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짙푸른 녹음이 흐르는 시간을 잊은 채 병풍처럼 둘러 싼 곳

  영취산의 기운이 폭포처럼 힘차게 흘러내려 모인 곳

  그 가운데 웅숭 깊게 신화를 품고 천사백 년 세월을

  흔들리지 않는 바위처럼 지키고 앉아

  부처님 미소로 웃고 있는 통도사가 있다.

 

 어린 시절 신화는 글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 무지개 너머 존재하는 손 닿을 수 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자라면서 접하게 된 신화는 역사속에서 인간들이 국가를 세우고 부족을 번성 시킬 때 자신들의 뿌리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 낸 과장 된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신화는 생로병사의 고통속에서 인생을 살아내야만 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 가닥 빛이며 정신적인 안식처이다. 오로지 눈에 보이는 사실만이 세계의 전부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삭막할 것인가. 우리가 직접 보거나 체험 할 순 없지만 영험한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 할 때 정신의 지평은 여유로워지고 관조의 모습을 띠며 확장 될 수 있을 것이다.

 

 천문, 지리, 인사의 3대 과목을 연구하는 강호동양학 학자인 저자는 신화가 필요한 이 시대에 통도사라는 사찰을 다리 삼아 동서고금의 정신세계를 탐색하고 신과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신화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하고 있다.

 

 신화이기에 사실적인 역사서술인 삼국사기를 따르기보다는 초월적인 세계를 서술한 삼국유사의 서술체를 따르기에 제목을 통도유사로 정했다. 어려운 책이 아닐까란 걱정도 잠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종횡무진 머릿속을 누비고 다니고 다양한 사진자료들과 김세현 화백의 힘 있고 깊이감 넘치는 그림들이 더 많은 이야기들을 가슴 속에 풀어내 준다.

 

 1부는 통도사가 터를 잡게 된 유래를 나무오리 신화로 풀어내고 동서양의 새 숭배 신앙을 살펴본다.

 2부는 동서양  신화의 단골로 등장하는 용의 신화를 다양하게 소개했다. 통도사 구룡신지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경주의 감포바다, 백제의 백마강, 네팔의 마차푸차레산과 페와호수 , 바이칼호의 알혼섬등 용의 신화가 있는 여러 지역들을 통해 용이 상상속에서만 존해하는 동물로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안 즉 영적인 눈이 열린 사람들에게 보이는 영험한 동물이라는 새로운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3부는 통도사의 극락전, 지장암의 금와보살,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유와 무의 경계를 가리키고 고통스런 현실에서 중생들이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마음을 바꾸는 것이며, 여기야 말로 신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부는 불교의 암흑기에 통도사를 지켜 낸 여러 고승들에 얽힌 감동적이고 재미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뒷표지에 적힌 신화와 역사를 넘나들고 문학, 철학, 미학을 가로지르는 '길 위의 인문학'이란 소개 글의 의미를 확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신화는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에 두 발을 딛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윤활유 같은 것. 신화가 품고 있는 풍성하고 아름답고 흥미로운 의미의 과육들을 한 입 가득 베어 물어보자.

 

 자신을 둘러 싼 세상이 색색깔의 옷을 입고 살아 꿈틀거리기 시작 할 것이다.

 

 신화는 곧 우리 인간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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