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 위드 X 창비교육 성장소설 9
권여름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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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학교에 떠돌던 괴담 하나씩은 있지 않았나요? 홍콩 할미와 빨간 마스크같이 전국 공통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우리 학교만의 유니크한 괴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던 이야기. 아니 점점 구체화되어 하나의 전설이 되어버린 이야기들 말이죠. 오랜만에 이런 학교 괴담들을 담은 한국 단편소설을 만났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네요. 학교 귀신들은 여전한가 봅니다.

 

 


전교 1등의 공부 유튜브에 나타난 유령은 섬뜩한 반전이 있었고,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의 복수를 위해 벗어날 수 없는 카톡 감옥은 무시무시했고, 1학년 8반 30번에 걸린 저주는 계속되고, 비 오던 날 학교 하수구에서 보았다는 누군가의 손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

6편의 단편소설들은 공포 소설의 기본인 반전도 있었고, 익히 들어왔던 저주의 변형도 있었고, 학교마다 있을법한 으스스한 장소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 수밖에 없더라고요. 두 눈을 가리고는 손가락 사이로 지켜보았던 공포영화의 느낌 그대로였답니다. 어떤 결말일지 충분히 예상이 되지만, 왜 깜짝 놀라고 있는 건지.. 읽어보시면 압니다. 여러분이라고 다르지는 않을 듯하네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왜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장소는 학교인 걸까요? 아마 가장 호기심 많고, 가장 혼란스럽고, 가장 혈기 왕성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장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절대로 내 맘대로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기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성장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질투하고 시기하고 경쟁해야만 하는 장소이기에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무서운 이야기를 읽으면서 괜히 찡해집니다. 이런 괴담을 통해서 잠시나마 긴장감을 살짝 내려놓고 스트레스가 풀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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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이 오지 않기를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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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심리 스릴러라는 소설 한 편. 요즘처럼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하루 종일 먹구름으로 어두컴컴한 날에 집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읽으면 딱이지 않을까 싶은 책 한 권을 만났는데요.

누가 누구를 속인다는 걸까요? 한 남자의 실종이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파국을 향해 간다는데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의 이야기.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두 여자의 이야기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로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는데요.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는 누군가의 한마디는 진짜였네요.


 

 


이하라 사에. 엄마에게 칭찬받기 위해 열심히 살아온 그녀는 힘든 직장 일을 끝내고 항상 나짱을 만납니다. 모든 것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인 나짱은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가 봅니다. 좋아했던 남자친구와 헤어질 정도로.. 결혼식 전날 예비 시댁의 중요한 행사에 빠질 정도로.. 하지만, 다른 여자가 임신을 했다며 외도를 고백하는 남편의 실종이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서 복잡해지네요.

가시와기 나쓰코. 집안일은 하나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아내를 무시하는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는 미용 봉사활동을 하는 주부인데요. 자신과 다르게 붙임성 있고 활발한 사에가 부럽기만 합니다. 그런 그녀를 위해 과감하게 살인까지 하는데요. 봉사활동 단체의 차를 빌리고, 시체를 풀숲에 숨기고, 새벽에 가족 몰래 나와 구덩이를 파고.. 그녀의 정체는 뭔가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한 두 여자, 이들의 관계는 복잡합니다. 아니 처음부터 독자를 헷갈리게 만드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진실을 고스란히 밝히면서 놀라게 만드는군요. 나짱과 사에는 도대체 어떤 관계인 걸까요?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친구인가요?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 이런 걸까요? 뭔가 깊은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동경하는 듯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들.. 사에의 남편 다이시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관계를 파악해야 할 듯합니다.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여자들. 아이를 잘 키워야만 한다는 여자들. 남편과 다시 새로운 관계를 위해서? 여자는 엄마가 되어야만 하니까?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아이를 보기 위해? 어떤 이유가 되었건 여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은 이제 시대착오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나쓰코와 사에, 그리고 마리에까지.. 그녀들의 삶이 이렇게 꼬이고 엮이고 아팠던 이유가 이런 집착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치밀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는 놀라운 결말만큼 여러 생각을 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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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소설 - 미디어로 만나는 우리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김애란 외 지음, 배우리.김보경.윤제영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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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저는 연결되어 있는 거겠죠? 어떤 경로로 제 글을 읽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떤 의도와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짧은 시간이 연결되어 있네요.

