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
아침나무 지음 / 삼양미디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는 꽤 묵직하고 두꺼운 책이다.

그리고 그만큼 책장 속에는 세계 각국의 신화들이 촘촘하게 담겨 있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신화까지 소개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신화도 빼놓지 않았다. 제일 먼저 우리나라 신화부터 책을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의 신화를 다루고 있다보니 그 분량이 엄청나다. 매일 읽을 페이지를 정해놓고 일주일동안 매진했었다. 

찬찬히 읽다보면 꼭 넣어야 할 부분과 책의 분량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고민하는

이 책의 지은이의 모습이 슬며시 연상되기도 한다. 그만큼 빠짐없이 다루려고 노력했다는 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그리스·로마 신화만으로도 몇 권의 책을 엮을 있을진데,

세계의 신화라는 주제를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게 과연 가능할까 의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주제에 맞게 페이지 수가 늘어난만큼, 세계의 신화에 대해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만큼은 모두 담고 있는 것 같다.

책 한권을 다 읽었을 때 뿌듯해지기도 했다.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을 잡은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쌓은 신화 상식이 다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어릴 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책들이 있다. 지역별로 동화를 엮어놓은 책이었다. 

그 중에는 북유럽 동화집을 시작으로 각지의 신비한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알았던 것 같다. 그 이야기들이 사실은 신화를 닮아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린 마음을 잔뜩 매료시켰던 동화들이 신화에서 비롯된 걸 알고나서는 신화나 고전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이야기와 그 속에 들어있는 기발한 상상력에 깜짝 놀랐던만큼 감탄했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들을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전부를 읽을수는 없을거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림에도 조각에도 심지어는 책에서조차 그 이야기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번에는 꼭 읽어놓으리라 미루고만 있었다.  

그래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신화'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정말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 같아'라고... 

한 권의 책으로 세계의 신화를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인데,

이야기책처럼 술술 잘 읽혀서 참 좋았다.

잘 모르고 있었던 세계 각국의 신화를 읽으면서, 그동안 신화를 읽을 때에도

편향된 태도를 취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나라 신화, 그리스·로마신화, 중국이나 일본신화, 서양의 몇 개국의 신화외에는 솔직히 낯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읽어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여러 문화의 다양성을 발견했으면 한다.

세계의 신화에 대한 상식을 습득하기에 꽤 괜찮은 책이었다.

단시간내에 세계의 신화를 정리하고 싶다면 이 책을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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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도 두고두고 질리지 않을 이야기
    from 감똘나라님의 서재 2010-03-24 17:31 
    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비교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와 달리 구성이 창세부터 건국까지 진행되도록 하였으며 알기 쉽게 정리했다.  이 책은 세계의 모든 신화에 없는 우리 신화와 몽골신화,오세아니아 신화가 들어있다.  요즘 아이들은 우리 신화를 잊어가는것 같아 아쉽다.하지만 이 책은 동남아시아 신화를 뺀 것이 아쉽다.하지만 중국신화나 일본신화를 더 쉽게 시간이 흐르듯 구성되었고 몽골신화의 경
 
 
 
악몽의 관람차 ㅣ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라는 생소한 장르의 창시자인 기노시타 한타가 한층 더 탄탄한 구성과 흥미진진함으로 돌아왔다.

엘레베이터에서 빠져나온 그가 이번 작품에서 선택한 밀실은 바로 관람차!

무면허 의료행위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니시다 마리코(니나)는 아카마쓰 다이지로의 데이트 신청에 승락한다.

유원지로 간 그들, 드디어 관람차에 오른다. 그런데 관람차가 갑자기 멈춘다.

그리고 다이지로는 그녀에게 고백한다. 니나, 그녀를 납치했노라고. 그리고 폭탄을 가지고 있노라고.

다이지로가 원하는 것은 6억엔이다. 니나의 아버지인 '니시나 클리닉' 원장 니시나 마코토에게 그 돈을 받아내겠다고 한다.

그 관람차에 있는 60개의 공간에는 사람들이 타고 있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니나는 무엇이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를 설득하려 한다.

작가의 시선은 그들에만 집중되어 있지 않다. 기노시타 한타는 관람차 17호와 19호 그리고 20호에 시선을 던진다.

17호에는 가족이 타고 있다. 고소공포증이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독하게 마음 먹고 관람차에 올라탄 소심한 가장 겐지, 아름답지만 약간 맹한 캐릭터인 그의 안내 아사코,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때때로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사고의 소유자인 딸 유카, 좋게 말하면 마냥 명랑하고 씩씩한 장난꾸러기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고타가 그 가족의 구성원이다. 그들 가족에게 뜻밖으로 납치범의 몸값 요구 전화가 걸려온다.

19호에는 소매치기계에서는 그 명성이 자자하여 '재단사 긴지'라고 불리며 역사적인 인물로 회자되는 일흔이 된 긴지와 하쓰히코가 타고 있다. 하쓰히코는 올해 스물 아홉, 하지만 소매치기로서의 재능이 다분히 회의적이라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중이다. 그러던 차에 조직의 두목이 달인의 기술을 보고 오라며 재단사 긴지를 소개해준다. 화려한 기술 훈련을 기대했던 하쓰히코는 긴지에게 이끌려 어느새 관람차에 타게 된다. 관람차가 갑자기 정지한 순간부터 긴지의 탐정놀이와 하쓰히코의 변의억제의 고충이 시작된다.

