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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텐의 엘레오노르 - 중세 유럽을 지배한 매혹적인 여인
앨리슨 위어 지음, 곽재은 옮김 / 루비박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헨리 8세와 여인들', '엘리자베스 1세'라는 저서로 유명한 역사가이자 작가
앨리스 위어의 책이다. 대중 역사가라고도 불리우는 그녀가 이번 책에서는 엘레오노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완벽하게 생소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다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던
인물이어서 그런지 우선 그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궁금해졌었던 것같다.
거기서부터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아무래도 이 책의 소개글을 읽으면서부터였다.
'파란만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인생을 강단있게 살아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의 인생에 대해, 그녀가 살아갔던 그 시대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 들을 수 있다.
낯선 시대와 지역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보니 흥미를 느끼는 데 어렵지 않을까,
혹시나 지루해져서 페이지를 넘기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런데 전혀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참 잘 읽히는 책이었다.
왜 이 작가가 대중 역사가라고 불리웠는지, 그녀의 전작은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인 견해가 지배하는 그런 책도 아니었다.
가능한한 사료에 기반을 둔 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소설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 좋았다. 내가 읽은 역사책만 그럴까?
가끔 역사서라는 탈을 쓴 소설이 존재했고, 그런 책을 읽다보면 착잡해지곤 했었다.
가끔은 어이가 없기도 했고.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점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책이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오로지 주인공인 엘레오노르에 대해서만
집중하면 된다.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엘레오노르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여성에 비하면 단연코 두드러지는 인생을 살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자신의 고집을 관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던 사람이었던 듯 하다.
그 시대의 여성의 입지와 지위를 고려해봤을 때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위치를 가질 수 있었던 그녀는 운도 좋았던 편이었던 것 같다. 우선 아버지의 덕을
많이 보았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교육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었고, 최후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속녀의 지위까지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오래 살았다. 그녀에게는 열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그녀보다 오래 산 자녀는
단 2명 밖에 없었다. 오랜 인생을 살았다는 건 그만큼 인생을 찾아오는 기회도 많았다는 것이고
그 기회를 잡을만큼 지혜로워질 수 있었다는 게 아니었나 싶다.
그것을 증명할만큼 그녀는 시의적절하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만큼 지혜로웠고 강인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는 것만으로
그녀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녀는 똑똑했고 현명했다.
다가오는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위기에서 몸을 사리며 자신을 지킬 줄 알았다.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고 그 결론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녀의 두 남편보다 훨씬 오래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다보면 엘레오노르 그녀 자신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거다. 오히려 그녀의 두 남편과 권력을 쫓았던 그녀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건 알고있다.
과거의 역사가에게는 '아키텐의 엘레오노르'는 비중있게 다룰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기록에 남아있는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서 엘레오노르의 삶을
짐작해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에 대한 기록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만의 강인함을 알아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시대적인 한계와 시련과 고난에 결코 지지 않았던 그녀를
이 책을 펼치면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