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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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그래서 일단 밥이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밥은 두 말 할 필요없이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다. 밥을 통하여 에너지를 공급받아 생물학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시킬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과 위로를 얻기도 한다. 그래서 새벽부터 밤까지 인간들은 이 밥을 얻기 위하여 땀흘려 일한다. 자신의 밥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의 밥을 위하여 가장들은 오늘도 일터로 향한다. 따라서 밥은 경제와 실용의 첨병인 것이다.

 

 조선 후기 우주의 원리와 이치를 연구하던 성리학이 너무나 이론적이기 만한 학문으로 외면받고, 실생활에 유용한 실학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언제부턴가 경제성장에 따라 학문의 최고봉이던 인문학은 고루하고 비실용적인 학문으로 치부되어 뒤로 밀려나 버렸고, 오로지 취업을 하고 밥을 얻는 데 필요한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학문만을 원하고 공부하는 세태로 변해버렸다.

 

 그런데 저자는 '인문학이 밥이다'라고 주장한다. 한 가지 지식과 기술만 파고들면 경쟁력을 갖추고 잘 살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와 미래는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독창적인 기술과 지식의 생산, 사고의 확장과 발상의 대전환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열쇠를 인문학이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은 더 맛있는 밥, 더 몸에 좋은 떡을 준다.'

즉 더 맛있는 밥과 더 몸에 좋은 떡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문학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텍스트를 추종하고 문제에 대해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교육체계에 길들여져 왔다. 이제 여기서 벗어나 질문하는 힘을 기르고 더 나아가 생각하는 힘으로 구현되며, 인간성의 회복과 인격의 완성에 도달하게 하는 메뉴판 역할을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문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들 대부분의 관련 서적들이 어려워서 대중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거칠고 단단한 온갖 잡곡들을 곱게 갈아서 부드럽고 고소한 죽 한 그릇으로 잘 끓여낸 작가의 필력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1부. 마음의 깊이를 더하는 인문학 - 철학 종교 심리학

 2부. 진보하는 인류와 인류학 - 역사 과학

 3부. 감성을 깨우는 인문학 - 문학 미술 음악

 4부. 인문학은 관계 맺기다 - 정치 경제 환경 젠더

총 4부로 나뉘어 저술된 책은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고 다양한 지식의 만찬을 제공했다. 그리고 과거의 죽은 지식으로서가 아닌 끊임없이 새로운 변주를 계속해 내는 흐르는 물처럼 현재 지식의 흐름과 미래의 방향성까지 제시해 주었다.

 

 이제 인문학은 책 속에 사장되어 있는 학문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좀 더 맛있는 밥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학문,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한 부단한 관심과 지식, 경험들을 나에게로 수렴시켜 자신의 정신과 인격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 인문학인 것이다.

 

 가을이 빠르게 지고 있다. 허허로워지는 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인문학의 여정으로 채워보자. 나도 인문학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지고 자주 미소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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