20호에는 미스즈가 타고 있다. 그녀의 직업은 이별 해결사, 그 분야에서 맹활약중이다. 1년 사이에 50커플 이상을 헤어지게 만들었다. 그녀는 관람차에 타고 있는 어느 두 사람을 헤어지게 만들라는 의뢰를 받고, 지금 이 관람차에 타고 있다. 그러던 차에 관람차가 멈춘다. 그리고 그것이 끝내주게 좋은 기회라는 것을 금새 알아채고, 진짜 범인의 범행의 그림자뒤에 숨어서 독자적인 협박을 시작한다.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람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납치된 현재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어느 순간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각자의 회상이 시작된다. 우선 다이지로부터.

평범하고 행복했던 가족의 둘째 아들이었던 다이지로가 왜 지금 관람차를 납치하게 되었는지 여기에서 알 수 있다.

각자의 회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이어지고, 분위기는 점차 가라앉으면서 슬퍼진다.

관람차 납치 사건의 전모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관람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정체도 서서히 드러나는데...

회상에서 돌아온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45분.

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그 시간동안 다이지로는 돈과 함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것인가.

그리고 읽어내린 페이지가 남은 페이지보다 훨씬 많아졌다고 느낄 때 즈음에 '악몽의 관람차'는 다시 한번 분위기를 바꾼다.

짠한 감동을 전격적으로 채택한 것이다.

솔직히 신기했었던 것 같다. 한 권의 책에 코믹, 액션, 감동, 밀실 그리고 스릴러가 모두 담겨있다니 말이다.

'코믹 액션 감동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라고는 하나, 다분이 과장되어 있으리라 짐작했었다.

그런데 정말 저 모든 요소가 꽤 비중있게 골고루 다루어지고 있어서 놀라웠던 것 같다.

책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이번에도 절대 예측하지 마라'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실제로 '악몽의 관람차'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줬다.

어쩌면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가, 역으로 그것을 이용해서 함정에 빠트린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올 여름은 별로 덥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말복을 기점으로 더위가 화려하게 컴백한 것 같다.

열대야의 잠 못 이루는 밤, 재미있는 소설 책 한 권을 머리맡에 두면 꽤 든든할 것이다.

'악몽의 관람차'도 그 역할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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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걷다 ㅣ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당신이 존 딕슨 카를 잘 안다면 당연히 이 책을 읽을 것이다!

당신이 존 딕슨 카를 모른다면 마땅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말은 아니고, 이 책의 띠지에 적혀 있다.

존 딕슨 카의 세계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작품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밤에 걷다'는 존 딕슨 카의 데뷔작이다.

또렷한 개성을 지닌 등장인물들, 사건의 팽팽한 긴장감, 매혹적인 문장...

어느 하나 흠 잡을 수 없는 작품이 그의 데뷔작이라니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이후의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커져만 간다.

소설은 살리니 공작이 목이 잘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결혼식을 한 바로 그 날 밤, 어느 사교 클럽에서 였다. 게다가 밀실살인사건이다.

살리니 공작은 부유하고 잘생긴 만능 스포츠맨이었지만 불운한 새신랑이었다.

그리고 그와 결혼한 루이즈는 비련의 신부였다.

첫번째 남편에 의한 살해위협에서 간신히 벗어나서 

살리니 공작과 결혼하게 되지만, 그 두번째 남편마저 결혼한 바로 그날 살해당한다.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바로 첫번째 남편인 로랑.

로랑은 아내를 살해하려다 체포되어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다가 탈출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하지만 전부인 루이즈가 살리니 공작과 결혼을 감행하려하자 그들을 향해 집요한 협박을 하고 있었다.

파리 경시청 총장 뱅코랭과 나는 로랑을 추적하고 있다가 우연하게 밀실사건의 증인이 되고

아연실색할만한 밀실살인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살리니 공작의 주변인물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건을 수사하면 할수록 수상한 점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전 딕슨 카가 준비해놓은 경악스러운 결말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간다.

세상이 기억하는 이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저자소개만 읽어봐도 대단하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존 딕슨 카의 다른 소설도 꼭 찾아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의 고풍스럽고 지적인 미스터리의 세계는 매력적이었다.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역사 미스터리 장르의 개척자,

기발한 트릭 추리의 대가,

불가능 범죄 소설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책을 읽기 전에는 거창하게 느껴져서 손사래를 쳤었는데...

존 딕슨 카에게 딱 어울리는 수식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 여름에는 존 딕슨 카의 추리세계로 열대야를 피해서 숨어들어 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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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ㅣ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미식견문록'에는 추억과 지식이 맛깔나게 버무려져 있다.

꼬리를 잇는 음식 이야기를 요네하라 마리는 정감있는 목소리로 들려준다.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인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실감한다.

