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도사가 된 탁구영 - ‘아는 사람’을 ‘결정적 우군으로 만드는 법
조관일 지음 / 미디어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탁구영씨가 이번에는 인맥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전 책에서는 책을 쓰기로 마음 먹더니,

다시 만난 구영씨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인맥도사가 된 탁구영은 탁구영이라는 인물을 내세워서 인맥의 중요성과 인맥을 구축하는

방법론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구영씨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나름대로 직장 생활도 잘 하고

있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도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엄격하지만 존경하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의 외동 아들로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휴일과 마찬가지로

늦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을 당연하다는 듯 받아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어머니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걸 알아차린 탁구영. 그 길로 병원 응급실로

향하게 된다. 검사결과는 패혈증,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병이라는 것을 검색을

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큰 병원, 좋은 병원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싶은 게 자식 된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제서야 알게 된다. 큰 병원이나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데 인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밤늦은 시간에 이리저리 전화를 하며 수소문을 하기

시작한다. 물론 아버지와 함께. 연줄이 닿지 않아 애가 타는 찰나에 선배로부터 한 마디를

들었다. 어정수 주임이 그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평소에 어주임에 대한 인상을 떠올려본다. 그다지 교류가 없었다, 안면은 있지만. 솔직히

그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수더분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스타일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런 허술한 점 때문에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그였는데, 탁구영의 부탁에 선뜻 긍정적인 답변을 들려준다. 알아보겠노라고.

그리고 실제로 어주임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병원을 옮길 수 있었고, 병세에도 큰 차도를

보이게 된다. 이 일을 통해서 탁구영은 어정수 주임을 다시 보게 되었다. ,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게 된다. 이것을 시작으로 탁구영의 인맥 탐구는 시작된다.

인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에피소드가 여러 개 등장하고, 인간관계에 일가견이 있었다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깨알같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명함 관리 방법이라던지, 이름을

기억하는 노하우라던지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같은 게 소개되어 있다. 솔직히 다 아는

내용이라고 넘겨버리기 쉽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게 또

현실이 아니던가. 꼼꼼하게 읽다보면 느끼는 바도 있고, 이건 꼭 해봐야 겠다 마음 먹게

되는 것도 있었다. 결국에는 마음이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사람을 대하는 때에도,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주기를 원하는가를 비추어서 그 사람을 대한다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다 싶기도 했다. 언제나 인간관계가 어렵다고만 규정내렸지만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별다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떠올렸다. 결국은 사랑이었다. 인간관계 역시, 인맥

이라는 이름이 붙은 관계 역시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야겠다. 사랑은 힘이

센 것 같다. 이 강자에게는 옆에 찰싹 붙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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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방 - 개정완역판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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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 운동의 바이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책이라고 한다. 75년에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유효하게 읽어도 좋을 책,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요즘 마구마구 추천하고 있는 중인

책이기도 하다. 채식주의자는 이 책은 어떤 마음으로, 최소한 나보다는 덜 불편한 마음으로

읽을까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궁금했었다. 그 정도로 이번 독서는 편하지 않았다, 마음이.

동물의 권리, 인간의 동물에 대한 학대에 대한 책이나 다큐멘터리 그리고 영화를 찾아서

보고 있긴 했다. 그리고 그러고나서 얼마간은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했고.

채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물색하고, 파란만장하게 샐러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새로운

식단, 새로운 생활을 시도하는 건 그 책에 대한 기억이 유효할 때에 한정된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이 책을 막 읽고난 지금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 계란도 우유도 지금은 예전과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먹을 순 없을 것 같다. , 돼지, 송아지와 소들이

사육되고 도축되는 상황이 지금으로선 너무나 또렷해서 그럴 순 없을 듯 하다.

우유와 계란에 대해서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우유가 생산되기 위해서 젖소는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저렴하게 계란을 공급받기 위해서 닭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지금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계란에도 선뜻 손은 가지

않고, 요즘은 열심히 두부를 먹고 있는 중이다. 두유를 구입하고, 채소 가격이 올랐다며

투덜거리기도 한다. 강렬한 이 책은 잡식주의자를 채식주의자로 일시에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채식주의자로서의 기간이 얼마나 갈지는...

지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동물해방이라는 책 제목 알고는 있었다. 피터 싱어라는 작가의 이름도 알고는 있었다.

제대로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그리고 그 독서동안 인간이 참, 인간이 참...’

이라고 중얼거리는 게 몇 번이었던가. 이 책에서 작가는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 말한다.

인간이 동물에 대해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말한다. 인간이 동물에게 그런 일을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인간과 동물을 차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여러번 채식주의를 시도하다가 매번 실패했고, 결국에는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환경을 개선하고 최대한 인도적인 방식으로 도살하자는 견해에 일견 동조하고 있었던

터여서인지 이 책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런 견해를 내놓은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

것인가라는 본연적인 질문에 피할 수 없었으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지금까지는

채식을 하고 있다. 이전보다 두부와 콩을 많이 먹고, 채소와 과일을 가까이 하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이전에 실패해 본 경험이 많아서 걱정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채식주의자에서 이탈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이 책을

꺼내 읽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다. 동물시험을 다시 읽고도, 식육을 위해서 동물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생을 보내는지 다시 읽고나서도 여전히 고기가 먹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참이다. 어쨌든 이 책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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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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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에서는 약간의 호기심이 일었고, 전체 문장을 봤을 때는 이미

마음이 끌려버렸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본문에서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감정이란!

