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 레드우드 숲에서 그랜드 캐니언까지, 대자연과 함께하는 종횡무진 미국 기행
차윤정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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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책제목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숲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그 사실을 한참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꺄우뚱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미국까지 가서 숲을 봐야하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낼 수 있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를 주배경으로 삼고있는 매체에 상대적으로 자주 노출되다보니 미국을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 국가'라는 말도 안되는 허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숲과 자연경관도 멋진 곳이라는 걸 제때 떠올리지 못했다니, 이제 미드와 조금은 거리를 두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제목으로 이런저런 상상과 기대를 많이 했었다. 아름다운 숲과 멋진 풍광들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짐을 꾸리게 만드는 책을 몇번인가 만났기 때문에 미국을 누비고 싶을 정도로 숲의 매력이 빼어나면 어쩌지하고 걱정도 했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광고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내심 궁금해했었다.

이런 시간들이 책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쌓아올렸었나 보다.

그리고 이 책을 받아들어서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미국을 누빈다였지 미국 숲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해본다는 말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거대한 숲과 향긋한 공기에 대한 감상 같은 걸 기대했었기에 밥통과 가족여행에서 흔히 있을 수 밖에 없는 마찰음에 조금 당황했었던 것도 같다.

숲에 대한 생태여행기라기 보다는 열흘 간의 가족여행기를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 책의 내용을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솔직히 숲이 아니라 밥통이다. 밥통 사진까지 등장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숲이 나오기는 한다. 생태공원과 나무들도. 하지만 숲의 공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분명 숲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읽어야 할터인데, 그 경계가 모호하게 사라져버려서 어느 순간부터는 언제 또 밥통이 등장하려나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열흘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둘러보기에는 비교적 많은 장소를 들린 것 같다. 운송수단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지는만큼 숲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숲에 대한 부분은 한참이 지난후에 추가함으로써 길게 늘려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념품으로 사온 티셔츠에 구멍이 날 정도의 시간은 과연 얼마만큼일까?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정리되어 나온 책이라 조금 때늦게 출판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거칠지만 생생해서 여행에의 의욕에 한껏 고무시키는 여행기라기보다는 많이 다듬어지고 잘 추스린 보고서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과되지 않은 가족여행의 모습과 감정의 흐름을 읽으며 여행의 실체를 고스란히 떠올리게도 한다. 물론 여행은 즐겁기는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가끔 불편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는 바보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런 것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감쪽같이 덧칠된다. '그래도 그때 참 좋았었지'라는 한문장으로 확 줄였던 시간들이 보다 객관적인 잣대를 거쳐서 슬금슬금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숲에 대해서 소개받을 수 있는 책이다. 비록 요즘 나오는 여행책처럼 예쁘고 화사한 사진도 없고, 여행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장도 없지만 나무와 숲에 대한 충실한 설명만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의 결과가 딱히 좋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여행을 준비할 때 멋진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장소들도 일정에 포함시켜야 겠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들보다 훨씬 더 길고 오래된 역사와 이야기를 지닌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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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쉽게 하기 : 캐릭터와 카툰 ㅣ 스케치 쉽게 하기 10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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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원의 소개로 이 책은 시작한다. 유일한 취미가 카툰 그리기였던 그는 10년 뒤에 인터넷에서 그동안 그려왔던 캐릭터들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프리랜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전업했단다.

전업을 할 수 있을만큼 멋지게 캐릭터와 카툰을 그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만큼 취미가 있지도 않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희망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취미생활이라도 꾸준히 하면 직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쌓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꾸불꾸불 웃기고 못생긴 낙서만 하던 나도 언젠가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멋진 콧수염에 모자를 쓰고 있는 찰리 채플린을 몇가지 특징을 완벽하게 잡아내서 쓱쓱싹싹 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채플린 그리기에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으로 재빨리 마음을 잠재워본다. 너무 큰 기대는 실망으로 직결된다. 지금 기대하는 게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더 이상 좋을 수 없겠지만, 만약에 이 책을 읽으며 열심히 연습했는데도 정체불명의 그림을 계속 그릴 수 밖에 없다면 그만큼 기운이 빠질테니까. 그리고 재능이 없다는 핑계뒤로 또다시 숨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채플린 비슷하게 그릴 수 있다면 대성공, 아니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연습도 더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학원을 다녀도 되니까 말이다.

 

'스케치 쉽게하기'에는 부록으로 캐릭터와 카툰 연습장이 있다. 선긋기, 도형 그리기부터 시작했다. 어째 선긋기부터 삐걱거린다. 자를 대로 그은 듯이 직선의 선은 아니더라도 '선에는 마음이 드러난다던데...'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정도로는 선을 그리고 싶었다. 도형도 제멋대로 개성을 뽐낸다. 캐리커쳐 드로잉은 할 말이 없다. 책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한다고 했는데, 역시나 모델이 된 그림과는 딴 판이다.

남이 그렸다면 '누가 그렸는지 참 못 그렸다'라며 도리도리 고개라도 흔들겠지만, 막상 내가 그린 그림이 이렇다보니 조금 난감해진다.

