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시대 - 역사를 움직인 12명의 여왕들
바이하이진 엮음, 김문주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시대가 변하고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향상되면서 이제는 여성에게 문을 열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 여성 우주 비행사가 탄생하고 여성이 중장비를 몰고 군대에서도 법조계에서도 여성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들에게 자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정치분야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여성 대통령을 배출했고 다른 나라에도 여성 수상들과 여왕이 있지만 여전히 극소수이며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마저도 아직 정치 수장의 자리만은 남성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 날의 실정이 이러한데 여성의 인권과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 역사 속에서 한 나라를 다스리고 이끌어나간 여성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깊숙히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것처럼 기쁜 일이다. 정치가 얼마나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면 역사를 뜻하는 단어, history가 his story에서 왔다는 말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 책은 바로 her story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모르는 이가 없는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부터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오늘 날의 엘리자베스 2세까지 자국은 물론 더 나아가 세계 정치 무대를 주름잡았던 동서고금 열두 명의 여왕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있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최고의 권력자를 차례로 정복한 이집트의 미모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로마 황자 네로의 어머니었고 일생을 치열한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냈으나 결국 최고의 지위에 올랐던 아그리피나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유일한 여황제였던 측천무후

스페인 제국의 초석을 놓고 스페인 식민제국시대의 부흥을 이끌어 오늘 날의 스페인이 있게 한 이사벨 1세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영국제국을 위해 독신으로 헌신하며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물리쳤던 지혜로운 엘리자베스 1세

대청제국의 어머니로 제국을 지켜냈던 수호자 효장문황후

문화예술사업의 전심전력을 기울여 스웨덴을 유럽의 문명국으로 만든 여군주 크리스티나

균형잡힌 지도자로서 후대에 오스트리아의 어머니로 일컬어지게 된 평화주의자 여제 마리아테레지아

철권 통치를 하며 새로운 사상의 몰고를 터 러시아의 근대화를 성공시킨 예카테리나 2세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의 여왕으로서 국가와 왕실의 번영을 잘 도모했던 빅토리아 여왕

언제나 개혁 중이었던 대청제국의 험난한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서태후

그리고 왕실의 위엄이 쇠퇴해 가고 있는 21세기에도 군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는 엘리자베스 2세까지 개인적으로나 군주로서나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간 열두 여왕의 이야기들은 그 어떤 소설 못지않게 흥미진진하였다.

 

 저자는 열두 여왕들이 가진 공통의 덕목으로 탁월한 지혜, 비범한 담력, 불굴의 의지, 명철한 수단을 꼽고 있다. 이러한 자질들을 바탕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녀들은 자국의 안전과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자국의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사에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흐를 수 있는 정치사를 여왕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왕실의 이모저모 그리고 주변국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내용을 서술함으로써 생동감 넘치는 살아있는 역사공부를 할 수 있어 기꺼운 시간이었다.

 

 비록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라기 보다 대부분이 주어진 운명에 의해 여인으로서 험난한 정치의 길을 걸어가야 했다. 하지만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고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가시밭 길을 헤쳐나가던 불굴의 의지, 그것이 바로 열두 명의 여왕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는 시공을 넘나드는 메시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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