눈을 뜨고 눈을 감을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 아니 무엇인가와 연결되어 있는 거 같아요. 이제는 이런 삶이 너무 당연해서 이렇게 조금 생각해야만 인지할 수 있을 정도네요. 그런데 과연 괜찮은 걸까요? 여덟 편의 단편에서는 다양한 각도와 시선, 관점과 사건에서 연결이라는 의미를 다루고 있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요? 결코 가볍지 않을 듯한 이야기, 궁금하네요.


 

 

사라진 언어를 보존하고 연구한다는 소수 언어 박물관에 살고 있는 살아있는 화자들,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없는 유령 공선, 포장되고 거짓된 삶을 살았던 자신과 너무 다른 모습의 후원 아동, 일방적인 외침 같은 장바구니에 무수히 담긴 물건들, 진실과 진심을 아직 모르는 유명 키즈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 통하지 않는 아내보다 더 의미가 있어 보이는 무료 나눔을 통해 만난 낯선 이들과의 낯선 만남, 모든 것을 보여주는 새로운 네트워킹 마인드넷까지..

연결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각기 다른 단편들은 연결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말하고 있더라고요. 우리의 삶에 너무 깊숙이 들어와있는 미디어에 대한.. 심각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우리의 삶에 대해서 말이죠.


 

 

우리 사회는 한순간도 혼자일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지만, 왜 인간은 더 외롭고 더 고독해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미디어로 둘러싸인 세상이지만, 내 목소리를 낼 공간도 없고 내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줄 누군가도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간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책이었던 거 같아요. 단편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이야기였지만, 하나의 주제로 모여있으니 또 다른 의미가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은 한국 단편소설,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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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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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늘 보셨어요? 오랜만에 아침 하늘을 올려다보니 너무 예쁘더라고요. 파란 하늘에 솜털 구름이 펼쳐져 있었는데요. 아침 햇살에 반짝이고 있는 모습에 저절로 감탄이... 이렇게 아침 하늘이 너무 예쁜 날에 솜털 구름처럼 표지가 반짝이는 책 한 권도 만났는데요. 엄마가 되고 싶은 여자와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의 눈부신 동행,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는 추천글에 읽고 보고 싶더라고요. 저만 그런 걸까요? 가끔은 이렇게 아름답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으세요? 가슴 저미는 이야기가 끌리는 날이 있지 않으신가요? 특히 오늘처럼 화창한 날에는..

 

 

 

어릴 적 놀러 간 바닷가에서 왜 나는 남자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걸까? 여자 수영복을 입으면 안 되는 건가?라며 슬퍼했던 나기사는 뒤늦게 커밍아웃을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진짜 여자가 되기 위해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갑니다. 매일 밤 어설픈 백조 공연을 하면서, 술 취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꿈을 저축하고 있네요. 하지만, 겉모습이 여자라고 진정한 여자는 아닌가 봅니다. 엄마는 될 수가 없으니까요.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는 엄마가 되고 싶은가 봅니다.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은가 보네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싶은 게 아닐까 싶네요.

 

고향에서 누구가 겪어야 했던 불량 학생이었던 나기사의 이모가 십 대 시절에 낳은 아이 이치카. 폭력과 용서로 되풀이되는 엄마를 피해 어쩔 수 없이 나기사에게로 옵니다. 깊은 상처 때문에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 그녀의 유일한 기쁨은 바로 발레. 우연히 발레 교습소 선생의 눈에 띄고, 부모의 잘못된 사랑에 엇나가는 친구의 도움, 타고난 신체와 절실함으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되는데요. 하지만, 역시 돈이 문제네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이치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어쩔 수 없이 함께 했기에, 서로가 어색했기에 이들의 시작은 쉽지만은 않았는데요. 그 아이의 눈이 불쾌했던 이유는 바로 그 자신의 눈과 같았기 때문이었다네요.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고독한 아이의 눈은 자신의 고독을 상기시키고 있었기에 싫었던 거였어요.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아픔을 닮은 그 아이.. 그렇기에 미웠지만, 그랬기에 더 눈이 갔던 게 아니었을까요? 이제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겠네요. 몰래 하고 있던 발레를 들킨 순간, 서로를 향한 외침은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일 듯합니다. 이제 나기사와 이치카의 관계는 조금 나아지는 걸까요?

