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 레드우드 숲에서 그랜드 캐니언까지, 대자연과 함께하는 종횡무진 미국 기행
차윤정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책제목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숲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그 사실을 한참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꺄우뚱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미국까지 가서 숲을 봐야하나'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낼 수 있었다.

그동안 보아왔던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든다.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를 주배경으로 삼고있는 매체에 상대적으로 자주 노출되다보니 미국을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시 국가'라는 말도 안되는 허상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다.

숲과 자연경관도 멋진 곳이라는 걸 제때 떠올리지 못했다니, 이제 미드와 조금은 거리를 두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제목으로 이런저런 상상과 기대를 많이 했었다. 아름다운 숲과 멋진 풍광들을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짐을 꾸리게 만드는 책을 몇번인가 만났기 때문에 미국을 누비고 싶을 정도로 숲의 매력이 빼어나면 어쩌지하고 걱정도 했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광고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내심 궁금해했었다.

이런 시간들이 책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쌓아올렸었나 보다.

그리고 이 책을 받아들어서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다.

'숲에 빠져 미국을 누비다'

미국을 누빈다였지 미국 숲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해본다는 말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거대한 숲과 향긋한 공기에 대한 감상 같은 걸 기대했었기에 밥통과 가족여행에서 흔히 있을 수 밖에 없는 마찰음에 조금 당황했었던 것도 같다.

숲에 대한 생태여행기라기 보다는 열흘 간의 가족여행기를 한권의 책으로 엮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 책의 내용을 떠올렸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솔직히 숲이 아니라 밥통이다. 밥통 사진까지 등장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숲이 나오기는 한다. 생태공원과 나무들도. 하지만 숲의 공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분명 숲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읽어야 할터인데, 그 경계가 모호하게 사라져버려서 어느 순간부터는 언제 또 밥통이 등장하려나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열흘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둘러보기에는 비교적 많은 장소를 들린 것 같다. 운송수단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지는만큼 숲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숲에 대한 부분은 한참이 지난후에 추가함으로써 길게 늘려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기념품으로 사온 티셔츠에 구멍이 날 정도의 시간은 과연 얼마만큼일까? 

그만큼의 시간이 지난 후에 정리되어 나온 책이라 조금 때늦게 출판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거칠지만 생생해서 여행에의 의욕에 한껏 고무시키는 여행기라기보다는 많이 다듬어지고 잘 추스린 보고서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과되지 않은 가족여행의 모습과 감정의 흐름을 읽으며 여행의 실체를 고스란히 떠올리게도 한다. 물론 여행은 즐겁기는 하지만 그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 가끔 불편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는 바보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그런 것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감쪽같이 덧칠된다. '그래도 그때 참 좋았었지'라는 한문장으로 확 줄였던 시간들이 보다 객관적인 잣대를 거쳐서 슬금슬금 떠오르기도 했다.

미국의 숲에 대해서 소개받을 수 있는 책이다. 비록 요즘 나오는 여행책처럼 예쁘고 화사한 사진도 없고, 여행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장도 없지만 나무와 숲에 대한 충실한 설명만은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의 결과가 딱히 좋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여행을 준비할 때 멋진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장소들도 일정에 포함시켜야 겠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들보다 훨씬 더 길고 오래된 역사와 이야기를 지닌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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