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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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취한 코끼리는 저마다 사람들에게 좀 꺼리는 선물을 준다. 그것은 모든 것에 힘듦 아닌 힘듦을 느끼는 것과 좁은 시야를 선물해준다. 대체 술 취한 코끼리들은 이러한 선물은 어디서 구해오는 걸까? 한 번쯤, 아니 이번에 생각해 본다.

술 취한 코끼리의 조련, 이것은 과연 극복이 가능한 일인가 하고. 이러한 조련은 수행을 많이 한 사람들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였던 걸 스님은 확실한 물음을 던져 주었다. ‘왜?’라고. 왜 정원은 깨끗해야 하는지, 왜 도적에게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등. 우리가 무심코 넘길 수 있는 것을 캐치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답을 제시할 줄 아는 이 스님, 참 대박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다. 나의 술 취한 코끼리는 무엇인지. 나는 스님이 아니기에 이러한 코끼리를 다스리는 법을 모르고 있다며 단정하였다. 그래서 내가 꽤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너는 정말로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가?’ 하고.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부끄러웠다. 나는 코끼리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코끼리의 목줄은 내가 쥐고 있지만 비틀대는 코끼리의 뒤만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코끼리가 나에게 준 ‘게으름’이라는 선물은 나를 뒤따르게 만들었고, ‘착각’이라는 선물까지 덤으로 줌으로써 나를 ‘주도적 삶’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게 하였던 것 같다.

이번 연휴에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들로, 산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가장 위험한 순간이기도 하였다. 흐지부지하게 하루를 보내기 바빴기 때문이다. 아직 난 코끼리의 엉덩이만 보고 있는 것 같은 연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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