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진보적 지식인에 대한 단상
-- ‘전향’의 현상이 보여주는 진보적 지식인의 이면

그 ‘진보주의자’의 학연, 혈연에 대한 동류의 한국인 유학생에게마저도 과도하게 보이는 집착은, 필자로 하여금 레닌이즘과 학벌주의, 혈연주의가 과연 한 사람의 머리와 마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진보주의’의 대열에 합류했으면서도 본인이 ‘최고의 학부’, 그리고 ‘주류 집안’의 출신이라는 의식을 버리려 해도 버리지 못한다. 그들이 ‘민중의 혁명’을 부르짖으면서도, 본인들이 ‘최고의 학부’를 나온 만큼 당연히 그 민중들을 지도, 계몽해야 한다는 당당한 선민의식을 갖는다. 그 ‘최고의 학부’를 ‘최고’로 만든 것이 바로 민중들을 억압, 착취하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실에 대해서 그들이 특별히 고민하려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계급적 ‘구별 짓기’의 장인 입학시험에서 본인들이 성공했다는 ‘사건’이 그들의 의식과 행동을 계속 지배한다. 한국 진보주의자들의 놀라울 만큼 공고한 학벌 의식의 뿌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학벌의식과 ‘진보’ 행동의 관계에 관한 역사적인 연혁이 어떻게 되는가?

진보평론  제15호 - 박노자(오슬로국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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