아무래도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 중에 '기초 드로잉'을 구입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책으로 입문 과정에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 겠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채플린을 그리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희박한 게 사실이라는 것을 씁쓸하지만 인정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랜만에 어설프게나마 그림을 그려봐서 좋았다. 고등학교 미술 수업 이후로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림을 그려본 적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그림 연습하는 데 쓴 종이들은 와락 찢어서 작은 종이 봉투에 넣어서 재활용 분류함에 넣어두었다. 꽤 괜찮게 그린 게 있다면 기념으로 한 장 정도는 가지고 있고 싶었는데,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쓱쓱 그렸는데 대상의 특징이 오롯히 나타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항상 신기했었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어찌나 멋지게 포착해내는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건가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카툰 캐릭터에 어떻게 활동력과 에너지를 불어 넣었길래 생생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항상 감탄했었다. 그래서 그런 멋진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제대로 된 시도는 별로 해보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번 기회에 이 책으로 무언가를 그려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다면 우선 제대로 정확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 속의 그림이 되고 말았다.

그림을 그리면 상대방을 제대로 응시하는 방법을 알아가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의 캐릭커쳐를 그리려고 마음 먹었다면, 분명히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될 테니까 말이다. 지금보다 조금 더 애정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꾸불꾸불 웃긴 그림을 그리지만 앞으로 좀 더 발전하고 싶다. 그래서 멋진 그림을 무리일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제대로 관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졌다. 앞으로 좀 더 시도해 볼 생각이다. 관찰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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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 불만족의 심리학
존 네이시 지음, 강미경 옮김 / 예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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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에는 오직 두 가지 비극만 존재한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

 

불쌍한 사람은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탐내는 사람이다

-세네카의 '도덕에 관한 서한'중에서

 

삶은 즐거움에서 즐거움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욕심에서 욕심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새뮤얼 존슨

 

충분한 것도 부족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 무엇에도 만족할 수 없다

-에피쿠로스

 

만족한다는 것은 곧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와 정반대로 생각하는 우리의 습관에 있다.

우리는 충분히 가져야만 비로소 만족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얽매여 있다

-데일리 인라이튼먼트 뉴스레터 편집자, 셴 슈이안

 

이들이 한 말에 공감한다면,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불만족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만족주의를 주창한다.

이제는 '이너프!'를 외칠 때가 되었다고, 원시적 습성을 버려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망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콩쥐의 물항아리가 생각났다.

콩쥐가 아무리 발을 동동 구르며 물을 채워넣어도 항아리는 가득찰 수 없다. 아니, 팥쥐 엄마의 심술을 채울 수 없다는 말이 맞겠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 일은 스스로를 녹초로 만들 뿐이다.

우선 그 항아리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 여차하면 새항아리를 사면 된다.

아니면 콩쥐 이야기에서 나오는 만능 조력자라도 찾아나서야 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깨진 물항아리에 비유한다면, 항아리의 깨진 틈을 막아줄 두꺼비는 '만족주의'일 것이다.

자신과 지구의 생태를 소진하면서도 결코 만족할 수 없다면 우리는 소비의 악순환 속에서 영원히 갇혀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거나 이전보다 더 행복해졌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전보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또다시 달려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소모적인 활동을 계속하기 충분할만큼의 자원을 지구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이 진정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인지를 말이다.

 

인간은 행복을 끊임없이 추구하도록 설계되었지, 행복에 이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문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떤 것을 가지면,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만족스럽고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게 환상일 뿐이라면, 스스로를 재촉하고 다그치는 일은 더이상 의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손에 넣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공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제안한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제는 진화할 때라고. 만족하고 감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라고.

유통기한 지난 끝없는 욕망충족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과 직시해야 한다고 말이다.

 

정보중독, 폭식, 채울수 없는 물질적 탐욕, 일중독, 과도한 선택지, 지나친 행복추구에 대한 글을 읽으며 찹찹해졌다.

하지만 누구도 여기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페라리와 롤스로이스를 소유하면 요트에 마음을 쏟게 되고,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이 책은 누누이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페라리를 경탄하고, 먹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접시에 담다가 어느새 음식동산을 만들게 된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처음에 무엇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컸는지를 완벽하게 잊어버릴 때도 있다.

이런 일상에서 벗아나 자신이 통제하는 삶을 독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인 만족주의는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만족하는 태도가 일상화되도록 의식적인 노력이 꾸준히 할 것인가 빈독에 물붓는 피곤한 짓을 끝없이 반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마저도 이렇게 망설이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자신이 마음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풍요로움에 다가서기 위한 매뉴얼을 따라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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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박찬욱 외 지음 / 그책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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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조조로 영화 '박쥐'를 봤다. 상영 30분전에 후다닥 일어나서 새집지은 머리카락을 정리하지도 못한채 근처 영화관으로 달렸다. 전날 그 시간으로 예매한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작은 상영관에는 10명이 채 안되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 있었다.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를 잠깐 만났다. 어떠냐는 물음에 영화 예고편에서 본 줄거리와 같더라는 싱거운 대답만을 했을 뿐이다. 그 당시 노출수위에 대한 관심이 불붙고 있었던지라, 쌍화점보다 야하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쌍화점을 보지 못해서 묵묵부답 모르쇠로 일관했다.

