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인격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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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는 '검은집'으로 알게 되었다.

영화 '검은집'을 보고나서 원작을 읽게 되었는데,

영화를 이미 본 뒤라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을 서서히 압박해오는 공포스러운 상황,

그리고 그의 오해와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건의 실체,

사건을 끝났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라는 개운치 않은 결말이 떠오른다.

'13번째 인격'은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이다.

'검은집'이 사이코패스에 대해 다루었다면, '13번째 인격'은 다중인격과 엠파시를 그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1995년 1월 17일의 한신 대지진을 그 배경으로 삼고 있다.

집과 가족, 그리고 일상의 평온을 잃고 대피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돕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유카리가 찾아온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에게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엠파시를 지닌 엠파스.

이 능력으로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가족들과도 연을 끊었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엠파스로서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런 유카리가 자원봉사를 하러 찾아간 병원에서 16살의 소녀 치히로를 만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소녀에게 여러개의 인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인격 중에서 분노와 원망에 가득차 있는 이소라ISOLA에 신경이 쓰인 그녀는

소녀의 학교로 찾아가 상담교사를 만나고 그때부터 치히로의 인격통합치료를 돕기 시작한다.

그러던차에 유카리의 휴가기간이 끝나고 다음을 기약하며 도쿄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원만하게 치료가 계속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2주전의 어딘지 미심적은 내용의 편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긴다.

그들을 다시 찾아간 유카리, 그리고 학교에서 체육교사와 두 명의 학생이 심장마비로 급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체육교사, 두 명의 학생의 죽음과 치히로 아니 이소라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리고 이소라ISOLA라는 이름에 숨겨진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소설에서는 이 두가지의 궁금증을 풀어줄 내용들이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펼쳐진다.

실제로 작가는 한신대지진을 근처에서 접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그로 인해서 소설가로 전향하게 되었다고 한다.

위기상황에서 국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너무나 작았고, 개인들이 서로 구출하고 도움을 받는 것을 보면서

치히로라는 소녀가 탄생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도울 수 밖에 없었던 소녀,

힘겨운 상황에서 손을 내밀어서 건져내줄 누군가가 곁에 없었기 때문에

자신을 쪼개어 스스로를 지켜낼 수 밖에 없었던 16살 소녀를 말이다.

'13번째 인격'은 소녀의 인격들 중에서 특별히 이질적인 이소라라는 인격이 벌이는 사건들이 끝난다고 해서

그 인격이 만들어 낸 파장이 미치는 영향까지 없앨 수 있을까라는 강렬한 의문을 제기하며

씁쓸한 결말을 짓는다는 점에서 슬며시 검은집이 떠오르기도 한다.  

독특한 소재, 탄탄한 구성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릴 수 있을만큼

마음이 가벼워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꽤 두꺼운 책인데도 쉴새없이 읽었던 것 같다.

열대야에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검은집'을 인상깊게 읽었다면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비슷한 때에 쓰여진 듯 하다. 그래서인지 분명 다른 책이지만, 비슷한 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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