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트리스
앨런 글린 지음, 이은선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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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지는 약을 손에 넣은 주인공. 과연 머리가 좋아진다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아마 그것은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딱히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건 ‘약’이라는 물질 때문일 것이다.

인간이 개발한 것 중 그나마 쓸모 있는 물질 ‘약.’ 그 약은 사람의 뇌를 자극해 기능과 체력을 급격히 올려준다. 인간이 인조인간이 되는 것이다. ‘적당히’라는 단어를 단숨에 뛰어넘게 하는 약은 솔직히 탐이 난다. 불행이 예견되지만 그 약이 있다면 나는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과잉 경쟁에서 선두로 서있고 나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약 이름이 있었다. 바로 ‘총명탕’이었다, 수능생이나 학업에 있는 학생들이 먹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공부가 잘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대치동 어머니들을 열광하게 하는 총명탕이 그 정체이다. 먹어 본 적이 없어 정말 먹으면 머리가 좋아지는지는 모르겠다. 책에 MDT-48이 있다면 한국에는 총명탕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면 ADHD 아동에게 쓰이는 약물이 머리 좋아지는 약으로 불티나게 팔린 일이다. 엄마들은 약을 먹는다면 그 이후의 부작용은 생각지 않은 걸까? 아이들을 혹사시켜 공부시켜 정말 자신들의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어쩌면 아이들은 놀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부모를 원하고 있지 않을까? 가뜩이나 태어나자마자 경쟁에 내몰리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한 기분이 든다.

우리나라에 만약 MDT-48이 약이 들어온다면 삼성보다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다. 경쟁은 신약물의 진화를 가져왔고 과잉이 됨으로 인해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는 골목으로 내몰렸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개가 물어간 지 오래인 이 시대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마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이 약물에 찌들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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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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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느끼는 건 도서관 사서로 만들어 준다. 양장의 책 안에는 도서관의 역사와 그에 따른 애서가들의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드는 의문은 ‘옛날 시대에 도서관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이었다. 과연, 정말로 지식을 추구하기 위해 크게 지어진 곳일까? 아니면 자국의 경제력이 이만큼이 되어 이런 것을 지을 수 있다고 자랑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내 생각에 옛날 시대 도서관의 기능은 두 가지였을 거라 생각한다. 첫 번째, 자신의 위엄을 상징하기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왕인 자신이 이만큼 학문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신임을 얻기 위한 일종의 상징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는 자국의 경제력과 국가의 운영을 위한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전리품 보관소로 쓰이는 곳이 아닐까 싶다. 옛날 시대에 박물관이 그리 지어지지 않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전쟁은 빈번히 일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큰 건물, 무너져도 복구하기 빠른 곳, 모든 것을 은밀히 숨길 수 있는 수장고가 있는 도서관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어졌다는 것에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왕과 귀족의 위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 웅장하게 지으면 지을수록 감탄을 내뱉는 곳이 도서관이었을 것이다. 분명 현대의 도서관의 의미와는 다른 곳일 거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도서관을 사용하는 방법과 차이를 발견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도서관에서 소리 내어 읽어도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도서관에서는 사서에게, 이용하는 다른 사람에게 금방 혼날 일인데 말이다. 옛날이 이용에 더 자유롭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국시대를 거쳐 통일 신라를 거쳐 후 삼국을 거쳐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를 넘어 현대로 왔다. 이 안에서 도서의 보관에 대한 연구가 안 이루어질리 없지 않은가. 현대의 도서관은 좋은 책도, 디지털화 된 것도 많다. 보관하기도 좋아진 시설이고 여러 변수를 보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아마 불순한 의도가 있었을 옛날 시대부터 내려온 연구방법으로 이만큼 누릴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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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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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겨웁게 계속 흘러간다. 계속 되던 나의 삶에 어느 날 모든 것이 이상해졌다.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모든 것이 같으나 조금씩 다른 것에 주인공은 오싹해진다. 주인공인 그를 의심이라는 시험에 들게 하는 것들뿐이다. 모든 것이 뒤틀린 것이다. 나는 이것을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며 받은 느낌은 영화 ‘트루먼 쇼’였다. 모든 것이 같고, 모든 것이 세트로 이루어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모든 것에 어느 날 의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그것을 파헤쳐 진짜 세계로 돌아가려는 발버둥. 주인공 또한 크게 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단어는 아마 ‘도플 갱어’일 것이다. 인간을 붕어빵 기계에 넣고 신이 찍어낸 자신의 복제품, 그것을 보는 순간 서로 죽고 만다는 그것은 굳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은 것이다. 그들의 사이를 정의해 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이다.

책을 처음 펼치면 Power On이 나오고 끝에는 Power off가 나온다. 이는 주인공이 지진이 일어나는 토요일에서 월요일까지 3일 동안의 삶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이다. 끝에서 주인공은 지진으로 죽음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자신의 도플 갱어와 함께. 불나방 같은 삶을 살아간 그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아마 이 책의 압권은 고속터미널역의 9호선을 타러 가는 길의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였을 것이다. 로봇 만화에서 보여 지는 비밀 기지로 들어가는 길 같은 그곳. 악취가 났던 여자도, 눈물을 흘리던 돼지 같은 장모도, 누나도, 처제도, 냉동인간의 차가움을 풍기던 자신의 부인도, 딸도, 그리고 P교수도 모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음을 그 때서야 알아차린 주인공.