 

저들이 아니었으면 누가 이 역할을 연기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멋진 캐스팅, 때때로 사람들이 실소를 자아냈던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에서 감지될 수 밖에 없는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찰들로 지겹지 않은 영화였다. 박찬욱 감독이 깨워낸 뱀파이어는 복잡하지만 단순하고, 단순하다기에는 복잡했다.   

 

그리고 소설 '박쥐'를 만났다.

박찬욱 감독이 '테레즈 라캥'에 아주 느슨하게 기초해서 '박쥐'를 만들었고, 이 소설은 그 영화 '박쥐'의 시나리오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창조된 독립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찾아 읽거나, 책을 읽고 마음이 끌려서 내침김에 영화까지 보게 된 적은 몇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소설화된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인것 같다. 

 

책을 펼치기 전에 이전에 봤던 영화 '박쥐'를 잠깐 떠올려봤다. 인상 깊었던 몇몇의 장면이 떠오르기는 했지만 단편적이었다.

당연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 소설은 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책장을 빠르게 넘겨나가는데, 문장들이 영화의 장면장면과 배우들의 표정으로 하나씩 되살아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설이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을 기본으로하면서 사건의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만들고, 캐릭터의 심리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영화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을만큼 의아했던 장면들에 대한 좋은 해설서 역할도 하고 있다. 133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적 제약으로 어쩔 수 없었겠지만 중간과정을 생략해서인지 쌩뚱맞다고 느꼈던 어떤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책 속에서는 그 부분들의 전후과정이 영화보다는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왜 영화에서 느닷없이 그 장면이 등장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의 소설화!

원작을 읽는 것과는 또다른 기분이다. 영화를 다시 한번 생생하게 살려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마치 영화를 두번 본 느낌이다. 마음에 드는 영화를 몇번씩 보는 걸 좋아하는데, 다시 볼 때마다 이전번에는 감지하지도 못한 것을 발견해서라는게 비중있는 이유다. 

그런 보물찾기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영화를 소설로 만든 형식에 꽤 호감이 간다. 이 책만 하더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다 놓쳐버린 부분도 보완해주었고, 인쇄매체를 통해 접함으로써 스크린을 통해 보았던 '박쥐'를 다른 분위기 속에서 다른 인상을 받으며 만날 수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영화가 소설로 만들어지는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멋진 영화가 스크린 밖으로 행보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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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ㅣ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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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이란 제목을 보고 '불멸의'이라는 수식어는 역시 이순신 앞에서 가장 빛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함'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책 속에 펼쳐진 내용들은 고결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다만 씁쓸함이 있을 뿐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은 스물 세명의 구술자들을 인터뷰해서 만든 원고지 7천장이 넘는 녹취록을 기본자료로 해서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모든 문장에는 "모든 판사(검사, 변호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법원(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일반화의 결과물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내용을 읽어가면서, 구술자의 신분이 드러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개할 수 없었다는 원고지 7천장에 있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법조인이 말하는 '남들이 들으면 기절할 만한 사연'들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가면 당황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몇 번은 같은 곳을 빙빙 돌기도 하고, 지나치는 사람에게 길을 물을 때도 나름대로 크게 쉼호흡을 하고 말을 붙이게 된다. 몇번을 망설이다 용기를 짜내서 말을 붙였는데, 찬바람 쌩하게 지나가거나 불퉁한 목소리로 마지못해 던지는 몇마디 말은 사람을 주눅들게 한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이러한데, 사법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상황에 처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위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사법서비스가 그들을 위해 친절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사법에 대한 불신을 공고히 만드는 데 한 몫하지 않았나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원인이 되는 '의사소통의 부재'가 여기서도 문제인 것 같다. 한 공간 안에서 이해하고 납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도 같은데, 뫼비우스 띠의 반대편에 서서 끝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비효율적이고 상식에서도 크게 한걸음 뒤에 서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본 신성가족의 모습은 어째 당당해보이지 않는다. 유지해야 할 인간관계, 달갑지 않은 청탁과 평판관리, 막대한 업무량으로 인간이기에 당연히 물리적, 정신적으로 피로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사법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10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고 관행적으로 존재하던 비리도 거의 사라졌다는 문장도 읽었다. 하지만 그런 문장 뒤에 숨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는 현재는 언제나 예전보다 나을 수 밖에 없으니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예전보다 나아졌으니까 괜찮다라는 모습보다 그런 과거까지 책임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게 훨씬 떳떳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법률서비스가 국민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그들을 위해 귀기울이고 배려하는 움직임을 보여줄 때 진정한 신뢰가 싹트지 않을까 한다.

 

자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내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파고, 등이 가려우면 알아서 긁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목말라, 등 가려워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책에서의 말처럼 신성가족의 해체할 수 있는 열쇠는 가진 사람들은 국민들일지도 모르니까.

 

서로에 대한 다분히 소모적인 불신과 경계를 툭툭 털어버리고, 모두가 올바르다고 인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하루빨리 구축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가 오래전에 흘러간 전설같은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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