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꼬대 아닌 잠꼬대>
'난 올해 안으로 평양으로 갈 거야
기어코 가고 말 거야
서울역에 가서 평양가는 기차표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면
이 양반 머리가 돌았구만 할 테지
그래 돌았다 돌아도 한참 돌았다
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겠음
하는 수 없지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뱃속 편한 소리 하고 있구만
누가 자넬 평양에 가게 한대
국가보안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아니 그래도 나는 간다
역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고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고
이 땅에서 오늘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그 속에 묻히는 일이라고
벽을 문이라고 지르고 나가
38선은 없다고 소리치는 것이라고
평양 가는 표를 팔지 않겠음
난 걸어서라도 갈 테니까
임진강을 헤엄쳐서라도 갈 테니까
그러다가 총에라도 맞아 죽는 날이면
그야 하는 수 없지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으로 가는 거지.'
- 문익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