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박지영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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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일상적인 공간인 욕실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무심코 쳐다 본 거울 속의 얼굴. '저것이 과연 나인가?' 한없이 낯설고 어색하고 의문이 드는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거울 속의 얼굴이 진짜 나인지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진짜 나인지 아니면 그 상황을 관망하는 제 3의 나가 있는 것인지...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의문과 회의를 가진다. 오히려 타인보다 자신이 누군인지 어떤 사람인지 오리무중일 때가 다반사다. 삶이 힘들고 지쳐있을 때는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주인공인 해리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아니 바로 당신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 중의 한 사람인 주인공 해리는 인생에서 무엇하나 변변하게 내세울 게 없는 평범하고 지질한 루저남으로 무기력하고 어두운 패배자의 삶을 살고 있다. 글쓰기에 그나마 꿈과 희망을 가졌던 해리는 피디가 되어 제작한 드라마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면서 사표를 내게 되고 케이블 티비의 범죄 재연 프로의 재연 전문 무명배우로 팍팍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빨간 모델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해리는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해리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리의 모습을 하고 CCTV에 찍힌 용의자는 과연 누구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양파를 한 꺼풀씩 벗겨가는 것처럼 이야기는 깊이 들어갈수록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고 쉽게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소설 곳곳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다름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인생은 시시각각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바로 그때 다른 쪽을 선택했더라면 '그럴 수도 있었던'세계가 펼쳐졌을 텐데 하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들. 그래서 한 번쯤 떠나보고 싶은 '그럴 수도 있었던'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며 자신이 잊고 있었던 진실들과 만나게 된다.

 

 재미있고 신비스러운 판타지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러물 같은 가벼운 읽을 거리를 기대했다면 큰 당혹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오히려 철학적인 사유를 권유한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고독한 인간들의 삶 속에서 정체성과 진실을 천착하고 탐구하며 시종일관 격조있는 메타포로 깊이를 더한다.

 

 이 소설을 살인범이 누구인지 찾으려는 단순 미스터리로 읽는다면 너무나 지루하고 난해한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수없이 망설였던 선택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대입시켜 가며 읽어보자.

 

 여기 인생의 비의를 재미있으면서도 깊이있게 풀어낸 매혹적인 소설이 당신을 잠들지 못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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