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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의 그리스로마신화 ㅣ 현대지성 클래식 13
이디스 해밀턴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4월
평점 :

제우스, 헤라,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테나, 아르테미스, 헤파이스토스, 포세이돈, 하데스, 헤르메스..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지 않나요? 헤라클레스, 오디세우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이 사람들 이름은요? 국어책에 나오는 철수와 영희도 아니고, 영어 시간에 나오는 마이클과 제인도 아닌.. 너무너무 어려운 이름들이 난무한 신화 속 주인공들인데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어떻게 이들의 이름이 이렇게 익숙하고 친숙한 걸까요? 그게 바로 문화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맞나요? ㅎㅎ 하긴 요즘 BTS 멤버들의 이름을 외우고, 카메라를 보면서 "보라해요"를 외치는 해외 팬들이 전혀 어색하지 않잖아요. 문화의 힘은 대단한 듯하네요.
이번에 만난 책이 바로 그 대단한 힘을 느껴보실 수 있는 책이더라고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시면 BTS 멤버들 이름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술술 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제가 그렇게 되었거든요! 완전 팬이 되었어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 누군가 들려줬던 이름들! 이번에 저랑 한번 제대로 빠져보시겠어요? (제가 BTS 멤버들 이름을 전부 모르는 건 비밀입니다..ㅋ)

이집트의 스핑크스나 아시리아의 새-짐승 형상의 신 앞에서 웃는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올림포스에서는 신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친구처럼 느껴졌다. /p.19 서론
그렇군요. 그리스는 그 이전 시대와는 다른 이야기를 만들었던 거였군요. 신은 그리스 시대로 오면서 이제는 더 이상 전능하고 위대한 공포의 대상이 아닌,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와 같은 감정도 있고 삶도 있는 의인화된 신. 위대한 영웅 헤라클레스의 고향이 실제로 존재하고,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거품에서 태어난 바닷가가 실제로 있고, 날개 달린 페가수스가 매일 잠드는 마구간이 있다니.. 그래서 그들이 더 실감나고 친근하고 매력적인가 봅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로마 신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저도 이런 매력에 반했나 봅니다.

이렇게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가 불에서 태어나 물의 님프들 손에 양육된 것처럼 포도를 잘 익게 하는 것은 뜨거운 태양의 열기이며, 식물이 잘 살도록 유지해 주는 것은 수분이었다 /p.94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냥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었어요. 그냥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신들의 이야기는 아니었답니다. 삶에 대한 지혜와 철학이 담겨있네요. 자연에 대한 이해와 인생에 대한 해학이 있었답니다.
제우스의 아들이자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제우스의 후광에 불타 죽은 엄마, 그리고 물의 요정 님프들에게 보살핌을 받은 아들. 불과 물은 상극이지만, 디오니소스가 사랑하는 포도나무에는 꼭 필요한 요소들이잖아요. 그리고, 포도주는 행복과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깊은 수령에 빠지게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냥 막장 드라마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 세상의 이치가 들어있고 삶의 지혜가 담겨있네요. 읽으면서 여러 번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서양 문화의 기원을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라고 하나 봐요. 엄청 멋지지 않나요? 철학과 지혜와 해학이 담긴 엄청난 신화가 자신들 문화의 기원이라니... 좋네요! 멋져요! 부러워요!

신화가 참으로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땅과 나무, 바다, 꽃, 산 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시대로 이끈다는 점이다. 신화가 형성되던 시기에는 실재와 환상 사이에 뚜렷한 구별이 없었다. /p.15 서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로 클릭 몇 번을 하면 무엇이든지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 우리는 왜 이렇게 신화 이야기에 푹 빠져있는 걸까요?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더 신기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최신기술이 있는데도 왜 이렇게 옛날 신화 이야기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는 걸까요?
실재와 환상이 함께 했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요? 자유로운 상상을 하면서 행복했고 즐거웠고 재미났던 그 시절이 부러운 게 아닐까요? 너무 많은 것들이 밝혀졌기에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지금은 환상의 세계로 갈 수가 없잖아요. 너무 많이 알고 있기에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지금은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초판 발행 80주년 기념으로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아쉬웠던 신화 이야기가 담긴 명화들이 컬러로 업그레이드되어 새롭게 출간된 해밀턴이 그리스로마 신화. 이런 개정판은 정말 칭찬해 줘야 하지 않나요? 첫인상은 벽돌책이었지만,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인문학 책이었답니다. 신화 분야의 판매량이 압도적 1위라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그리스 로마신화를 제대로 만나보고 싶으시다면 바로 이 책으로 추천드리고 싶네요. 진심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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