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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ㅣ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불멸의 신성가족'이란 제목을 보고 '불멸의'이라는 수식어는 역시 이순신 앞에서 가장 빛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아니함'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책 속에 펼쳐진 내용들은 고결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다만 씁쓸함이 있을 뿐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은 스물 세명의 구술자들을 인터뷰해서 만든 원고지 7천장이 넘는 녹취록을 기본자료로 해서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모든 문장에는 "모든 판사(검사, 변호사)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법원(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고 생각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일반화의 결과물이라면 차라리 마음이 편할 내용을 읽어가면서, 구술자의 신분이 드러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개할 수 없었다는 원고지 7천장에 있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법조인이 말하는 '남들이 들으면 기절할 만한 사연'들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가면 당황하고 긴장하기 마련이다. 몇 번은 같은 곳을 빙빙 돌기도 하고, 지나치는 사람에게 길을 물을 때도 나름대로 크게 쉼호흡을 하고 말을 붙이게 된다. 몇번을 망설이다 용기를 짜내서 말을 붙였는데, 찬바람 쌩하게 지나가거나 불퉁한 목소리로 마지못해 던지는 몇마디 말은 사람을 주눅들게 한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잘못 들었을 때도 이러한데, 사법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 상황에 처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히 위축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사법서비스가 그들을 위해 친절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사법에 대한 불신을 공고히 만드는 데 한 몫하지 않았나 한다.
거의 모든 것의 원인이 되는 '의사소통의 부재'가 여기서도 문제인 것 같다. 한 공간 안에서 이해하고 납득하는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도 같은데, 뫼비우스 띠의 반대편에 서서 끝없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치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비효율적이고 상식에서도 크게 한걸음 뒤에 서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을 통해서 들여다 본 신성가족의 모습은 어째 당당해보이지 않는다. 유지해야 할 인간관계, 달갑지 않은 청탁과 평판관리, 막대한 업무량으로 인간이기에 당연히 물리적, 정신적으로 피로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사법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10년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졌고 관행적으로 존재하던 비리도 거의 사라졌다는 문장도 읽었다. 하지만 그런 문장 뒤에 숨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는 현재는 언제나 예전보다 나을 수 밖에 없으니까.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예전보다 나아졌으니까 괜찮다라는 모습보다 그런 과거까지 책임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게 훨씬 떳떳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법률서비스가 국민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그들을 위해 귀기울이고 배려하는 움직임을 보여줄 때 진정한 신뢰가 싹트지 않을까 한다.
자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내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파고, 등이 가려우면 알아서 긁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목말라, 등 가려워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책에서의 말처럼 신성가족의 해체할 수 있는 열쇠는 가진 사람들은 국민들일지도 모르니까.
서로에 대한 다분히 소모적인 불신과 경계를 툭툭 털어버리고, 모두가 올바르다고 인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하루빨리 구축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보여주는 많은 이야기가 오래전에 흘러간 전설같은 모습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