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말하는 하얀 고래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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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허락을 구하지도, 그렇다고 나중에 고마움을 표하지도 않고 숲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제멋대로 가져가는 낯선 인간들 말이다.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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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도대체 어떤 동물일까요? 머나먼 미래에 역사는 우린 인간을 어떻게 설명하고 규정하고 있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며 평생을 살아왔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유작을 읽다 보니.. 누군가는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착취하고 이용하고 희생해야만 하는 존재로 여기는 듯하거든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라는 고래는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봤을 텐데요. 이들이 지켜봤던 인간들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관계에서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답니다. 환경도서이면서도 한편의 동화처럼 담겨 있었는데요.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닐 듯해서 마음부터 아프네요. 하지만, 하얀 고래가 들려주는 바다 이야기가 궁금해서 천천히 읽어보았답니다.


바닷가에 떠밀려 올라온 신기한 잿빛을 띈 향유 고래 한 마리. 고래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배와 함께 떠난 고래를 바라보던 한 아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다네요. 라프켄테, 바다의 사람들이라는 아이는 그에게 바다의 이야기, 아니 고래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금조개 하나를 건네는데요. 바다의 옛날 언어로 들려주는 고래의 이야기가 짧게 짧게 담겨있답니다. 태평양 연안 모차섬에서 전해오는 하얀 향유고래의 이야기가 말이죠.

커다란 덩치의 고래를 두려워했고, 끝이 없는 바다를 두려워했던 인간. 이들은 바다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파도와 싸우는 방법을.. 그리고 망망대해를 지나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고래의 기름과 내장을 얻기 위해 무자비한 존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 그들의 냄새를 감추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결국 오랜 시간을 걸쳐 전해오는 약속을 지키는 하얀 고래와 부딪히게 된다는데요. 인간과 자연.. 욕망과 분노.. 현실과 꿈.. 이들의 충돌이 가져온 것은 무엇일까요?

오래전 인간은 바다로 나오던 시절부터 그들을 바라봤던 고래. 하지만 인간들은 조금씩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영역을 넓히면서 이제는 자신들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거친 바다보다 더 잔인해지네요. 이런 이들에게 분노하는 고래의 공격은 과연 잘못된 걸까요? 우리의 편리를 위해 고래는 이용당하고 희생하는 것이 옳은 걸까요? 너무나도 당연했던 것들이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니 너무나도 인간이란 존재가 싫어지네요.


하얀 고래의 넋두리 같으면서도, 오랜 시간에 걸친 여정이면서도, 하나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읽다 보니 몰입하게 됩니다. 인간이 아니라 고래 한 마리가 되어 바다에서 헤엄치는 듯하네요.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을 만나러 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제는.. 

고래 이야기의 대표작은 역시 모비딕일 텐데요. 이제 모비딕을 볼 때마다 거대한 몸집의 하얀 고래가 생각날 듯합니다. 바다를 말해주던 하얀 고래가.. 오래전부터 인간을 바라보았지만 인간의 적이 되어버린 하얀 고래를.. 영혼을 인도하던 4명의 할머니 고래를 지키던 하얀 고래를 말이죠. 아름답지만 아프고, 몽환적이지만 날카로운 동화였네요.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환경도서 동화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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