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알라딘 서재
l
명예의 전당
블로거 베스트셀러
최근 서재글
이달의 당선작
인기태그
북플
l
알라딘 메인
l
국내도서
외국도서
eBook
중고샵
중고매장
커피
음반
DVD
알라딘굿즈
장바구니
주문조회
나의계정
고객센터
추천마법사
서재통합 검색
통합검색
국내도서
외국도서
eBook
알라딘굿즈
온라인중고
중고매장
커피
음반
DVD/BD
-----------
서재검색
서재태그
마이리뷰
마이리스트
마이페이퍼
서재
나의서재
l
전체글보기
보관리스트
구매리스트
방명록
서재브리핑
l
찜한 글
즐겨찾는 서재
내가 남긴 댓글
누군가가 남긴 댓글
먼댓글 브리핑
서재관리
l
나의 정보
카테고리 관리
레이아웃/메뉴
스킨/디자인
친구
오늘의 마이리스트
방문자 통계
글쓰기
l
리뷰
마이페이퍼
마이리스트
즐겨찾는 서재
l
아무것도없어요
https://blog.aladin.co.kr/727830113
글보기
l
서재브리핑
l
서재관리
l
북플
우리는 숫자가 아니랍니다 /이금희
l
기억할만한 지나침
댓글(
0
)
무림소녀
l 2010-01-03 20:57
https://blog.aladin.co.kr/727830113/3312837
우리는 숫자가 아니랍니다
이금희 방송인
(경향신문 2009.12.20)
수업시간이면 번호를 불러 학생에게 질문하던 선생님이 계셨다. “오늘이 17일이니까 7번이 대답해 봐라.” “다음 문제는 17번!” 그 선생님 수업 시간이면 날짜와 내 번호를 맞춰보고 안도하거나 걱정했던 일이 기억난다. 지금 선생님 성함은 잊었지만 수업 분위기가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생각난다.
그때 일은 이즈음 겪는 것에 비하면 낭만적이었다. 은행에 가도, 병원에 가도, 극장에 가도 우리는 번호로 불린다. 부르는 것도 생략하고 ‘딩동’하는 호출음만 울린다. 작은 전광판에 번호가 뜨면 창구로 가서 표를 사거나 업무를 보면 된다. 기계적이고 사무적이고 의례적이다. 창구 직원의 미소마저 차가운 듯하다. 그들에게 나는 368번째 손님일 뿐, 짧은 순간이라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아닌 듯싶어서다.
라디오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청취자들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소개할 때면 “휴대전화 끝 번호 1234를 쓰시는 분께서 신청하신 곡입니다”라고 말하는 내 진행방식에 한 청취자가 와락 짜증을 냈다. “꼭 그렇게 읽을 필요가 있을까요. 들을 때마다 좀 거슬리네요. 다른 프로그램처럼 1234님이라고 하시면 간편하고 좋잖아요.”
일러스트 | 김상민기자
그 내용 뒤에 이런 말을 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숫자로 사람을 부르는 것은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하는 방식입니다. 번호가 곧 그 사람은 아니니까 ‘1234님’이 아니라 ‘끝 번호 1234 쓰시는 분’이 맞는 거 아닐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문자메시지로 의견을 보내주세요.”
그랬더니 평소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사연이 날아왔다. 내 의견에 동조한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렇게 읽을 때면 너무 답답해서 채널을 확 다른 데로 돌려버립니다”라는 의견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휴대전화 끝 번호 ○○○○ 쓰시는 분’이라고 말하는 3~4초를 못 견디겠다, 무조건 간단한 게 좋다는 사람들도 예상외로 꽤 많았던 셈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인터넷망이 전국 방방곡곡 누비고 다니면서였을까. 내 나이 또래가 대부분 그렇듯 나도 ‘라디오 키드’였다. 매일 밤 FM 방송에 주파수를 맞춰놓고 노래를 들었고, 그때 한창 유행이던 예쁜 엽서를 방송국에 보내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러다 중학교 2학년 때 엽서가 처음으로 소개되었을 때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의 느낌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내 이름 석 자를 불러주던 DJ의 음성은 아이스크림보다 더 달콤하고 솜사탕보다 더 부드러웠다.
우리는 숫자가 아니다. 고유한 삶의 이력과 독자적인 정신세계를 이룬 구체적인 개인이다. 결코 숫자로 호출될 수 없는. 그런데도 우리를 번호로 부르는 것은 쉽게 다루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 편리하게 관리하거나, 통제 가능해서 그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사람마저 물건과 동격으로 취급하는 게 아닐는지. 생산 조립 라인에서 만들어져 마트 매장에 진열되는 물건은 관리 대상일 뿐, 관심의 대상은 아니다. 똑같이 머리 깎고 똑같이 옷 입힌 죄수들도 통제할 대상일 뿐, 애정의 대상은 아니지 않나.
진중권씨도 <미학 오디세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우리를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렀을까? 우리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리라. 우리도 때로는 친구들을 번호로 부르곤 했다. 이름을 부르는 것과, 번호를 부르는 것은 다르다. 친구를 번호로 부를 때 우리는 그를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인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실시되는 강의 평가에서 늘 최고 점수를 도맡다시피 하는 어느 여교수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단다. “뭐, 별 것 있겠어요.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모두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죠. 강의실에서 만나든 캠퍼스에서 지나치든 항상 이름을 불러줘요. 그럼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서 웃으며 인사해요. 정말이지 그것밖에 없어요.”
우리는 공장에서 생산되어 트레일러에 실리는 물건이 아니다. 바코드가 찍혀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에게는 이름이 있다. 거기에는 그렇게 자라기를 바라는, 이름 지은 이의 염원이 담겨있다. 그런 이름을 두고 숫자로 부르고 번호로 취급해버리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우리 스스로 인간임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가 내게로 다가와 꽃이 되었다는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이름 부르기를 포기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꽃이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댓글(
0
)
먼댓글(
0
)
좋아요(
0
)
좋아요
l
공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프린트 하기
E-mail로 보내기
l
찜하기
먼댓글 주소 :
https://blog.aladin.co.kr/trackback/727830113/3312837
먼댓글바로쓰기
리뷰로 쓰기
페이퍼로 쓰기
리스트로 쓰기
주소복사
ㅣ
소셜 링크 설정
트위터 계정을 알라딘 소셜링크로 설정하시면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상품정보와 나의 서재글을 내 트위터에 편리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소셜 링크 설정
페이스북 계정을 알라딘 소셜 링크로 설정하시면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상품정보와 나의 서재글을 내 페이스북에
편리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
무림소녀
마이리뷰
밑줄긋기
꿀잠
마이페이퍼
세상의심장
기억할만한 지나침
마지막비상구
방명록
서재지수
: 1149점
마이리뷰:
19
편
마이리스트:
1
편
마이페이퍼:
32
편
오늘 0, 총 3551 방문
최근 댓글
그 정도란 말입니까.....
<삼미수퍼스타즈의마지..
저 표지도 단순한게 은..
파란색 배경에 젓가락..
한국에도 이런 발랄한 ..
먼댓글 (트랙백)
powered by
aladin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