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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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 나를 이끌어준 모든 <더블 앨범>에 대한 헌정'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소설집은  

side A, side B 두 권과 일러스트 화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러스트 화집에는 일러스트와 함께 단편들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흥미진진하게 재미있게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고보면 그의 이전 소설들도  

그런 식으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유머는 존재했지만  

밝거나 경쾌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바닥에 나직하고 얕게 깔려있는 우울함같은

걸 매번 발견했었다. 그런데 '더블'에서는 그 어둠의 그림자가 세력을 확장한 것 같다.  

소설이다 생각하면서도 왠지 등장인물들이 소설 밖의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다. side A을 읽고 잠들었던 그 날 밤에  

이제는 자세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수면 속으로 가라앉거나 블랙홀로 스며들어가는 것만

같은 분위기의 꿈을 꾸고는 가라앉은 기분으로 상쾌하지 못한 아침을 시작했다.  

잠들기 전에 읽는 걸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었다. 그만큼 그의 소설이  

이전보다는 무거워지고 어두워진 것 같다.  

하지만 이전보다 읽었던 소설보다 현실에 바짝 다가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다채로웠고, 기발한 발상이 놀라웠다. 다만 유머적인 측면만큼은 이전보다  

위축되었다는 느낌이다. 하기야 이런 분위기에서 유머까지 등장한다면  

괴기스러울 것 같기는 하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 이런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같은 제목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함께 수록된 일러스트 화집을 통해서 제목만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전혀 다르지만 언뜻 등장하는 공통점을 소설을 읽다보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런데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알퐁스 도데의 별과는.

이 책을 읽다가 잠들었을 때 악몽을 꾼 영향으로 '더블'을 혼자서  

너무나 진지하고 무겁게 읽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한참이 지났는데도 더블'을 생각하면 책보다는  

나쁜 꿈을 꾸고 일어나서 멍하니 앉아있는 그 순간이 먼저 떠오르니까.  

나쁜 꿈의 여운이 지나가면 다시 한 번 읽어볼 참이다. 그때는 또 다른 느낌이려나.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긴 하지만.  

'더블'을 펼치면 박민규 월드에 입장이 가능하니, 그의 신작을 이제나 저재나

기다려온 사람이라면 이번 책이 꽤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그 어떤 후회도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분명 실망스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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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천사
키스 도나휴 지음, 임옥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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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추운 겨울밤이었다. 홀로 살고있는 퀸 여사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두드린 사람은 어린 소녀였다.

너무나도 추워보이는 그 아이를 퀸 여사는 모른 척 할 수 없었고, 집 안으로 들인다.  

그리고 퀸여사는 자신의 문을 두드린 그 아이, 노라를 외손녀라고 거짓말을 하기로 한다.  

퀸 여사의 딸 에리카는 오래 전에 집을 떠났다.

늦게 얻은 아이라 조심스럽게 곱게만 키웠던 사랑스러운 딸은 작별인사도 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자친구를 따라서 도망쳐버렸다.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좌파 학생운동 단체 '파괴의 천사'에 가입하겠다며 말이다.

퀸 여사는 자신의 정원을 통학로로 이용하고 있는 소년 숀에게 노라의 등교를 부탁한다.  

그리고 그 날 이후 퀸여사와 숀에게는 조금은 다른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노라는 자신이 천사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천사임을 증명하려는 듯이 믿기 어려운 일들을 일으킨다.  

노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이 각자 나름의 어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단지 모든 것이 언젠가 바로잡히기를 바라면서  

가만히 움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찰나에 노라가 등장했다.

그 아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를 위기에 몰려있는 그들은 묻지 않는다.  

다만 그 아이를 기다림 끝에 마침내 받은 대답같은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언제까지 진실이 아닌 것은 진실이라고 우기면서 살아갈 수 없다.

그 계기는 퀸 여사의 여동생이 만들어낸다. 그녀는 퀸 여사처럼 모든 것을 덮어둔 채  

지나칠 수 없었고, 하나뿐인 혈육인 퀸 여사가 하지 못한 것을 직접 실행에 옮긴다.  

그러면서 원래 그랬어야 했었던 것을 비로소 해낸다.

간절히 바란다면, 너무나도 간절히 바란다면 천사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어쩌면 천사의 역할은 스스로 해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노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 근처에 열쇠를 찾아보는  

수고를 해야하는 건 아닐까. 최소한 손잡이를 돌려보는 건 어떨까. 의외로 모든 것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해결될지도 모르니까.  

간절히 바라면서, 간절히 바라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천사의 등장에 모든 걸 걸 순 없다는거지.

그런데 노라의 정체, 과연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그 아이의 마법의 우유 레시피도  

알고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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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의 염소들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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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테말라의 염소들'이란 제목과 대략의 등장인물 소개를 읽으며  

과테말라에서 다섯 마리의 염소를 키우는 호세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이십대를  

보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접점을 가지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주인공인 '나'가 여행을 떠난 것일까 막연하게 상상했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그들은 상대를 마주본 적은 없었지만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다.  

그들의 인지는 '나'의 엄마를 통해 이루어진다. 방송국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던 그녀.