작가 소개에서 그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의 제목을 살펴본다. 전부 읽지는 않았지만 반수가

넘는 책을 읽었고, 그 책들을 읽게 된 계기가 책 제목 때문이었음을 떠올릴 수 있었다.

굳빠이, 이상은 제목이 독특해서, ‘대책없이 해피엔딩은 원래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대책없이 해피엔딩을 지향하면 어찌되는지 슬핏 궁금해져서였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그때 외로웠서 읽게 되었을거다. 책제목을 살펴보는데 책의 내용보다 먼저

그 책을 읽게 된 이유가 후다닥 떠올랐고, 그 이유에 책 제목이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제목에 마음이 움직였고 이 책과 함께 얼마동안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카밀라라는 젊은 여성이 나온다. 한국에서 출생했지만 미국에서 자랐다. 양어머니 앤은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친구같은, 정말 좋은 친구같은 느낌이었다. 어머니라기보다는.

앤이 죽고나서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카밀라는 페덱스 25킬로그램짜리 6개의 상자를

재혼을 앞 둔 양아버지에게서 전달받게 되었다.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 상자에는 어린 시절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그 어린 시절에는 내가 기억하는 것만이

담겨있는 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만 자리잡고 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상자에서 그동안 모르던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 중에 하나가 자신을 낳아준 친모에

대한 것이었다. 나를 찾아 편지를 보낸 오빠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그 상자는 카밀라가 작가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 박스를 기본으로 해서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었고, 그 책은 카밀라가 그녀가 모르는 어린 시절을 찾아가는 데 큰 계기를

만들어 준다. 그리하여 자신이 태어났다는 진남으로 향한다. 그리고 자신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단서는 별로없다. 하지만 실낱같은 단서로도 찾아낼 수 있는 게 얼마든지 있었다.

그 찾아낼 수 있는 것들을 교묘하게 덮어버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고, 그래서 답답하고 불쌍하기까지 한 캐릭터가 한 분 등장

하시는데, 그 사람이 그 은닉에 가장 열심히다. 카밀라를 위한다는 말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위해서 였다. 자신의 엉클어진 인생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러기 위해서

행동한다. 초지일관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는 점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카밀라의 출생의 비밀을 함께 쫓다보면 소문과 비밀 그리고 악의 같은 것들이 드러난다.

인간이 가진 덕목 중에서 참 못난 부분들을 발견할 수 밖에 없는데, 밉고 싫다기 보다는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런 상황에 얽매여서 힘들고 괴로운 건 자신이었을텐데,

그런 선택을 해서 일그러진 삶은 평생 그 형태로 모양이 잡힌채 시간이 흘러갔을텐데...

싶기도 했다. 카밀라가 출생의 비밀을 밝혀가는 동안은 줄거리를 따라가기에 바빴다.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과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런 과거를 만들어내는데 일조를 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소설을 읽는 동안은 몰랐었는데, 다 읽고나서보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왜 이리

하나같이 불쌍할까. 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 행동을 했었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일부분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서 안쓰러움이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안쓰러운건 안쓰러운거고, 불쌍한 건 불쌍한 거지만...싫은 건 역시

싫다는 걸 확인했다. 정말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도 등장하니까.

주인공 카밀라는 여성, 20대 젊은 여성. 작가는 아시다시피 남성. 이럴때면 읽기 전에 항상

겁이 난다. 이건 트라우마같은 거다. 다른 성별에 대한 몰이해와 편견에 너무나 불편해서

읽다가 미처 다 읽지 못하고 접었던 책이 있었다. 이제는 안다. 그 작가는 여성이나 남성을

떠나서 사람에 대해서도 나와 맞지 않는 사고를 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소설의 내용은 물론 제목마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불쾌감은 또렷해서, 다른 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설을 읽기 전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책은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트라우마가 얼른 없어져야 할텐데, 그리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이번을 계기로 약간이라도

희석된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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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드로잉 노트 : 사람 그리기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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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진 게 언제부터였을까?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

건 또 무슨 이유 때문이었을까? 어릴 때는 별다른 부담없이 쓱쓱싹싹 그렸던 그 그림들이

이제는 왜 그런 방식으로 그려지지 않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그런 것들이 궁금해

졌다. 그리고 왜 지금의 나는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지 드로잉 노트는 그런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인가 해보라고 권유한다.

일단 연필을 들고, 종이 한 장을 펼치라고 말한다. 그리고나서 무엇인가를 시작해보라 한다.

