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30만부 기념 거울 에디션)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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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의심이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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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삶은 평등한가요? 누군가에게 차별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요? 아니면,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렇게 답할 듯하네요. 나는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말이죠. 우리 모두는 평등한 존재라고 말이죠. 하지만,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조금은 의심하게 됩니다. 혹시 내가? 그럴 리가 없지만 설마 내가?

안타깝지만 당신은 이미 누군가를 차별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차별을 받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니까요. 단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삶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에, 나와 너무나도 멀리 있기에.. 다양한 이유로 당신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하는데요. 정말일까요? 도대체 왜? 내가 왜???




??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삶을 지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자유와 함께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이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왜 누군가는 차별받고 있다고 항의하고, 그들의 주장에 또 다른 반대 의견들이 생기고,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항변하는 이들이 생기는 걸까요?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은 부당하다는 남성인권운동가, 제주도에 도착한 난민들을 향한 모두의 반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결혼이주민들과 다문화 가정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요즘 한국 사회의 새로운 이슈인 성소수자들에 대한 논란까지.. 우리는 분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너무나도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자신만의 입장을 내세웁니다. 본인에게 유리한 입장에서, 이미 차지하고 있는 권력을 빼앗길까 봐서,,,

알고 보니, 이미 오래전 과거부터 다양한 차별들은 존재했고 갈등했고 해소되었더라고요. 노예제도가 대표적이고, 더 오래전에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진 권리, 그리고 피부색에 따른 인종차별까지.. 하지만, 이러한 차별이 정말로 사라져서 평등한 사회가 되었을까요? 너무나도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는 말해주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새로운 노예제도, 새로운 남녀 차별, 새로운 인종차별을 하고 있다고 말이죠. 너무나도 교묘하기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기에, 너무나도 은밀하기에 눈치챌 수가 없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이젠 모든 것이 의심스럽네요. 무슨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차별일 수가 있었거든요. 그들이 없는 것을 가진 나는 권력을 가진 차별주의자가 될 수도 있었거든요. 하나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차별이 존재하고 있었거든요. 너무 어렵네요. 하나하나 따지면 똑같을 수가 없는 우리 모두를 어떻게 똑같이 대할 수가 있을까요?

다행히도 이미 '모두를 위한 화장실'처럼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제도와 법이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그 제도와 법을 만드는 이들도 역시 우리들 중에 누군가일 테니 또 다른 빈틈이 생기겠죠? 아마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누군가 의심하고, 누군가 논쟁하고, 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면 누군가는 듣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조금씩 고민한다면 한 걸음씩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입장과 관점과 위치가 존재하기에 차별과 평등을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렵네요. 그래서일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이 책은 수많은 독서 모임의 단골손님이더라고요. 책을 읽고 나면 하고픈 말도 많을 듯하고, 놀라운 깨달음도 많을 듯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도 궁금해지거든요. 그렇기에 토론하거나 논쟁하기도 좋은 주제이지 않을까 싶네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듯합니다. 조금 더 많은 모임에서 이 책을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더 많이 읽고 더 많은 분들이 차별과 평등이라는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하고 고심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면서 받는 상처가 줄어들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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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는 마음 - 문화예술 변호사 박주희의 예술 같은 나날들
박주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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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예술은 숨통을 트이게 하는 도피처였다.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무엇이 ‘옳은’ 방식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마다 미술관을 찾았다.
p.90

