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를 품는다
나무 한 그루 심고
그것들 나날이 자라 이젠
영 딴 모습으로 열매 맺었다
자랑하는 이 있더라만
가슴 속에 심은 것은 그렇게
함부로 자라거나 변하지 않아서
차라리 바위덩어리 하나
가슴 속에 품은 사람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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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나무들 울창하게 우거져
발 딛을 틈 없는 세상에서
나도 푸르른 나무 한 그루 자랑스럽게 품는 날
꿈꾼 적 왜 없겠냐마는
똥과 함께 묵정밭 거름으로 뒹굴어도
아무 뿌리나 선뜻 받아 함부로 품지 않는
흙이 먼저 되기를.
한 번 품으면 영영 뒤집을 줄 모르는
뚝심 좋은 흙이 먼저 되기를
세월의 이끼 싯푸르게 더께 낀
바위 덩어리 하나, 끝끝내
품고 사는 미련도 있는 것이다
(박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