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 아프다고 말할 때 - 내 지친 어깨 위로 내려앉은 희망의 씨앗 하나
이명섭 지음 / 다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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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누구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테두리 속에서 자기 마음의 무게만큼의 감정들을 느끼고 살아갑니다. 어떤 날은 불꽃 놀이처럼 기쁨이 화려하게 터져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행복감이 가슴속에 충만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금세 엄습해오는 허전한 외로움에 어깨를 옹송거리게 되고 한 발 내딛기가 힘들 정도로 좌절감에 무너져 내리고 때론 온몸이 떨릴 정도의 분노감에 어찌할 바를 몰라 힘들어 합니다.

 

 이렇게 프리즘을 통과하는 태양빛처럼 색색깔 다양한 내면의 감정들의 연속이야말로 삶을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줄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동화책처럼 작고 예쁜 이 책이 그 삶의 순간순간을 당신과 함께 합니다. 표지가 너무 예뻐서 손가락 끝으로 몇 번이나 쓰다듬어 보게 되고 왠지 향기도 날 것 같아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아봅니다. 늘 하던 습관대로 목차를 보고 전체적으로 주르르 넘겨보니 아주 쉬운 내용이라 잠깐이면 읽겠는데라고 생각하며 펼쳤다간 오히려 당황하게 되는 책입니다.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어느새 그 내용에 해당하는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며 머리는 머리대로 가슴은 가슴대로 생각과 감정의 가지를 쳐나가며 멀리 떠돌다가 겨우 제자리로 돌아 오기에 읽는 동안 시간과 노력의 품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어느 한 부분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수천 수만 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듭니다.

 ' 맞아, 이런 감정이었어.'

 ' 내가 그땐 그랬지.'

 '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거울처럼 내 마음을 비춰주기도 하고 별빛처럼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스킬을 가르치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내면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시켜 속부터 달라지게 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절대 어렵거나 강요하거나 주입하지 않습니다. 추위에 꽁꽁 언 몸을 서서히 녹여주는 차 한 잔처럼, 허기진 배와 가슴을 채워주던 엄마의 집밥처럼 온기와 사랑으로 조근조근 다독여가며 속삭여줍니다. 그 작은 속삭임이 어느새 가슴 깊이 들어 와 내가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큰 용기와 힘이 되어 줍니다.

 

 누구든 책이나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가슴에 와 닿는 구절 하나를 발견 할 수는 있지만, 많은 분량의 내용을 모아두고 정리하고 거기다 분류까지 해서 독자가 처한 상황에 알맞은 부분을 찾아 볼 수 있게 한 저자의 노고와 배려가 새삼 고맙게 느껴집니다.

 

 다이어리처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삶의 순간순간을 함께 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며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책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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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 - 2013 제37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재찬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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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정신 세계의 무한한 영역을 상징하는 문학에 있어서도 금기시 되는 몇 가지가 있다. 존속 살해가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것도 한국 문학에 있어서 부모를 청부살해하는 꽃다운 나이의 여고생이란 캐릭터는 분명 낯설고 충격적이고 부담스런 존재임에 틀림이 없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어야할 나이의 여고생이 자신을 둘러싼 가족과 교육과 종교에 상처받고 인간성을 상실한 채 오로지 살의만이 가득찬 강펀치를 날린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 중 한 명인 방인영은 잘 나가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인 아버지와 미모의 어머니를 부모로 두었지만 성적도 5등급, 외모도 5등급, 친구 관계도 5등급인 패배자 아닌 패배자의 삶을 살고 있다.

 

 유전무죄를 완벽하게 추종하며 돈벌기에 만 급급한 딸을 부끄러운 존재로 여기는 천박한 아버지, 그 아버지가 주는 물질적 혜택에 속박되어 자아를 잃어버린 채 오로지 딸의 대학 입시에 만 매달리는 어머니, 이 가족에겐 진정한 소통이나 따스한 관계맺기 같은 것은 애당초 없다.