책표지가 눈길을 확 잡아끌지 않나요? 어떤 책이길래 바로 뒤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는데도 저렇게나 집중하는 걸까요? 두 다리를 올리고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이 누굴까요? 어떤 책일까 너무 궁금해졌는데요. 그림 속의 여인이 읽고 있는 책,, 아마도 문화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박주희 변호사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해야만 하는 변호사는 직업을.. 그리고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변호사라는 삶을 살게 되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뭔가 영화와 같은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저자는 어쩌다 보니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합니다. 옆의 친구보다 조금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욕심에 공부를 했고, 대한민국 대다수와 비슷하게 부모님의 권유로 학과를 선택했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며 말했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원하던 사시를 합격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내놓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던 저자는 정답과 오답으로만 나눌 수 없는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삶은 선택 항목이 너무 많은 객관식이고 시험지마다 주어진 문제가 제각각인 주관식이었다고 하네요. 혼란스러웠던 그녀의 도피처는 예술이었다고 합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었거든요. 저마다의 답을 찾는 그곳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녀는 문화예술 전문 변호사가 된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런 그녀의 삶은 매번 성공만이 있는 드라마 속의 화려함은 아닌 듯하더라고요. 하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온 삶에서 찾아낸 그녀만의 특별함은 그 어떤 화려함보다 더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너무나도 짜증 나는 상황을 납작하게 바라보면서 감정을 지키는가 하면, 쓸모를 생각하지 않는 무쓸모의 취미를 통해 생각을 비우고, 담백하게 거절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중이며, 누군가의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합니다.

하지만, 예술과 법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시키기 위해 모든 감정을 쏟아야 하고,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누군가에게 따지기보다는 이기기 위해서 참아야만 한다고 하네요. 변호사님은 누구 편이냐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해야만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직도 계속하는 마음인가 봅니다. 아니, 계속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평소에 스스로 솔직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그녀도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 것에는 부담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루하루 긴장과 불안의 연속인 자기 자신을 이완하는 시간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여러 번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그녀의 사연들은 조용한 미소를 띠게 만들더라고요. 이야기에 담긴 그녀만의 마음을 닮고 싶어지더라고요. 삶이란 이런 거였지.. 나 역시나 그러고 있었던 거 같다.. 우리 모두 비슷한 거였구나.. 이러면서 말이죠.

문화예술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궁금해서 펼쳐보았던 에세이였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자의 특별한 직업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라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힘들거나 지치거나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동안 누군가에게 에세이 한 권을 추천한다면 오늘 만난 이 책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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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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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허락을 구하지도, 그렇다고 나중에 고마움을 표하지도 않고 숲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제멋대로 가져가는 낯선 인간들 말이다.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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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요? 머나먼 미래에 역사는 우린 인간을 어떻게 설명하고 규정하고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며 평생을 살아왔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유작을 읽다 보니.. 누군가는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착취하고 이용하고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거든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고래는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봤을 텐데요. 이들이 지켜봤던 인간들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관계에서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답니다. 환경도서이면서도 한편의 동화처럼 담겨 있었는데요.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닐 듯해서 마음부터 아프네요. 하지만, 하얀 고래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가 궁금해서 천천히 읽어보았답니다.


바닷가에 떠밀려 올라온 신기한 잿빛을 띈 향유 고래 한 마리. 고래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배와 함께 떠난 고래를 바라보던 한 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다네요. 라프켄테, 바다의 사람들이라는 아이는 그에게 바다의 이야기, 아니 고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금조개 하나를 건네는데요. 바다의 옛날 언어로 들려주는 고래의 이야기가 짧게 짧게 담겨있답니다. 태평양 연안 모차섬에서 전해오는 하얀 향유고래의 이야기가 말이죠.

커다란 덩치의 고래를 두려워했고, 끝이 없는 바다를 두려워했던 인간. 이들은 바다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파도와 싸우는 방법을.. 그리고 망망대해를 지나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고래의 기름과 내장을 얻기 위해 무자비한 존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 그들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결국 오랜 시간을 걸쳐 전해오는 약속을 지키는 하얀 고래와 부딪히게 된다는데요. 인간과 자연.. 욕망과 분노.. 현실과 꿈.. 이들의 충돌이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요?

오래전 인간은 바다로 나오던 시절부터 그들을 바라봤던 고래. 하지만 인간들은 조금씩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영역을 넓히면서 이제는 자신들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거친 바다보다 더 잔인해지네요. 이런 이들에게 분노하는 고래의 공격은 과연 잘못된 걸까요? 우리의 편리를 위해 고래는 이용당하고 희생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이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니 너무나도 인간이란 존재가 싫어지네요.


