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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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작가는 재미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였다. 처음 제목들만 볼 때에는 이 책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 작가 책 재미있는데, 이번에도 괜찮을까? 너무 늘어지거나 하는 건 아닐까? 너무 빤한 이야기가 실리는 건 아닐까?’ 하고 잠시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이 책에는 즐거움이 겉을 감싸고, 안에는 작가의 고뇌와 유쾌함을 담기 위한 노력이 실려있는 책이었다. 읽다보니 즐거워져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후딱 읽었다. 초심자라면 도전하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다는 게 나의 의견이다. 거기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묘하게 섞어놓을 수가 없어 더욱 즐거웠다.

두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니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법한 상황이었다. 한 사람은 설명을 들으며 설명에 대한 이해와 의문, 반문을 풀어낸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풀어내고 이해한 것을 설명하며 둘이서 만담같이 이야기를 데굴데굴 굴려나간다. 그러다보면 사건에 대한 실마리도 서서히 풀려 이내 잘 말아진 털실뭉치마냥 한 편의 이야기가 종료된다.

언뜻 보면 홈즈와 왓슨같은 사이같달까?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면 동등한 관계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매니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마음 편히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다.

추리소설에서 유쾌함을 담아내는 책이 있을까? 어느 땐 너무 무거워 지루하고, 어느 때는 한 사람이 글을 전체를 끌고가느라 버거운 적도 있었다.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읽기 편하였다. 거기다 이 책에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도전하는 4가지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짧은 단편이 집중도를 더욱 올려주는 것 같았다. 결말을 알고나면 어이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거기다 허를 찔린다는 게 맞는 이야기이다. 허를 찔림으로써 좀 더 넓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나오는 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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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성당 이야기
밀로시 우르반 지음, 정보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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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프랑스와 일본문학이 큰 힘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나또한 일본 문학을 많이 읽고 한국 문학은 좀 더 등한시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 문학 읽기에 도전하였지만 다시 일본문학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이런 한국 책 시장 상태에서 처음으로 접해본 체코 문학. 나는 아직 체코문학이라고 정식으로 대해본 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에는 반반의 마음이 등장했던 것 같다. 우선 반을 차지하는 건 아마도 신기함이 반일 것이다. 한국에서 외국문학 중 체코문학이 주류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끝까지 읽었지만 어색함이 많았다. 이것이 문학 편식자의 최후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반은 ‘성당’이라는 단어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성당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뭔가 신기하면서도 쉬이 다가가지 못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외국에서 성당이라는 곳을 표현할 때 상징성을 부여하는 것 같다. 이 책에서처럼 범죄의 희생자가 매달리기도 하고, ‘다빈치 코드’처럼 음모를 가진 집단과 대적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뭔가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성당이라는 걸 쓰는 자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체코라는 나라 외에는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성당이라는 곳은 자주 나왔던 장소였고 가지고 있는 상징성 덕에 범죄를 전시하는 곳으로 자주 활용되었다. 여기서도 기본적 구조는 그런 것 같다. 가장 인상적인 건 사람들의 귀에서 흘러내리는 검고 끈적한 액체였다. 그것이 상징하는 건 무엇인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추측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게 흘러나오는 건 아니였을까?

이번 책에서 체코의 느와르를 느낄 수 있었고, 좀 더 먼 나라의 책을 읽을 때에는 그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다음에 이러한 책을 읽을 때에는 더욱 몰입하여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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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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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취한 코끼리는 저마다 사람들에게 좀 꺼리는 선물을 준다. 그것은 모든 것에 힘듦 아닌 힘듦을 느끼는 것과 좁은 시야를 선물해준다. 대체 술 취한 코끼리들은 이러한 선물은 어디서 구해오는 걸까? 한 번쯤, 아니 이번에 생각해 본다.

술 취한 코끼리의 조련, 이것은 과연 극복이 가능한 일인가 하고. 이러한 조련은 수행을 많이 한 사람들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였던 걸 스님은 확실한 물음을 던져 주었다. ‘왜?’라고. 왜 정원은 깨끗해야 하는지, 왜 도적에게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등. 우리가 무심코 넘길 수 있는 것을 캐치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제시할 줄 아는 이 스님, 참 대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다. 나의 술 취한 코끼리는 무엇인지. 나는 스님이 아니기에 이러한 코끼리를 다스리는 법을 모르고 있다며 단정하였다. 그래서 내가 꽤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너는 정말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부끄러웠다. 나는 코끼리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코끼리의 목줄은 내가 쥐고 있지만 비틀대는 코끼리의 뒤만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가 나에게 준 ‘게으름’이라는 선물은 나를 뒤따르게 만들었고, ‘착각’이라는 선물까지 덤으로 줌으로써 나를 ‘주도적 삶’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게 하였던 것 같다.

