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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한국과 중국,, 가깝지만 너무나도 다른 나라가 아닐까 싶은데요. 같은 아시아 대륙에 있지만, 같은 한자 문화권이지만, 같은 역사를 마주하며 살아왔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고, 서로 다른 문자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던 우리와 그들. 그렇기에 재미난 만남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몸에 대한 sf 소설을 담은 책에는 한국과 중국에서 인정받는 여성 작가들이 모였다고 하더라고요. 6명의 sf 작가, 6명의 여성작가,,, 하지만 3명의 한국작가와 3명의 중국 작가,, 그리고 ‘몸’이라는 하나의 주제.. 궁금하네요.

우주복과 비슷한 양봉복을 입고 자신만의 우주, 아니 벌들의 우주를 탐험하는 단하는 혼자만의 루틴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듯하네요. 그런데,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이방인.. 벌에 좀 쏘여봐도 되겠냐고 합니다. 혹시 미친 여자인 걸까요?? 그녀는 오래전에, 정말 오래전에 올린 글의 자동 메시지를 받고 찾아온 곤충 연구가라고 하는데요. 꾸준히 찾아오는 그녀가 마냥 싫지는 않은가 봅니다. 하지만, 뭔가 수상하네요. 그녀는 벌보다 자신을 관찰하는 듯하거든요. 거짓된 감정과 거짓된 삶을 살아가는 인류를 위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들어온 신인류를 위해서 말이죠.
내가 그냥 전자 신호라는 것을,, 내가 실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들은 모든 것이 가짜일 뿐이었다고 하네요. 몸을 가졌던 이들이 만든 시스템의 한계? 하지만 몰두.. 그것만이 그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들이 만난 등대지기, 다이버, 수족관 관리자, 즉흥 연주자는 각기 다른 방식의 몰두를 보여주는데요. 과연 이들은 삶의 의미를 찾을까요?

새로운 버전의 어린 왕자 이야기 같은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또 다른 5명 작가들의 각기 다른 sf 소설들이 담겨있었는데요. 몸을 잃어버리거나, 몸을 버리거나, 몸에서 분리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새로운 세상을 향하는 방법이었던 듯하네요. 하나의 굴레, 인간에게 가장 큰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들에는 그것이 곧 자유는 아닌 듯하네요. 감정과 욕구를 삭제하면 행복해질까요?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세상은 행복만 가득할까요?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알게 되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변들을 살짝 들려주고 있는데요. 그게 정답도 아닐 것이고, 유일한 답도 아닐 테지만,,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리는 모습 중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궁금합니다. 이 소설에서 보여준 것처럼 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신인류의 모습일지도.. 세상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에 의해 조정당할 지도.. 우주 전체의 리셋으로 새로운 시간을 마주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결국 우리 인류는 살아남는다..? 지금의 나와 같은 인류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들 역시나 인간이기에 완벽하지 않을 듯하네요. 완벽하지 않기에 완전할 수 없고, 그렇기에 바뀔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니까요.

중국 작가들의 이야기는 약간 낯선 모습이 있긴 했지만, 그들 역시나 신선하고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고 있었답니다. 한국 작가들은 여전히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버리네요. 다시 몸으로.. 우리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존재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난 단편집이었네요. 혹시 괜찮은 sf 소설을 찾으신다면 추천드립니다. 게다가 표지도 너무 예쁘답니다. 표지에 반하고, 내용에 반해버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