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자처럼
심우찬 지음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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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의 지극힌 주관적인 취향과 선호를 기준으로 선택된 서른 명의 여성이 이 책에는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 여자', '프랑스적인 여자들'에 제인 버킨이나 카를라 브르니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고

새삼스럽게 그가 어떤 주관적인 취향과 선호로 프랑스 여자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서른 명에 대한 간략한 글 서른 개가 쪼르륵 나열되어 있다.

288페이지, 하지만 읽는데는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읽는 동안 물론 재미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덮고나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그 어느 인물들이 아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에필로그에 있기 때문인지, 책 중간중간에 잊을만하면 등장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비맞고 있는 걸 운전하면서 지나가다고 봤다라던지, 산책길에 제인 버킨과 이야기했다라던지,

내 옆자리에서 조니 뎁과 바네사 파라디가 식사했다던지, 카를라 브루니와 대화해봤다라던지...

그런 내용들만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파리이기 때문에 전혀 놀랍지도 호들갑 떨 일도 아니라는 부연설명을 곁들이고 있지만,

왠지 그들과의 만남에 충분히 감동하고 경도되어 있다고 느껴지는 게 왜일까. 단순한 착각이려나.

물론 '자랑하는 것일까'라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지만...

프롤로그에서 '프랑스 여자처럼'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을 알려주고 있기는 하지만

프랑스 여자처럼 어쩌라는거지라는 의문은 한동안 계속되었던 것 같다.

서른명은 너무 많은 게 아니었나 싶은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 그러면서 내용이 서른명에 맞게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선택을 줄이고 집중했더라도 괜찮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니까 책제목과 책소개글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매력에 딱맞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건 책의 잘못도 아니고, 나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단순히 좋지 않은 타이밍에 만나게 된 것일 뿐.

조금 더 빨리, 아니면 조금 더 늦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책의 장점을 좀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단순히 내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기대와 현실 사이의 충돌과 마찰이 있었을 뿐이지

이 책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랑스에서 살았고, 살아가고 있는 서른 명의 여성들을 잠깐동안 짧은 페이지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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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가 이렇게 쉬울 리 없어!
조이 슬링어 지음, 김이선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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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캐나다의 저널리스트 조이 슬링어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주인공 발렌타인은 아내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복수의 대상은 망나니 1, 2, 3.

그리고 세밀하고 정교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리송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아내의 죽음으로 몰아간 나쁜 녀석이 죽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의도한 그대로, 그가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고 상상속에서 반복했던 그 방식으로 실현되었던 것은 결코 아니니까.

그 과정에서 우연한 사고가 개입되어 복수의 대상자가 죽어버렸으니까 말이다.

결과론적으로 맨 처음의 시도가 발렌타인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두 명를 위한 철저한 복수 계획을 세우기 위해 노인 거주 시설인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참,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발렌타인은 여든한 살로 청과 도매상으로 일하다 은퇴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내는 망나니 1, 2, 3에 의해 겁에 질려서 죽었다. 그래서 발렌타인은 그들에게 복수를 실행하고 있다.     

복수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질구레하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활동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수도원'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복수를 준비하는 발렌타인은 거기에 있던 기존의 사람들과 어딘가 다르다.

그는 항상 바빠보이고, 즐거워보였다. 때로는 행복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 그런 점에서 의문을 품은 '수도원' 손님에게 복수의 계획을 털어놓았는데, 그 이야기는 확대되고 재구성되어

거대하고 조잡하지만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 편의 영웅담같은 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발렌타인의 계획은 이제 모두의 계획으로 탈바꿈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수도원 집행 위원회'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로는 순탄한듯 하면서 순탄하지 않고, 아귀가 착착 맞물려서 사건이 해결되는 듯 하다가 여지없이 꼬여버린다.

그래서 영화나 다른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하지는 못한다.  

이 책의 원제는 '펀치 라인'이라고 한다. 예기치 못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농담이나 재미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을 일컫는

말이란다. 농담처럼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도 수도 없이 많은 책이었지만, 이 책의 진정한 펀치 라인은 그 모든 농담들이

끝나고 남는 씁쓸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서 그려내는 나이 듦과 죽음은 농담이 아닌 것 같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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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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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리고 표지에는 북극곰 한마디라 애처로이 앉아있다. 그 눈빛은 '제발 이제 그만 좀!'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미안해진다. 사과해야만 할 것 같다. 북극곰이 출연하던 다큐를 봤었다. 얼음이 없는 바다를 쉬지 않고 헤엄치다가

지쳐서 죽음을 맞이하는 북극곰들이 있다고 한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바다를 건너야 하지만

그 끝없는 바다 위에 잠시잠깐의 휴식처인 얼음이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간신히 바다를 건넜다고 해도

뭍에 이른 그 곰에게 사냥을 위한 어떤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사냥을 시도하지만 이내 제지 당하고

어느 한 켠에서 쓸쓸하게 지친 몸을 누이고 있는 그 흰색의 곰이 슬퍼보였던 것 같다.