그 마음은 어떠했을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주인공의 느낌에 공감할 수는 있으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 깊이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나는 이 책에게 ‘이 책을 읽고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라는 상투적인 질문은 책에게 던지지 않기로 하였다. 내가 이해하면 이해한대로, 이해하지 못하였다면 못한 대로 지켜볼 요량이다. 책을 읽는 게 서류를 읽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내가 이 책을 읽고 생산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회사원이 아니지 않는가. 분석하고 배경을 알아내는 건 교과서로 만족하려는 의도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낯익으나 낯설게 느껴진다면, 도플갱어를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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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청춘이란 무엇인가 - 방황하고 사색하고, 아프니까 사랑이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엮음 / 스타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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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름은 어릴 때 많이 들어보았다. 청소년 필독서인가? 그런 필수도서로 올라왔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에는 만화책이 더 좋았다. 그래서 심오한(?) 책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런 책이 있구나.’ 하고 넘어갔다.

어릴 때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새로운 세계가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던 청춘이라는 단계에 있게 되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청춘이라는 단계에 도달하였는데 새로운 세계가 있던 것도, 언제나 즐거운 일만 있던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맥이 풀렸었다. 그래서 청춘 관련 책을 많이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글의 전체적인 느낌이 ‘음울하다’라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서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글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여기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중국의 이야기였다. 시를 배우기 위해 산 속으로 들어간 사내이야기였다. 한 가지에 미쳐 그것을 탐구하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보고 배우라 예시로 써 둔 건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꿈꾸었던 걸 다 이루었다는 이야기로 이 책은 매듭을 짓는다. 아마 작가는 ‘청춘이란 언제나 아프고 음울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을 꿀 수 있고 여행을 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내포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가장 혈기 왕성하고 몸의 기능이 좋다. 그래서 지금도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다. 여행을 다닌다는 건 견문을 넓히는 일 아니겠는가.

다시 내가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되어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 책은 나에게 물을 것 같다. ‘너는 어떻게 청춘을 보내었냐.’고 말이다. 그러면 나의 대답은 ‘나는 후회하고 있다’ 일 것 같다. 여행을 떠난 적도, 고향을 떠난 일도, 뭘 배우기 위해 미친 적도 없는 나는 졸린 청춘이기 때문이다. 그저 취업을 위해, 나의 안위를 위해 달려온, 청춘을 그리 소비한 나에게 있어 후회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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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 생명 사상의 큰 스승
이용포 지음 / 작은씨앗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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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에 나온 대로 ‘생명 사상의 큰 스승’이라는 카피가 나를 주눅 들게 하였다. 게다가 머릿속은 굉장히 거창한 인물인 줄 알고 약간 얼어 있었다. 사실 생명사상이니, 어떤 사상이니 하는 생각은 잘 안 해보았기 때문이다. 난해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책을 빼꼼이 들춰보았다. 제목만 보면 동물이나 식물을 많이 아끼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중시하였던 건 인간,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를 바라던 사람이었다.

일제시대, 6․25, 4․19, 5․18 등등. 온갖 난리통이란 난리통은 다 겪으며 다사다난하게 살아온 사람. (놀라운 건 6․25때 고리대금이 성행하였다는 것이다.) 그저 서민들 잘 살자고 했던 그였다. 아마 다른 사람을 아끼는 마음은 조부에게서 배우지 않았나 싶다. 거지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인품을 그대로 빼다 박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존중하고, 절대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조부의 성품이 쓰인 글귀를 보고 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조부의 성품 덕에 난리통에서 죽을 뻔했던 때에도 죽지 않고 살아날 수 있었다니 덕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장일순(이하 무위당)이 나이를 더 먹고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은 서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놔두질 않았다. 옛날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다. 아마 서민들의 찢어질 듯 가난한 모습이 그를 더욱 통탄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마음이 그를 평생 이렇게 살지 않게 하였던 것 같다. 교육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민주주의를 열망해 보고, 사람을 위해 일하고, 부인에게도 존댓말을 하는 반듯한 무위당. 자신의 생각대로, 사람을 위하여 평생을 발로 뛰어온 무위당은 향년 66세를 일기로 사망하셨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었던 무위당이었다. 하지만 왜 그들은 일찍 돌아가셔야 했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좀 더 오래 살아 민주주의를 한 번이라도 보고 돌아가셨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대 군사정권 대통령들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역사책에서 본 사람이라는 기억이 많이 남는다. 나 또한 지금 시대에 같이 살고 있다는 생각은 잘 안 하게 된다. 무위당은 군사정권 독재자들에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국민을 대하여야 하는가?’ 라는 두 가지 의문을 그의 인생 전반을 통해 던져주고 있다. 하지만 권력과 비리에 눈이 멀어 현재에도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그들이 과연 이 물음에 대답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안다면, 정말로 안다면 역대 대통령들은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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