일단 선긋기부터. 선긋기 정도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건너뛰려고 하다가 실제로

선긋기부터 해보았었다. 하얀 종이 위에 무른 연필로 선을 그려보았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예상한 것보다는 까다로웠다. 흔들림 없이 선을 긋는다는 건 마치 평행대 위를 걷고 있을

때 느꼈던 긴장감을 상기시켰다. 호흡을 잠시 멈추고 순간적으로 선을 긋는거다. 그걸

반복했었다. 그걸 마치고 나서는 종이 위에 조약돌 바다로 만들었다. 하얀 종이 위를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의 동그라미를 채워넣었다. 그리고 그 조약돌에 표정을 그려넣었다.

눈을 그리고 코를 세우고, 입을 만들었다. 이제 조약돌은 얼굴이 되었다. 하얀 종이를

채우는 얼굴은 꽤 많았고, 그 얼굴들을 저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신기했다.

내가 그렸는데, 모두 다 내가 그린 것인데 달랐다. 다르지만 비슷한 얼굴들도 보인다.

다른 얼굴이 되도록 눈매, , 입모양을 신경썼는데도 그려놓고 보니 닮은 얼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얼굴을 한바닥 가득히 그려낸다는 게 그다지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이 시키는대로 그림을

그렸다. 선을 따라서 그리기도 했었고, 손을 그려보기도 했었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발견한 작은 소품들을 그려보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러던데, 그림을 이리 그리는 것이라

한다. 매일 한 그림을 30초씩, 30개의 그림을 30일간 계속 그리는 것. 최고의 드로잉 신공

이란다. 이걸 해보고 싶은데, 30일간 계속이 어렵다. 30초씩 30개도 쉽지 않았다.

저걸 할 수 있게되면 그림과도 꽤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림은 친해지기

꽤 어려운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긴 했지만, 그 시기를 넘기고 나면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가 되리라는 건 확신에 가까운 무게감으로 짐작하고 있다.

지금도 이 책에서 시키는 것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어째어째 따라해보기는 했는데,

너무 서둘러서 따라와서인지 아직은 엉망이다. 눈썹과 눈 그리고 코와 입을 그리는 것도

연습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고, 음영은 아직까지 묘연하기만 하다. 이 남자의 뒷모습을

그려보시오, 이 여자의 앞모습을 그려보시오 파트는 손도 대지 못한 상태다. 좀 더 연습이

필요할 듯 하고, 좀 더 관찰하는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책을 만나서

즐거웠다.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은 그 순간 내가 연필을 쥐고 흰

공간에 무언가를 그려넣을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용기는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일단 연필을 손에 쥔 순간 그 연필 끝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거다.

그러니까 일단 연필을 드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연필을 잡는게

더 이상 무섭거나 망설여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절실하게

깨달았지만, 그것을 알게 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게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떤 교육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이제 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내 그림을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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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 -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마음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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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킬러에게 주어진 달콤하지만은 않은 휴식이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휴식이라고 해서

마냥 일에서 손을 놓는 건 아닌가 보다. 다만 킬러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않을 뿐.

그는 누군가를 보러 가고 있다. 추운 공기를 가르고 그 누군가를 발견하기 위해 연극을 보러

간다. 그가 찾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보는 순간 알 수

있다고 한다.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설명이 필요없이 알게 되는 인물이 대체로 그가 일하는

조직의 시선을 끌게 마련이었으니까. 그리하여 그는 연극을 본다. 주연인물 중에서 아는

얼굴은 없다. 포스터에도 그가 찾는 얼굴은 없었다. 이제 연극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침대를 덮고 있었던 시트가 걷혀지고, 그 아래 누워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그의

삶은 달라지게 된다. 제거된 유력 정치가의 숨겨진 딸이자 함께 학교를 다녔고, 어쩌면

그의 첫사랑인 그녀가 등장한다. 은경이...작가의 이전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못해서 알지

못했었는데, 은경이라는 인물이 그의 이전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 같다. 작가의 말에서

얼핏 언급되고 있다. 은경이는 이 책에서 크나큰 활약은 하는 것 같지 않으면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은경이는 소설 속의 연극에서 시체로 등장한다. 살아있는 존재로서

등장하지 않지만, 그 연극 속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이 소설에서도 은경의 무게감은

연극 속의 그 인물과 비슷하다. 은경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은경이가

없었더라면 이 이야기는 시작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막연하게 해본다.

은경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킬러를 열심히 뒤쫓게 된다. 그가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그가 어떤 의심을 하게 되는지, 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그런 결단을 내리게 되는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그의 심리상태는 어떠한지...열심히 열심히 쫓아가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중요한 또 한 명의 인물 조은수. 그들은 이 소설 전체를 가짜와 진짜를

교묘하게 섞어놓고, 거듭되는 은닉을 반복하며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간다.

숨겨져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진짜는 과연 무엇인지 그걸 쫓다보면 어느새 페이지를

훌쩍 넘어가 있다.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가끔씩 들었지만, 이 책의 장르를

감안하면 그런 의문을 잠시 접어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체코 여행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한다. 체코 여행에서의 감상과 은경이의 만남이 만들어낸

한 편의 소설. 체코의 풍경에 속지 말라는 작가의 말이 이 책 제목과 겹쳐지면서 강인한

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앞으로 체코 풍경은 냉동실에 있다고 생각하며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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