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긴딘Sam Gindin (캐나다 자동차일반노조 CAW 전 활동가)
매그나 협약이 있었다. 이것은 최대 규모의 부품 회사에서의 조직화를 위한 시도였다. 그런데 그 대가로 '영원히' 파업을 포기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3년, 6년이 아니라 영원히 안하겠다는 거였다. 게다가 현장위원도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매그나협약 Magna Contract : 매그나는 세계 최대 다국적 자동차 부품회사. 캐나다에도 10여개의 공장이 있음. 2008년 CAW는 매그나를 조직했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협약이 CAW 사상 최악의 양보교섭이었다. CAW지도부(하그로브, 전직 위원장 화이트 등)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확대하는 목표를 우선시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이 협약을 변호했으나, 캐나다 노동운동계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 하그로브 위원장이 퇴진하고 현 위원장(Ken Rewenza)이 선출된 이유의 하나가 됨.)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좌파의 문제점은 그들이 작업장의 조직과 연계가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대응해야만 하는가?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으면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인 문제에만 매달리게 된다.
노조는 싸우지 않으면 관료화된다. 싸우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을 교육하고 상황을 설명해야 하고 토론하고 동원하고 집회를 조직해야 한다. 그래야 노조의 생명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다.
자동차에도 실업자가 더 많지만 이들을 동원하려 하지 않는다. 이들이 모이고 토론하고 분노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러나 철강노조는 모든 폐쇄된 공장의 현장위원, 조합원들과 함께 싸운다. 이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전략을 짜고 모든 다른 이슈들, 예컨대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중동 사태, 환경 문제 등도 함께 논의하고 토론한다. 인상적인 일이다.
아직도 전투적인 파업이 계속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파업을 하면 어떻게 되나? 이 파업에서 지면 어떻게 되나? 그 전망이 없으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파업이란 그것을 거치면서 더 강해진다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이 파업에서 감동을 받지 못한다. 파업을 통해 대중을 동원해야 하는데, 거꾸로 고립되고 있다. (공공노조의 청소부 파업을 가리킴)
그 동안 신자유주의 시기에 노동운동은 패배의 연속에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결집하고 있기도 하다. 신자유주의는 단순한 공세가 아니다. 알다시피, 더 길게, 더 많이 일함으로써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럴수록 행동할 시간이 없고, 집단적이 아니라 개인적이 된다. 사람들이 그렇게 개인적인 방식으로 신자유주의에 적응하기를 배운 것이다. 집단적 대응능력을 잃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살아남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생존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긴 시간 일을 할 수 없는 싱글맘, 빈민들, 실직자 등등, 그러나 자연발생적으로 해결책이 나올 수는 없다. 그래서 조직이 필요하다. 조직하지 않으면 대응할 수 없다.
회사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설비, 공장 자체를 다르게 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국적 수준에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생산체제를 구상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노조는 노동력을 관리한다. 내가 보기에 신자유주의가 노조를 바꾸어버렸다. 신자유주의에 대응해서 그것을 바꾸어낸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바꾸어 버렸다. 이제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경쟁력을 말한다. 어쩌잔 말인가?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NGO들이 그렇듯, 사회운동도 국가의 기능을 대행하고 있다. 더 싼 값으로, 국가가 NGO에 보조금을 주고, 아니면 프로젝트를 발주해준다. 돈도 따라온다. 돈이 없어지면, 사람을 쓸 수 없다. 이것이 정말 노동조합이 직면한 근본적 도전이다. 전반적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임영일소장이 샘긴딘(캐나다 자동차일반노조 CAW 전 활동가)와 한 대담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