 

 가식적인 평화만이 존재할 뿐이다. 숨통을 조여오는 가족의 구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영은 교회에서 만난 모래위의 남자에게 부모의 살해를 청부하고 결국 자수하려는 그마저 자신의 손으로 독살하여 제거한다. 이처럼 반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얘기를 저자는 너무나 가볍고 경쾌하게 풀어나간다. 딱 여고생이 인영의 수준에서 바라보고 느끼고 행동한다. 가족뿐 만 아니라 학교와 교회에 대해서도 가볍게 비트는 블랙유머로 마음껏 비꼬고 조롱한다.

 

 순수한 십 대라서 오히려 이렇게 두려움없이 세상을 향해 강펀치를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일까? 물론 인영은 기성세대로부터 상처입은 영혼이고 피해자이며 이유있는 반항을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세상 사람들 중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상처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으며 부조리한 사회에 반항심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모무 인영처럼 하지는 않는다. 그 어떤 이유도 인영의 행위를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범죄 이후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인영의 심리상태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작가야 말로 인영을 통해 우리에게 제대로 강펀치를 날리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괴물을 키워낸 건 바로 당신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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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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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짙푸른 녹음이 흐르는 시간을 잊은 채 병풍처럼 둘러 싼 곳

  영취산의 기운이 폭포처럼 힘차게 흘러내려 모인 곳

  그 가운데 웅숭 깊게 신화를 품고 천사백 년 세월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지키고 앉아

  부처님 미소로 웃고 있는 통도사가 있다.

 

 어린 시절 신화는 글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 무지개 너머 존재하는 손 닿을 수 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자라면서 접하게 된 신화는 역사속에서 인간들이 국가를 세우고 부족을 번성 시킬 때 자신들의 뿌리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 낸 과장 된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신화는 생로병사의 고통속에서 인생을 살아내야만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 가닥 빛이며 정신적인 안식처이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사실만이 세계의 전부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삭막할 것인가. 우리가 직접 보거나 체험 할 순 없지만 영험한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 할 때 정신의 지평은 여유로워지고 관조의 모습을 띠며 확장 될 수 있을 것이다.

 

 천문, 지리, 인사의 3대 과목을 연구하는 강호동양학 학자인 저자는 신화가 필요한 이 시대에 통도사라는 사찰을 다리 삼아 동서고금의 정신세계를 탐색하고 신과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신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신화이기에 사실적인 역사서술인 삼국사기를 따르기보다는 초월적인 세계를 서술한 삼국유사의 서술체를 따르기에 제목을 통도유사로 정했다. 어려운 책이 아닐까란 걱정도 잠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종횡무진 머릿속을 누비고 다니고 다양한 사진자료들과 김세현 화백의 힘 있고 깊이감 넘치는 그림들이 더 많은 이야기들을 가슴 속에 풀어내 준다.

 

 1부는 통도사가 터를 잡게 된 유래를 나무오리 신화로 풀어내고 동서양의 새 숭배 신앙을 살펴본다.

 2부는 동서양  신화의 단골로 등장하는 용의 신화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통도사 구룡신지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경주의 감포바다, 백제의 백마강, 네팔의 마차푸차레산과 페와호수 , 바이칼호의 알혼섬등 용의 신화가 있는 여러 지역들을 통해 용이 상상속에서만 존해하는 동물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안 즉 영적인 눈이 열린 사람들에게 보이는 영험한 동물이라는 새로운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3부는 통도사의 극락전, 지장암의 금와보살,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유와 무의 경계를 가리키고 고통스런 현실에서 중생들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마음을 바꾸는 것이며, 여기야 말로 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부는 불교의 암흑기에 통도사를 지켜 낸 여러 고승들에 얽힌 감동적이고 재미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뒷표지에 적힌 신화와 역사를 넘나들고 문학, 철학, 미학을 가로지르는 '길 위의 인문학'이란 소개 글의 의미를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신화는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윤활유 같은 것. 신화가 품고 있는 풍성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의미의 과육들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어보자.

 

 자신을 둘러 싼 세상이 색색깔의 옷을 입고 살아 꿈틀거리기 시작 할 것이다.