음식이란 기억을 거슬러올라가 그때의 느낌 그대로를 재현해내기도 하고

그 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을 떠올리게도 하며

무엇보다도 그 음식과 함께 했던 순간의 나와 만날 수 있게 해주니까 말이다.

'미식견문록'을 읽다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기분좋게 식사를 하고나서 포만감으로 여유로워지는 것을

책 속의 맛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를 통해 느끼는 포만감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정도였다.

쾌적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에서 오는 감흥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을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음식의 세계로 슬그머니 빠져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왠지 뭐든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고, 뭐든지 새로운 맛의 세계로 인도해줄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여행자의 아침식사'의 맛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미식견문록'을 읽은지 얼마되지 않은 지금, 음식에 조금 용감해져있는 상태인 것 같다.

조금 수상해보여도 도전해 볼 의향이 생겼다고 해야하나. 

먹던 것만 먹고, 마시던 것만 마시는 안전한 식생활도 물론 나쁘지 않지만

새로운 세계로 나간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음식을 맛보면서 시작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새로운 음식을 앞에두고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수긍하게 되어서

앞으로는 다채로운 음식의 세계를 열린 마음과 자세로 대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녀의 음식에 얽힌 추억을 따라가다보면 나만의 음식 이야기가 몽실몽실 떠오르기도 한다.

참 맛있게 먹었던 음식부터 대략 난감했던 음식을 거쳐 꼭 한번 먹어봐야지 마음먹고 있는 음식까지.

이 책의 부제는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이고

표지의 보드카 병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하루 일곱 권의 책을 '읽어치운' 독서가 요네하라 마리, 평생동안 '먹어치운' 음식을 말한다'라고

하루 일곱 권의 책을 읽기 위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그녀는 그렇게 빨리 많이 먹어야 했을까,

아니면 씩씩한 먹보 근성을 가졌기에 일곱 권의 책을 읽을 수 있었는가가 궁금해진다.

요네하라 마리는 읽은 책의 수와 먹었던 음식의 가지수가 많았던만큼

이야기거리를 참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술술 풀어낸다는 느낌이었다.

다정다감한 어조의 문장으로 여러가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그녀의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들어서 다른 책들도 꼭 읽어봐야지 생각했다.

멋있고 맛있는 한 권의 책이었던 것 같다.

참, 공복에 이 책을 읽으면 꼬르륵 소리가 천둥만큼 크게 날 수도 있다.

빈속에 도서관에서 읽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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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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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는 '검은집'으로 알게 되었다.

영화 '검은집'을 보고나서 원작을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이미 본 뒤라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을 서서히 압박해오는 공포스러운 상황,

그리고 그의 오해와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건의 실체,

사건을 끝났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라는 개운치 않은 결말이 떠오른다.

'13번째 인격'은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검은집'이 사이코패스에 대해 다루었다면, '13번째 인격'은 다중인격과 엠파시를 그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1995년 1월 17일의 한신 대지진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

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평온을 잃고 대피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유카리가 찾아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엠파시를 지닌 엠파스.

이 능력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가족들과도 연을 끊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엠파스로서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런 유카리가 자원봉사를 하러 찾아간 병원에서 16살의 소녀 치히로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소녀에게 여러개의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인격 중에서 분노와 원망에 가득차 있는 이소라ISOLA에 신경이 쓰인 그녀는

소녀의 학교로 찾아가 상담교사를 만나고 그때부터 치히로의 인격통합치료를 돕기 시작한다.

그러던차에 유카리의 휴가기간이 끝나고 다음을 기약하며 도쿄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원만하게 치료가 계속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2주전의 어딘지 미심적은 내용의 편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다.

그들을 다시 찾아간 유카리, 그리고 학교에서 체육교사와 두 명의 학생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체육교사, 두 명의 학생의 죽음과 치히로 아니 이소라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이소라ISOLA라는 이름에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에서는 이 두가지의 궁금증을 풀어줄 내용들이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펼쳐진다.

실제로 작가는 한신대지진을 근처에서 접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서 소설가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기상황에서 국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작았고, 개인들이 서로 구출하고 도움을 받는 것을 보면서

치히로라는 소녀가 탄생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도울 수 밖에 없었던 소녀,

힘겨운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서 건져내줄 누군가가 곁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쪼개어 스스로를 지켜낼 수 밖에 없었던 16살 소녀를 말이다.

'13번째 인격'은 소녀의 인격들 중에서 특별히 이질적인 이소라라는 인격이 벌이는 사건들이 끝난다고 해서

그 인격이 만들어 낸 파장이 미치는 영향까지 없앨 수 있을까라는 강렬한 의문을 제기하며

씁쓸한 결말을 짓는다는 점에서 슬며시 검은집이 떠오르기도 한다.  

독특한 소재, 탄탄한 구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릴 수 있을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꽤 두꺼운 책인데도 쉴새없이 읽었던 것 같다.

열대야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검은집'을 인상깊게 읽었다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비슷한 때에 쓰여진 듯 하다. 그래서인지 분명 다른 책이지만, 비슷한 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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