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 이명옥 관장과 함께하는 창의적 미술 읽기
이명옥 지음 / 시공아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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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이 가득한 듯 꽉 다문 입술, 뒤틀린 듯한 코, 움푹 패인 볼과 가파르게 솟은 광대뼈, 그리고 냉정하고 공허하며 불안에 떠는 듯한 두 눈.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들이다. 여러 점의 자화상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그림에 대한 미칠 듯한 열정과 고뇌의 표현이었음을 학창시절에는 몰랐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학교에서 미술 시간을 통해 말 그대로 미술을 공부했다. 일주일에 한 두시간 있었던 미술 시간, 그것도 가끔 시험을 앞두고 오로지 시험을 위해 배웠던 미술 이론 시간을 통해 우리는 화가의 이름과 작품명과 미술사조를 외울 뿐이었다. 무한한 인간정신의 지평을 상징하는 예술분야 중에서도 미의 극치를 이루는 미술이란 분야가 틀에 박힌 공식대로 주입시키고 외우고 답을 골라야 하는 사지선다형 시험문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렇게 미리 주어진 정답에 맞춰 그림을 바라보아야만 했던 우리들은 그후 성인이 되어서 그림을 접했을 때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림을 바라보는 눈을 갖지 못했기에 그림을 감상하는 데 어려움과 불편함과 지루함을 가지게 되었고 미술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예술이야 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행위, 인간의 창의력이 발현된 최고의 결과물이며 그 중에서도 미술은 미적감각은 물론 상상력, 관찰력, 응용력을 길러주는 창의성의 도구이기에 저자는 이런 우리들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미술의 마법 속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 인도 방법으로 저자는 키워드를 통한 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 그림에도 주제가 있다. 그 주제의 핵심이 되는 단어들을 고르고 그 의미를 읽어내는 적극적인 감상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1장에서는 보이는 것들 즉 그림의 이름표라고 할 수 있는 서명에 담겨져있는 의미들, 손가락과 발과 입모양, 그리고 그림자가 우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의미들을 알려준다.

 

 2장에서는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림에도 소리가 있고 리듬과 속도감이 있으며 생각이 담겨있음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세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거침없는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새나 벌레 같은 다른 생명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때로는 거울을 통하여 자신을 바라보라고 권유한다. 그 외에도 지도와 명화달력, 액자와 초상화가 미술사에 끼친 영향과 역할에 대해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또 다른 감상법의 틀에 내 자신이 갇혀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저자는 그림을 감상할 때 자기만의 키워드를 찾으라고 얘기하는 건 아닐까.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나만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의 날개를 펼쳐 그림 속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또 나의 이야기를 그림에게 들려주는 것, 그렇게 그림과 소통하는 것이야 말로 창의성의 시대에 부응하는 미술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림을 그렸다는 반 고흐,

존재의 의미인 이름값을 하겠다는 화가의 열정적인 예술혼이 한없이 가슴에 젖어드는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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