하얀 고래의 넋두리 같으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친 여정이면서도, 하나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읽다 보니 몰입하게 됩니다. 인간이 아니라 고래 한 마리가 되어 바다에서 헤엄치는 듯하네요.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래 이야기의 대표작은 역시 모비딕일 텐데요. 이제 모비딕을 볼 때마다 거대한 몸집의 하얀 고래가 생각날 듯합니다. 바다를 말해주던 하얀 고래가.. 오래전부터 인간을 바라보았지만 인간의 적이 되어버린 하얀 고래를.. 영혼을 인도하던 4명의 할머니 고래를 지키던 하얀 고래를 말이죠. 아름답지만 아프고, 몽환적이지만 날카로운 동화였네요.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환경도서 동화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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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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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이미 '저주 토끼'로 세계적인 문학상에서 인정받았던 정보라 작가 아시나요?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sf 소설이 리뉴얼해서 출간했다는 소식에 후다닥 읽는 중이었는데, 또 다른 좋은 소식이 들리네요. 세계 3대 SF 소설상인 필립 K 딕상 후보에 바로 이 책의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가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한국 작가가 쓴 작품이 오른 것이 처음이라니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수상까지 하면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살짝 기대하는 중이랍니다.

혹시 제가 더 열심히 읽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늦은 시간까지 완독해버렸는데요. 아니, 솔직히 중간에 덮을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나도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이었거든요.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이 이 정도였을까 싶은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였거든요. 8편의 단편소설,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반전은 정말..!!!



너의 유토피아는. 1부터 10까지 수치화한다면, 너의 유토피아는.
p.51

일련번호 314.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고장나 있었고, 앞쪽 부분은 지워져서 가장 뒤쪽의 세 자리만 읽을 수 있었던 그 녀석은 아마도 진단 설문용 로봇이 아니었을까 추정이 된다고 하네요. 1부터 10까지 수치화된 대답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그를 뒷자리에 태우고 다니는 스마트카. 그들은 인간들이 버리고 떠난 지구에 남겨진 로봇들이었다고 하는데요. 발전기도 없고, 눈과 안개로 뒤덮인 지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동하고 이동하는 이들이 만난 것은 거대한 건물이었답니다. 옥상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로봇의 제1원칙과 제2원칙을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함정! 태양열 패널과 전지를 원하던 건물의 달콤한 유혹! 무수한 기계들이 결합한 괴물의 공격! 그리고..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는 314. 유일한 친구를 떠나보낸 상실과 슬픔, 그리고 그를 위해 따스한 공기를 남겨주는 애도까지.. 도대체 이들의 유토피아는 어디인 걸까요? 그리고 이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는 이런 질문을 남기네요.




