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위당 장일순 - 생명 사상의 큰 스승
이용포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에 나온 대로 ‘생명 사상의 큰 스승’이라는 카피가 나를 주눅 들게 하였다. 게다가 머릿속은 굉장히 거창한 인물인 줄 알고 약간 얼어 있었다. 사실 생명사상이니, 어떤 사상이니 하는 생각은 잘 안 해보았기 때문이다. 난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책을 빼꼼이 들춰보았다. 제목만 보면 동물이나 식물을 많이 아끼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중시하였던 건 인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던 사람이었다.
일제시대, 6․25, 4․19, 5․18 등등. 온갖 난리통이란 난리통은 다 겪으며 다사다난하게 살아온 사람. (놀라운 건 6․25때 고리대금이 성행하였다는 것이다.) 그저 서민들 잘 살자고 했던 그였다. 아마 다른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조부에게서 배우지 않았나 싶다. 거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인품을 그대로 빼다 박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존중하고, 절대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조부의 성품이 쓰인 글귀를 보고 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조부의 성품 덕에 난리통에서 죽을 뻔했던 때에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었다니 덕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장일순(이하 무위당)이 나이를 더 먹고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은 서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놔두질 않았다. 옛날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아마 서민들의 찢어질 듯 가난한 모습이 그를 더욱 통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그를 평생 이렇게 살지 않게 하였던 것 같다. 교육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민주주의를 열망해 보고, 사람을 위해 일하고, 부인에게도 존댓말을 하는 반듯한 무위당. 자신의 생각대로, 사람을 위하여 평생을 발로 뛰어온 무위당은 향년 66세를 일기로 사망하셨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었던 무위당이었다. 하지만 왜 그들은 일찍 돌아가셔야 했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좀 더 오래 살아 민주주의를 한 번이라도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대 군사정권 대통령들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역사책에서 본 사람이라는 기억이 많이 남는다. 나 또한 지금 시대에 같이 살고 있다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된다. 무위당은 군사정권 독재자들에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국민을 대하여야 하는가?’ 라는 두 가지 의문을 그의 인생 전반을 통해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권력과 비리에 눈이 멀어 현재에도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그들이 과연 이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안다면, 정말로 안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