인생에서 무엇하나 변변하게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하고 지질한 루저남으로 무기력하고 어두운 패배자의 삶을 살고 있다. 글쓰기에 그나마 꿈과 희망을 가졌던 해리는 피디가 되어 제작한 드라마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내게 되고 케이블 티비의 범죄 재연 프로의 재연 전문 무명배우로 팍팍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간 모델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해리는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해리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리의 모습을 하고 CCTV에 찍힌 용의자는 과연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양파를 한 꺼풀씩 벗겨가는 것처럼 이야기는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고 쉽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설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인생은 시시각각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때 다른 쪽을 선택했더라면 '그럴 수도 있었던'세계가 펼쳐졌을 텐데 하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들. 그래서 한 번쯤 떠나보고 싶은 '그럴 수도 있었던'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며 자신이 잊고 있었던 진실들과 만나게 된다.

 

 재미있고 신비스러운 판타지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물 같은 가벼운 읽을 거리를 기대했다면 큰 당혹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오히려 철학적인 사유를 권유한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고독한 인간들의 삶 속에서 정체성과 진실을 천착하고 탐구하며 시종일관 격조있는 메타포로 깊이를 더한다.

 

 이 소설을 살인범이 누구인지 찾으려는 단순 미스터리로 읽는다면 너무나 지루하고 난해한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수없이 망설였던 선택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대입시켜 가며 읽어보자.

 

 여기 인생의 비의를 재미있으면서도 깊이있게 풀어낸 매혹적인 소설이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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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시대 - 역사를 움직인 12명의 여왕들
바이하이진 엮음, 김문주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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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가 변하고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향상되면서 이제는 여성에게 문을 열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 여성 우주 비행사가 탄생하고 여성이 중장비를 몰고 군대에서도 법조계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에게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치분야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고 다른 나라에도 여성 수상들과 여왕이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이며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마저도 아직 정치 수장의 자리만은 남성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 날의 실정이 이러한데 여성의 인권과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 역사 속에서 한 나라를 다스리고 이끌어나간 여성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깊숙히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기쁜 일이다. 정치가 얼마나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면 역사를 뜻하는 단어, history가 his story에서 왔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바로 her story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모르는 이가 없는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부터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오늘 날의 엘리자베스 2세까지 자국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 정치 무대를 주름잡았던 동서고금 열두 명의 여왕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최고의 권력자를 차례로 정복한 이집트의 미모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로마 황자 네로의 어머니었고 일생을 치열한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냈으나 결국 최고의 지위에 올랐던 아그리피나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유일한 여황제였던 측천무후

스페인 제국의 초석을 놓고 스페인 식민제국시대의 부흥을 이끌어 오늘 날의 스페인이 있게 한 이사벨 1세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영국제국을 위해 독신으로 헌신하며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쳤던 지혜로운 엘리자베스 1세

대청제국의 어머니로 제국을 지켜냈던 수호자 효장문황후

문화예술사업의 전심전력을 기울여 스웨덴을 유럽의 문명국으로 만든 여군주 크리스티나

균형잡힌 지도자로서 후대에 오스트리아의 어머니로 일컬어지게 된 평화주의자 여제 마리아테레지아

철권 통치를 하며 새로운 사상의 몰고를 터 러시아의 근대화를 성공시킨 예카테리나 2세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여왕으로서 국가와 왕실의 번영을 잘 도모했던 빅토리아 여왕

언제나 개혁 중이었던 대청제국의 험난한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서태후

그리고 왕실의 위엄이 쇠퇴해 가고 있는 21세기에도 군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까지 개인적으로나 군주로서나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두 여왕의 이야기들은 그 어떤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였다.

 

 저자는 열두 여왕들이 가진 공통의 덕목으로 탁월한 지혜, 비범한 담력, 불굴의 의지, 명철한 수단을 꼽고 있다. 이러한 자질들을 바탕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녀들은 자국의 안전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자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에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흐를 수 있는 정치사를 여왕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왕실의 이모저모 그리고 주변국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내용을 서술함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어 기꺼운 시간이었다.

 

 비록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라기 보다 대부분이 주어진 운명에 의해 여인으로서 험난한 정치의 길을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고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가시밭 길을 헤쳐나가던 불굴의 의지, 그것이 바로 열두 명의 여왕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는 시공을 넘나드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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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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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밥이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밥은 두 말 할 필요없이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밥을 통하여 에너지를 공급받아 생물학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과 위로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밤까지 인간들은 이 밥을 얻기 위하여 땀흘려 일한다. 자신의 밥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의 밥을 위하여 가장들은 오늘도 일터로 향한다. 따라서 밥은 경제와 실용의 첨병인 것이다.

