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의 염소들
김애현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과테말라의 염소들'이란 제목과 대략의 등장인물 소개를 읽으며  

과테말라에서 다섯 마리의 염소를 키우는 호세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이십대를  

보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접점을 가지게 되었을까 궁금했었다.

주인공인 '나'가 여행을 떠난 것일까 막연하게 상상했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그들은 상대를 마주본 적은 없었지만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다.  

그들의 인지는 '나'의 엄마를 통해 이루어진다. 방송국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던 그녀.

호세와 나는 교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같은 아픔을 겪었던 구성원으로써  

터널같은 시기를 공유한다. 그들은 다른 공간과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병렬적으로 나열된 그들의 이야기는 읽어내려가다보면

그들이 어쩐지 비슷한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개그맨 시험을 치려고 한다. 십 년을 넘게 알아왔던 친구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만큼 그다지 재능은 없을 것 같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알 수 없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제대로 살고 있다는 확신도 없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인공인 '나'와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위태롭고 불안한 그들에게 세상은 블링블링 빛나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넘어지고, 휘청거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개그맨 시험을 치기 위해 대기하는 동안 엄마의 사고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소설의 그 다음 순간부터는 이별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가 펼쳐진다.  

펑펑 울거나 주위 사람에게 매달리거나 하지 않지만, 강력한 충격을 받고나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고 느껴진다.

먹지 못하고, 기억의 조각들은 제멋대로 편집되어 쉼없이 상영된다. 그리고 의사를 피해다닌다.

아주 슬픈 상황,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힘겹게 그려지는데  

무겁지만은 않다. 과테말라에서 염소를 키우고 있는 호세의 글이,  

병원을 찾아오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순간들이, 가만히 마음 속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끈끈한 유대와 추억이 이 소설의 분위기가 수면 저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걸 막아준다. 하지만 슬프다.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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