이번 연휴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들로, 산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흐지부지하게 하루를 보내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직 난 코끼리의 엉덩이만 보고 있는 것 같은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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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MINI+ 전집 세트 - 전6권 셜록 홈즈 MINI + 전집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꿈꾸는 세발자전거 옮김, 시드니 패짓 외 그림 / 미다스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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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라 함은 추리물을 읽으면서 가장 기본이라고 불리는 시리즈라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정석인 이 셜록 홈즈를 이제 읽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해보건대 나의 독서 편식(!) 때문인 것 같다. 우선 번역체의 부담감이 가장 컸다. 읽으면서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리라는 생각에 선뜻 손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그 방대한 양이라니. 나의 인내심에 불을 지피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미니북으로 나온 셜록 홈즈를 보게 되었다. 부담스러웠던 내 마음에 고전의 불을 지르기로 했다. 게다가 연휴라고 흥청망청한 게 아닌 조용하게 혼자만의 시간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로 연말 동안 회사를 오며 가며 읽기 시작하였다.

읽으면서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를 숨 막히는, 무언가 복선이 여러 개가 깔린 이야기 전개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고전을 읽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기로 하였다. 다음에 읽으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셜록 홈즈를 읽으면서 현재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다. 경찰이 맡기는 범죄의 혐의를 벗기는 데에 대한 흥미와 열정으로 살아가는 홈즈. 지금으로 말하면 프로파일러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는 이러한 개념이 잘 잡혀 있지 않았기에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고전을 읽고나서 우리의 범죄 프로파일링이 어땠는지, 법의관이 어떻게 많은 범죄의 정보에 대처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째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추리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기본은 이 셜록 홈즈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 것 같다. 그 때 당시의 파격적인 문학이었을 이 책을 조용히 다시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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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오늘의 젊은 작가 1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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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보지 못한 숲, 아무도 볼 수 없는 숲,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숲.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집일 것이다. 특히 원룸이라는 공간의 폐쇄성은 혼자서 있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리라. 외로움의 강도 및 크기 등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과 맞먹는다고 생각한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 세상에 바로 연결된 방이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왜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막상 다가오면 그리움을 다시 찾을까? 우리는 정말로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까? 나도 이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늘 궁금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궁금함이 책으로 나와있을 줄이야…. 그래서 더 매달려 읽고 더 생각하여 이 독후감을 쓰려고 노력하였다.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아니, 더 궁금증이 더 커졌다고 해야 하나? 사람은 정말로 사회적 동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더욱 커지고, 추상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아, 내가 원한 게 이거였나? 연결이 된 질문이겠지만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기에 늘 자유로웠다. 문을 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은 다 있다. 나의 자유로움은 다른 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서로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이해의 용량은 늘 적다. 그래서 나는 폐쇄성이 발동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폐쇄성으로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지는 게 아닐까. 외로운 사람들끼리 만나도 서로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르기에 서로에게 불만이 쌓이게 된다. 결국 헤어지고, 사람이 그리워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리라. 이게 이 책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었을까? ‘사람들이 그리워요’라고. 아무리 외쳐도 그 누가 들어줄까? ‘나는 정말로 사람이 그리운 걸까?’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아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금 회사 일과 지하철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만으로도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 더운 날에는 붙어서 짜증이, 추운 날에는 나의 진로 방해에 짜증이 나니까. 나에게는 스트레스적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단, 친구는 예외.) 게다가 감기로 인한 몸의 고생. 이 두 가지가 내가 지금 해내고 있는 이 두 가지를 생각하니 지금 여기의 주인공과 같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을 해내기에 버거운 상황이랄까. 아마 이들도 나와 같이 자신의 일을 해내기 버거워하고 있는 것 같다. 작가도 이 책을 쓰면서 꽤나 버거워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외롭지만 외롭다고 할 수 없는 요즘 세상에서 말이다.

요즘은 한국 소설을 읽어보려 프로젝트 아닌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한탄으로 채워가는 글, 아니면 자기 자랑 뿐인 글, 풀어냄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책에서는 그러한 위화감이 별로 들지 않았다. 아마 내가 이해하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가장 기본은 나의 이해일테니까. 한국 문학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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