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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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이미 '저주 토끼'로 세계적인 문학상에서 인정받았던 정보라 작가 아시나요? 부커상과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의 sf 소설이 리뉴얼해서 출간했다는 소식에 후다닥 읽는 중이었는데, 또 다른 좋은 소식이 들리네요. 세계 3대 SF 소설상인 필립 K 딕상 후보에 바로 이 책의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가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한국 작가가 쓴 작품이 오른 것이 처음이라니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수상까지 하면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 살짝 기대하는 중이랍니다.

혹시 제가 더 열심히 읽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늦은 시간까지 완독해버렸는데요. 아니, 솔직히 중간에 덮을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나도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이었거든요.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이 이 정도였을까 싶은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였거든요. 8편의 단편소설, 그녀의 놀라운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반전은 정말..!!!



너의 유토피아는. 1부터 10까지 수치화한다면, 너의 유토피아는.
p.51

일련번호 314.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고장나 있었고, 앞쪽 부분은 지워져서 가장 뒤쪽의 세 자리만 읽을 수 있었던 그 녀석은 아마도 진단 설문용 로봇이 아니었을까 추정이 된다고 하네요. 1부터 10까지 수치화된 대답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는 그를 뒷자리에 태우고 다니는 스마트카. 그들은 인간들이 버리고 떠난 지구에 남겨진 로봇들이었다고 하는데요. 발전기도 없고, 눈과 안개로 뒤덮인 지구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이동하고 이동하는 이들이 만난 것은 거대한 건물이었답니다. 옥상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로봇의 제1원칙과 제2원칙을 수행하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함정! 태양열 패널과 전지를 원하던 건물의 달콤한 유혹! 무수한 기계들이 결합한 괴물의 공격! 그리고..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는 314. 유일한 친구를 떠나보낸 상실과 슬픔, 그리고 그를 위해 따스한 공기를 남겨주는 애도까지.. 도대체 이들의 유토피아는 어디인 걸까요? 그리고 이들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는 이런 질문을 남기네요.




그리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7편의 단편소설들.. 영생불사 연구소에 과장이자 막내의 고된 회사 생활은 결코 끝날 수가 없습니다. 서로를 잡아먹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지는 바이러스로 인류는 마지막 희망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데요. 지구인의 생태를 연구하러 온 외계인이라는 아내는 잠시 사라졌다가 또 다른 아내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파킨슨병에 걸린 그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엘리베이터의 선곡이 아름답네요. 과학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인간들에게 대항하는 식물들의 반란은 무서우면서도 놀랍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여인은 식물인간 상태에서 뇌스캔으로 조사를 받네요. 표제작인 '너의 유토피아'가 세계 3대 SF 소설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지만, 그 어느 작품이 올랐다고 해도 아무도 반발할 수 없을 듯하더라고요. 이게 바로 정보라 작가의 힘인 듯합니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걸까요? 그 어디에서도 읽어보지 못한 SF 소설이라서 매번 놀라고, 매번 즐겁고, 매번 감탄을 하면서 읽었답니다. 하지만, 8편의 단편소설을 다 읽고 나니 슬프고 또 슬프기만 하네요. 우리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면 말이죠. 정보라 작가 특유의 디스토피아 세계가 펼쳐지고 있답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행복해지기 위한 한걸음 한 걸음이었을 텐데, 그 미래는 그리 행복해 보이지는 않네요.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 안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작품들을 오히려 엄청 집중하면서 읽었답니다. 작디작은 희망들을 이야기 안에서 꼭 발견하고 싶었거든요. 지난번에 만났던 '저주 토끼'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네요. 아마도 정보라 작가의 책을 추천한다면, 저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하는 세상들.. 그녀가 들려주는 메시지로 꽉 채워진 이야기들이었거든요. 꼭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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