표지에 있는 흰곰이 그 곰과 같은 처지에 있는 것만 같아서 '얼음 없는 세상'이란 그 제목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것만 같다. 이 책은 얼음의 역사로 시작하고 있다. 그전에 앨 고어의 추천 서문이긴 하지만...

그 빙하처럼 거대하고 얼음벌판처럼 투명하고 광할한 얼음의 역사를 읽다보면 극지방을 덮고있는 얼음이 거대하게 느껴진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변화를 걱정하고 우려했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왜, 어떤 이유로 걱정해야 하는지는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부분들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정말 큰일이구나'싶어진다. 그야말로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문이란 부제가 부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런 중요한 얼음을 참 쉽게도 녹이고 있구나 싶어지고, 앞으로도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얼마 전에는 4월에도 눈이 와서 깜짝 놀랐는데, 세계 곳곳에서는 그러한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대로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상황들을 지켜 보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얼음이 없는 세상이라면, 북극곰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라면, 인간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200년만 무사히 버티면 우주로 나갈 수 있을거라고도 하지만 지구를 떠나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류는

그곳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역시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지구가 곁에 있을 때, 기회를 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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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블랙홀 - 자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심리학
가야마 리카 지음, 양수현 옮김, 김은영 감수 / 알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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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다, 외롭다...절대 객관적인 척도로 잴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과거에는 그런 측면도 있었다고 한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상태와 개인의 내면적인 안정과 만족도 사이에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었단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버렸다. 그 사이에 존재했었던 명확한 상관관계를 더 이상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봐서 그 사람은 충분히 행복할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해도

그가 자신을 외롭고, 우울하고, 상처받고, 마음이 공허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그 말 그대로 그런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측면만큼은 주관이 객관을 이기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측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마음에 대한 책이다.

이를테면 마음 속에 생긴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파괴력있는 여파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구나 몇 가지 정도 마음에 생채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 상처가 블랙홀이 되어서 그 사람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 수 있었다. 마치 블랙홀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 사람들, 그러니까 마음에 블랙홀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의 사례를 나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열거는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자기 회복을 위한 희망의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있었고, 그것을 믿었었는데...

희망이라던지, 자기 회복이라던지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달아 들려주고 있었다.

거기에 비해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나도 미약해서 찾기조차 어려울 뿐더러,

그와 반대되는 내용의 비중과 위력에 압도되어서 미미하다는 느낌만이 이 책을 읽는동안 강하게 들었었다.    

이 책을 읽고나면 희망을 발견하고 으쌰으쌰 힘이 날거라고 예상했었는데,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그제서야 왜 책제목이 '마음의 블랙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는 블랙홀.

블랙홀을 빠져나올만큼의 탈출속도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집어들지도 않았을텐데.

그런 능력을 아직 획득하지 못한 나로서는 이 책의 어디에서 희망의 흔적을 찾아야 할지 한참을 헤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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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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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사라졌다. 그리고 끝도 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위에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덩그러니 혼자 세상에 남겨진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만이 여기에 남겨져 있다는 것만이 확실할 뿐이다.

집 밖으로 나가서 이 일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볼 수도 있었고,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찾아나설 수도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근처에서 살아가기 위한 너무 많지 않은 생필품을 모으고

언젠가 이 모든 게 끝나는 그 날을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태양이 사라지고나서 낮과 밤의 구별의 모호한 매일이지만, 그는 날짜와 시간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보살피며 지낸다. 여기저기에서 모은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그러다 어느날 그는 기록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태양이 사라지던 날'은 그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지는 그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낼 수 밖에 없고, 그의 기억을 들려준다. 그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일을 후회하는지까지...

그런 생활 속에서 그는 조금씩 지쳐간다. 기억에 지치고, 끝없는 어둠 속에서 기운을 잃어간다.

그러다가 그는 그의 아내가 잠들어있는 곳으로 가기로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한동안 즐겁게 지내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혼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눈을 돌릴래야 돌릴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일년간의 시간이

울적하면서 불안하게 그려진다. 그의 시종일관적 의욕없음 상태는 그 어두운 상황과 맞물려 한층 더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망의 구'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다름이 아니라 비슷한 구조를 이루고 있으니까.

하지만 전혀 다르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분위기,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전혀 딴판이다.

다만 같은 점은 이유도 모른채 자신만이 혼자 세상에 남게 되었다는 것, 헤매다가 또다른 생존자를 찾게 되는 것,

그리고 동료가 된 그들의 이후의 향방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때때로 그 소설이 생각났고 다시 한번 책장에서 꺼내보기도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남겨진 단 한 명의 사람이 된다는 건 참 겁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화상대가 오로지 자신 밖에 없기에 스스로에게서 결코 시선을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통렬히 반성하더라도 아무것도 바뀔 게 없다는 점이 더 슬플 것 같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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