 

 

과연 이들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일까요? 아니면 새드엔딩인가요? 이어질 듯하면서도 계속 멀어지기만 하는 그들. 행복해질 듯하면서도 불행이 끈질기게 따라붙네요. 마지막까지 몰입하게 만들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답게 슬펐던 이야기. 영화 예고편을 보니 소설의 느낌이 100% 이상 들어가 있더라고요.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이 제가 생각한 장면 그대로이더라고요. 영화도 꼭 봐야겠어요. 어찌 보면 뻔한 전개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지만, 보고 싶고 보게 되는 이야기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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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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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흔히 하는 이야기가 여름에는 공포가 정답이라고 하잖아요. 호러 영화 보면서 소리를 지르고, 공포 소설을 읽으면서 소름 한번 쫙 돋아야 더위가 싹 사라진다고 하잖아요. 동의하시나요? 더위 탈출 호러의 모든 노하우를, 아니 호러 예찬론자의 에세이를 만났는데요. 하지만, 살짝 걱정입니다. 저자 스스로 겁쟁이라고 하더라고요. 무서워서 괴담 하나도 볼까 말까 수차례 고민을 한다는 겁쟁이가 쓴 에세이라는데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걸까요? 제목만 봐도 여름 휴가책이지 않나요? 그래서 더 궁금하긴 합니다.


 

 


공포를 좋아하는 겁쟁이라.. 뭔가 상반되는 듯한 단어의 조합인데 별로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 겁쟁이와 호러 예찬은 별개라는 그의 주장은 꽤 그럴싸해 보입니다. 겁쟁이야말로 진정한 호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주장까지도 읽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장르인 호러를 제대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겁쟁이라는 놀라운 이론! 놀라운 이론이네요. 동의합니다! 인정합니다! 뭔가 살짝 속은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무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매력을 가진 장르. 공포! 호러! 저희 집도 마찬가지인데요. 왜 그렇게 무서운 유튜브 영상을 보는지.. 무섭다면서 계속 보게 되는지.. 하지만, 저자의 취향은 이런 보통을 넘어서고 있네요. 이 정도면 감히 공감하기 어려울 듯한데요.

거대한 몸집을 가진 괴물. 수십 개의 팔과 다리와 눈을 가진 괴물. <자이고트>라는 단편영화를 보면서 환호성을 질렀다네요. 세상에 이렇게 징그럽고 아름다운 괴물이 존재한다고 말이죠. 피를 뚝뚝 흘리며 내장을 씹어 먹는 좀비가 나오던 <새벽의 저주>를 보면서 고어물에 대한 시각적인 갈증을 충족했다고 합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임 <더 하우스 1>을 플레이하면서 ‘뒷덜미가 뜨거워지는 공포’가 무엇인지 느꼈다고 합니다. 음.. 공감 가능하시나요?



 

 


세상에 이런 에세이는 어디에도 없을 듯하네요. 자칭 국내 최초 호러 에세이라고 칭할만합니다. 더운 여름 휴가책으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을 듯 하네요. 공포물에 대한 지식을 걱정했고, 에세이에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할지 고민했다고 하지만.. 충분히 깊었고, 충분히 솔직하지 않았나 싶네요. 호러 소설부터 영화, 게임까지 덕후의 재질을 가진 저자의 전문성과 겁쟁이라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하는 용기까지.. 비록 제가 즐겨 찾는 장르는 아니지만, 이해하고 공감하고 감탄하게 만든 책이었어요. 다 읽고 나니 이렇게 소리쳐서 말하고 싶네요. 세상의 겁쟁이들이여! 당당하게 무서워하자! 무섭지만 즐겨보자! 고백하자면 저도 이들 부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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