그리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7편의 단편소설들.. 영생불사 연구소에 과장이자 막내의 고된 회사 생활은 결코 끝날 수가 없습니다. 서로를 잡아먹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지는 바이러스로 인류는 마지막 희망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요. 지구인의 생태를 연구하러 온 외계인이라는 아내는 잠시 사라졌다가 또 다른 아내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파킨슨병에 걸린 그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엘리베이터의 선곡이 아름답네요. 과학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들에게 대항하는 식물들의 반란은 무서우면서도 놀랍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여인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뇌스캔으로 조사를 받네요.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가 세계 3대 SF 소설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지만, 그 어느 작품이 올랐다고 해도 아무도 반발할 수 없을 듯하더라고요. 이게 바로 정보라 작가의 힘인 듯합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SF 소설이라서 매번 놀라고, 매번 즐겁고, 매번 감탄을 하면서 읽었답니다. 하지만, 8편의 단편소설을 다 읽고 나니 슬프고 또 슬프기만 하네요. 우리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면 말이죠. 정보라 작가 특유의 디스토피아 세계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행복해지기 위한 한걸음 한 걸음이었을 텐데, 그 미래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네요.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 안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작품들을 오히려 엄청 집중하면서 읽었답니다. 작디작은 희망들을 이야기 안에서 꼭 발견하고 싶었거든요. 지난번에 만났던 '저주 토끼'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네요. 아마도 정보라 작가의 책을 추천한다면, 저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세상들.. 그녀가 들려주는 메시지로 꽉 채워진 이야기들이었거든요. 꼭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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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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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받은 도서입니다.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얻은 조각을 하나씩 맞추는 동안 떠오른 것은 범죄와는 반대 지점에 있을 '애정'이었다.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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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아동 동시 납치 사건!! 사라진 아이는 3년 만에 아무런 피해도 없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라졌던 3년에 대해서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도대체 왜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까요? 많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만,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추리는 도저히 떠오르질 않네요. 궁금하고 궁금한 그 비밀이 30년 만에 드디어 밝혀진다고 합니다. 끈질긴 추리와 수사 끝에 말이죠. 미해결로 남은 사건에 대해 아쉬움과 후회가 남은 형사, 그리고 그의 부탁을 받은 기자에 의해서 말이죠. 궁금하네요.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 하나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납치를 당합니다. 유괴 사건 전담반에는 비상이 걸리죠. 초기 대응이 중요한 사건이었기에, 경험이 많은 이들로 이루어진 이들은 체계적으로 대응을 해나갑니다. 조심스럽게 집으로 침투하고, 필요한 장비를 설치하고, 범인과의 대화 방법을 지도하고, 거래하는 순간에 모든 것을 집중합니다. 그런데,, 4살 아이의 유괴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네요. 동일범..! 그렇다면 어느 사건이 진짜? 한정된 인력과 장비,, 그리고 시간에 쫓깁니다. 1억 엔이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아이의 할아버지는 비를 맞으며 범인의 요구사항에 응하는데요. 범인은 나타날까요? 두근두근.. 누군가 돈 가방을 집어 듭니다. 그러고는 경찰서에 분실물 신고를...!! 사라진 범인, 사라진 아이,,, 사건은 이렇게 끝나버립니다.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시점에 조부모 집에 7살의 아이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이상하네요. 아이는 너무나도 착실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모습이었다고 하네요. 깔끔한 옷차림에 읽고 쓰는 법도 알고 있었고, 그림 실력도 좋아지고, 예의범절까지.. 오히려 유괴당하기 전에 엄마의 방임으로 학대에 가까웠던 생활보다 더 나은 삶을 지내온 듯합니다. 도대체 누가 이 아이를 돌봐준 걸까요? 왜 이 아이를 3년 동안 보살핀 걸까요? 그리고 이제서야 돌려보낸 이유는??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힌트가 보입니다. 일생의 마지막 취재라면서,, 모든 것은 현장에 답이 있다면서,, 유괴 사건 현장에 있었던 형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몬덴 기자는 비밀의 3년에 가까워지는데요. 

하나의 미술 장르로 취급되지 않았던 사실화였지만,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던 신예 작가의 비밀이 하나의 힌트가 됩니다. 30년 전에 스승과 제자라는 주종 관계에 묶여있던 미술계의 관습 때문에 좌절했던 또 다른 사실화 화가의 그림 역시나 하나의 힌트였네요.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영원히 함께라던 그들의 이야기..  요즘 사회에서 찾기 힘든 사랑이었네요. 




30년 전에 있었던 실패한 유괴 사건, 그리고 3년 만에 돌아온 아이가 말하지 않는 3년의 시간, 그리고 끝까지 사건을 놓지 않고 비밀을 파헤치려는 형사와 기자까지.. 이들은 이렇게 하나의 사건으로 인연을 만들었군요. 그런데 그 인연은 단순한 만남이 아닌 운명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이들 모두의 삶에 치명적인 사건이었고, 이렇게 삶의 시작 또는 끝을 변하게 만드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우리도 삶에서 한 번쯤은 이런 만남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존재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그 순간.. 어마어마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모를 뿐이지 않을까요? 흥미로운 미스터리 일본 소설 덕분에 삶이란 것에 대해 잠시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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