 

 신화는 곧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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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 이명옥 관장과 함께하는 창의적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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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이 가득한 듯 꽉 다문 입술, 뒤틀린 듯한 코, 움푹 패인 볼과 가파르게 솟은 광대뼈, 그리고 냉정하고 공허하며 불안에 떠는 듯한 두 눈.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들이다. 여러 점의 자화상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그림에 대한 미칠 듯한 열정과 고뇌의 표현이었음을 학창시절에는 몰랐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학교에서 미술 시간을 통해 말 그대로 미술을 공부했다. 일주일에 한 두시간 있었던 미술 시간, 그것도 가끔 시험을 앞두고 오로지 시험을 위해 배웠던 미술 이론 시간을 통해 우리는 화가의 이름과 작품명과 미술사조를 외울 뿐이었다. 무한한 인간정신의 지평을 상징하는 예술분야 중에서도 미의 극치를 이루는 미술이란 분야가 틀에 박힌 공식대로 주입시키고 외우고 답을 골라야 하는 사지선다형 시험문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리 주어진 정답에 맞춰 그림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우리들은 그후 성인이 되어서 그림을 접했을 때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림을 바라보는 눈을 갖지 못했기에 그림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과 불편함과 지루함을 가지게 되었고 미술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예술이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 인간의 창의력이 발현된 최고의 결과물이며 그 중에서도 미술은 미적감각은 물론 상상력, 관찰력, 응용력을 길러주는 창의성의 도구이기에 저자는 이런 우리들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미술의 마법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 인도 방법으로 저자는 키워드를 통한 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 그림에도 주제가 있다. 그 주제의 핵심이 되는 단어들을 고르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적극적인 감상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1장에서는 보이는 것들 즉 그림의 이름표라고 할 수 있는 서명에 담겨져있는 의미들, 손가락과 발과 입모양, 그리고 그림자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의미들을 알려준다.

 

 2장에서는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림에도 소리가 있고 리듬과 속도감이 있으며 생각이 담겨있음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세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새나 벌레 같은 다른 생명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는 거울을 통하여 자신을 바라보라고 권유한다. 그 외에도 지도와 명화달력, 액자와 초상화가 미술사에 끼친 영향과 역할에 대해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또 다른 감상법의 틀에 내 자신이 갇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저자는 그림을 감상할 때 자기만의 키워드를 찾으라고 얘기하는 건 아닐까.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나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의 날개를 펼쳐 그림 속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또 나의 이야기를 그림에게 들려주는 것, 그렇게 그림과 소통하는 것이야 말로 창의성의 시대에 부응하는 미술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림을 그렸다는 반 고흐,

존재의 의미인 이름값을 하겠다는 화가의 열정적인 예술혼이 한없이 가슴에 젖어드는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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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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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든 가슴 속에 빛바랜 흑백사진 한 장씩을 품고 살아간다. 삶의 돌부리에 채여 무릎이 속절없이 꺾일 때나 캄캄한 들판에 혼자 버려진 듯 막막할 때에 문득 꺼내보게 되는 사진 한 장. 거기엔 두고 떠나온 고향산천이 펼쳐지기도 하고, 한때 행복감으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 가족의 모습이나,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번지는 친구들과의 한때가 떠오르기도 한다. 지나간 세월이 고여있는 그 사진들을 꺼내보며 위로받고 그리움에 젖어 눈물 흘린다.

 

 엘리스 먼로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마치 이 흑백사진을 꺼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960년대에 쓰여진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간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꼭 내 고향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소박하고 정겹고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특히 여자들의 시선을 통해 누구나 삶 속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과 그것에 대처하는 각양각색의 태도와 느끼는 감정들을 열다섯 편의 단편으로 참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그동안 접해본 대부분의 우리나라 단편들이 화려한 수사와 극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데 비해 먼로의 작품들은 일체의 기교없이 잔잔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 듯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섬세하고 깊이있는 묘사를 통해 마음에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대단한 주인공들의 특별한 삶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급급한 소시민들의 삶 속에도 꿈이 있고 야망이 있고 비밀이 존재하며, 때로 서로에 의해 그것들이 짓밟히고 방해받고 낱낱히 까발려지지만 또 사람들은 다시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삶을 엮어내는 생생하고도 아픈, 그러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진실인 것이다.

 

 우리 모두 삶에 지치고 고민하며 때론 일탈을 꿈꾸지만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기 자리에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씁쓸하지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주어진 것들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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