 

 조선 후기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연구하던 성리학이 너무나 이론적이기 만한 학문으로 외면받고, 실생활에 유용한 실학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언제부턴가 경제성장에 따라 학문의 최고봉이던 인문학은 고루하고 비실용적인 학문으로 치부되어 뒤로 밀려나 버렸고, 오로지 취업을 하고 밥을 얻는 데 필요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학문만을 원하고 공부하는 세태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저자는 '인문학이 밥이다'라고 주장한다. 한 가지 지식과 기술만 파고들면 경쟁력을 갖추고 잘 살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와 미래는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독창적인 기술과 지식의 생산, 사고의 확장과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열쇠를 인문학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더 맛있는 밥, 더 몸에 좋은 떡을 준다.'

즉 더 맛있는 밥과 더 몸에 좋은 떡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문학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텍스트를 추종하고 문제에 대해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교육체계에 길들여져 왔다. 이제 여기서 벗어나 질문하는 힘을 기르고 더 나아가 생각하는 힘으로 구현되며, 인간성의 회복과 인격의 완성에 도달하게 하는 메뉴판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들 대부분의 관련 서적들이 어려워서 대중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거칠고 단단한 온갖 잡곡들을 곱게 갈아서 부드럽고 고소한 죽 한 그릇으로 잘 끓여낸 작가의 필력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1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 - 철학 종교 심리학

 2부. 진보하는 인류와 인류학 - 역사 과학

 3부.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 - 문학 미술 음악

 4부. 인문학은 관계 맺기다 - 정치 경제 환경 젠더

총 4부로 나뉘어 저술된 책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고 다양한 지식의 만찬을 제공했다. 그리고 과거의 죽은 지식으로서가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변주를 계속해 내는 흐르는 물처럼 현재 지식의 흐름과 미래의 방향성까지 제시해 주었다.

 

 이제 인문학은 책 속에 사장되어 있는 학문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좀 더 맛있는 밥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학문,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한 부단한 관심과 지식, 경험들을 나에게로 수렴시켜 자신의 정신과 인격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 인문학인 것이다.

 

 가을이 빠르게 지고 있다. 허허로워지는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의 여정으로 채워보자. 나도 인문학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지고 자주 미소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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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자들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김성훈 옮김 / 살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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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늘 두 가지 감정이 사로잡히곤 한다. 추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추적해 가는 수사관들의 능력에 감정이입 되어 손에 땀을 쥐고 가슴 두근거리다 마침내 범인을 밝혀내고 잡을 때면 통쾌감과 안도감을 느낀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이런 범죄가 일어날까봐 두렵고 편치 않은 마음이 든다. 나날이 삭막하고 황폐해져 가는 세상, 물질만능주의의 현실에서 추리소설에서 만 보던 많은 범죄들이 실제로 저질러지게 되었지만 제발 이 책 속에서 일어난 일만은 그냥 소설로만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첫 장부터 등장하는 인간사냥, 말그대로 인간사냥꾼들이 인간을 사냥하는 것이다. 가끔 케이블 티비의 영화에서 본 적은 있지만 오로지 최상류층들이 순간의 쾌감을 위해 인간을 사냥한다는 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반인륜적인 행위이다. 특히 살인범죄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범죄동기에 따라 동정과 안타까움을 이끌어낼 때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가진 자들이 권력과 돈을 이용하여 오직 자신들의 욕망과 스트레스를 푸는 쾌락의 도구로써 살인을 저지른다면 그래서 이들이 바로 광기어린 인간도살자들이라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할 말을 잃을 뿐이다.

 

 2012 배리상 최우수 작품상에 빛나는 덴마크 추리소설 작가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미결 사건 전담 특별수사반 Q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특히 추리소설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 구조가 탄탄하여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발생한 사건이 아닌 이십여 년 전 일어난 잔인한 오누이 살인사건 그것도 범인이 자수하여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수사반의 명콤비 칼 뫼르크와 아사드 그리고 신입 로즈가 숨겨진 배후와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현재 덴마크의 최상위 엘리트 계급의 중심인물들이 관련이 있음을 알게된다. 어마어마한 병원재벌, 유럽 패션계를 주도하는 유명 디자이너, 덴마크 주식시장의 큰손인 이들은 기숙학교 시절부터 어울려 마약, 폭행 등 잔혹하고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러 왔다. 그리고 원래는 이들과 한패였으나 부유한 인생을 뒤로하고 길거리에서 노숙하며 오히려 이들에게 복수하려는 의문의 여인 키미가 사건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뒤로갈수로 숨막히게 만드는 생생한 묘사력과 극적인 전개력은 북유렵 최고의 천재 추리소설가라는 작가의 명성이 사실 임을 말해주고 있다. 

 

 작가는 권력과 돈에 파묻혀 인간성을 잃어버린 광기어린 인간 군상과 진실을 파헤쳐 정의를 실현하려는 수사반의 대결구도를 통해 우리 삶의 진정성과 인간의 품격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할 인간의 소양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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