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사라지던 날
유르겐 도미안 지음, 홍성광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태양이 사라졌다. 그리고 끝도 없이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위에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덩그러니 혼자 세상에 남겨진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만이 여기에 남겨져 있다는 것만이 확실할 뿐이다.

집 밖으로 나가서 이 일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볼 수도 있었고,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찾아나설 수도 있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근처에서 살아가기 위한 너무 많지 않은 생필품을 모으고

언젠가 이 모든 게 끝나는 그 날을 기다리기로 결심한다.

태양이 사라지고나서 낮과 밤의 구별의 모호한 매일이지만, 그는 날짜와 시간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보살피며 지낸다. 여기저기에서 모은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그러다 어느날 그는 기록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태양이 사라지던 날'은 그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지는 그의 심리적 상태를 드러낼 수 밖에 없고, 그의 기억을 들려준다. 그가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일을 후회하는지까지...

그런 생활 속에서 그는 조금씩 지쳐간다. 기억에 지치고, 끝없는 어둠 속에서 기운을 잃어간다.

그러다가 그는 그의 아내가 잠들어있는 곳으로 가기로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한동안 즐겁게 지내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니다.

혼자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눈을 돌릴래야 돌릴 수 없었던 한 남자의 일년간의 시간이

울적하면서 불안하게 그려진다. 그의 시종일관적 의욕없음 상태는 그 어두운 상황과 맞물려 한층 더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절망의 구'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다름이 아니라 비슷한 구조를 이루고 있으니까.

하지만 전혀 다르다. 주인공의 성격이나 분위기,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전혀 딴판이다.

다만 같은 점은 이유도 모른채 자신만이 혼자 세상에 남게 되었다는 것, 헤매다가 또다른 생존자를 찾게 되는 것,

그리고 동료가 된 그들의 이후의 향방에서 유사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때때로 그 소설이 생각났고 다시 한번 책장에서 꺼내보기도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남겨진 단 한 명의 사람이 된다는 건 참 겁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화상대가 오로지 자신 밖에 없기에 스스로에게서 결코 시선을 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다.

통렬히 반성하더라도 아무것도 바뀔 게 없다는 점이 더 슬플 것 같다. 이미 그곳에는 아무도 없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