호세와 나는 교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같은 아픔을 겪었던 구성원으로써  

터널같은 시기를 공유한다. 그들은 다른 공간과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병렬적으로 나열된 그들의 이야기는 읽어내려가다보면

그들이 어쩐지 비슷한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개그맨 시험을 치려고 한다. 십 년을 넘게 알아왔던 친구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만큼 그다지 재능은 없을 것 같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 수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제대로 살고 있다는 확신도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인공인 '나'와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위태롭고 불안한 그들에게 세상은 블링블링 빛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넘어지고, 휘청거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개그맨 시험을 치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소설의 그 다음 순간부터는 이별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가 펼쳐진다.  

펑펑 울거나 주위 사람에게 매달리거나 하지 않지만, 강력한 충격을 받고나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고 느껴진다.

먹지 못하고, 기억의 조각들은 제멋대로 편집되어 쉼없이 상영된다. 그리고 의사를 피해다닌다.

아주 슬픈 상황,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힘겹게 그려지는데  

무겁지만은 않다. 과테말라에서 염소를 키우고 있는 호세의 글이,  

병원을 찾아오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순간들이, 가만히 마음 속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끈끈한 유대와 추억이 이 소설의 분위기가 수면 저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걸 막아준다. 하지만 슬프다.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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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를 끼워주고 싶다
이토 다카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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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히코는 여자친구에게 이유도 없이,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특별한 이유없이 버림받고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된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결혼을 해서 행복해지기로 한 것.  

그것이 그가 생각해 낸 복수의 방법이었고, 실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짜낸  

유일한 방안이었다. 지금 그는 서른을 코 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세 명의 여자를 만나고 있다. 결혼하기 위해서,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서.

그런데 이를 어쩌나. 반지까지 사두었는데, 누구에게 반지를 주기로 결심했는지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눈을 떠보니 몇 시간 동안의 기억이 말끔하게 지워져 있었던 것.  

난데없이 스케이트장에서 꽈당 넘어졌단다.

머리에 칭칭 붕대를 묶고 기억을 찾아내려 골몰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한 몇 시간 뿐의 기억이 상실된 것이라면 데루히코도 과음으로 필름이 끊겼다  

넘어가버리고 말테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다.

'서른 살이 되기 전에 결혼하기, 서른이 되기 전에 최소한 프로포즈 하기'라는 목표가  

이루어 지느냐 마느냐, 과연 자신이 결혼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냐가 달린 기억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를 해도 도대체 스케이트 장에는 왜 간 것인지,  

반지는 누구에게 주기로 한 것인지 데루히코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그 세 명의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볼 수 밖에 없다.

그는 과연 누구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했었는지 생각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데루히코가 프로포즈의 상대방을 찾기 위한 여정을 뒤쫓고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는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어쩐지 피터팬이나 모로토리엄 인간에 가까워보인다.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하겠다는 이유로 세 명의 여자와 동시에 사귀지를 않나,  

그 여자친구 중에서 누구와 결혼할 것인지를 결정하지도 못할 뿐더러,  

누구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싶은지도 잊어먹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여자친구에게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아직 자기가 무엇을 해야할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상태,  

결혼을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역시 결심하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대로 그는 결혼해도 되는 것일까?

반지를 끼워주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낼 때까지 그는 과연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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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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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나 여행에세이가 아니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그 속에서 마음에 쏙 드는 장소를  

발견하곤 한다. 그 인상은 꽤 강인한 것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가끔씩 그 장소가 생각나곤 한다.  

거기에 참 가고 싶었는데, 거기 참 멋져보였는데...라고 아련하게 기억이라도 나는 날에는

괜시리 여행일정도 잡아보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비용을 예상해보고,  

어디에 가면 좋을지도 결정해두고, 대략적인 경로도 잡아둔다.  

아주 가끔이지만 어떨 때는 최저한 비행기티켓을 검색해볼 때도 있다.

그러다가 모든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훌쩍 떠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짧은 일정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지라

아쉬움이 가득 남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남게된다.  

책을 읽고 한참인가 시간이 지나면 그럴 때가 있다.  

책의 제목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때, 때로는 시간의 마모로 주요 줄거리까지  

희미해지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몇 권인가 책의 내용이 섞여버리는 때,  

아주 가끔은 책의 존재마저 깜빡 잊게 되는 때.  

그런 때라도 그 책을 읽으며 느꼈던 많은 것들이 투영될 수 밖에 없는 책 속의 그 장소만은

비교적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아련하게 그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꿈꾸기도 한다. 그리고 한참인가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하고 찾아가 보기도 한다.  

'책여행책'은 그런 책 속의 장소에 관한 책이다.

책에 나왔던 그 장소를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 페이지 밖으로 걸어나와서 본 그 장소는  

분명 책 속의 그 모습과는 다를테지만, 그곳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재미있게 읽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책'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여행'에 대한 책이라는 느낌이 강했지만 인터넷 서점 주제분류를 보니까  

확실하게 '여행에세이'로 분류되어져 있어서 할 말이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여행이 하고 싶어진다.  

책 속을 빠져나와서 실제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짐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운 그런 여행이 하고 싶어졌다.  

실제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작은 수첩에 빡빡하게 그 여행기록을 적어오는거다. 이것도 귀찮다는 이유로

이제까지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러니까 이전까지와는 조금 다른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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