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화 읽을 나이는 지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읽을 수 있는 동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무선) ㅣ 보름달문고 44
김려령 지음, 장경혜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4월

여러 해 전이지만 문학동네가 아니라 문밖동네에서 문학상을 받은 오명랑씨는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어제도 열심히 쓰고 있으며, 내일도 열심히 글을 쓸 것이지만  

가족들은 잠시잠깐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딴짓을 할 때만 벌컥 문을 열어보고 고개를 젓는다.  

화려하게 등단하면 그걸로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었으나,

세상일이 그렇게 마음 먹는대로 풀리지만은 않은지 때때로 연소득이 0원이기도 한 작가로서의  

삶을 나름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건만, 가족들의 눈에는 빈둥거리기만 하는 미래없는 인간으로  

보이기도 하나보다. 드디어 일을 하면서 글을 쓰라는 잔소리를 듣고 오명랑 작가는 결심한다.  

'이야기 듣기 교실'을 개업하기로...!

본업을 살리고, 일을 한다는 명목하에 가족들에게 으스댈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었겠지만 불안함은 있었는지 광고지에 첫달은 무료라고 적어놓았다.  

그리하여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오는 게 아닌가 내심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었지만, 쌩뚱맞은 전화들만 걸려온다. 웅변 교실인가요, 논술 교실인가요...

그런 전화를 몇 차례 정도 받고나서 드디어 첫 수업 시간이 되었다.  

구름떼처럼 몰려들 것 같았는데, 정작 모인 사람은 단 세 명의 어린이.  

그것도 두 명은 그냥 따라온 게 분명하다. 그래도 수업을 접을 수는 없기에,  

오명랑 작가는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가 한 아이에게 후진 출판사에서 이름도 없는 상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문섞인 질문을 받고 버럭하기도 한다. 그리고 앞으로 시시때때로 그 아이에게 딱밤을 날릴  

기회를 엿보게 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는 오명랑 작가가 앞으로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건널목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가끔씩 오명랑 작가가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가끔 화도 내고 발끈한다.  

그런 걸 보면 생판 남의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만들어낸 스토리를 그때 그때 들려주는 건  

아닌가 보다. 그리고 그 이야기와 오명랑 작가의 관계는 책의 끝머리 즈음에 밝혀지게 된다.

건널목 아저씨는 아직 건너목이 생기지 않아서 위험한 통학길을 아이들을 위해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은 독특한 방식으로.  

건널목을 만들어버리니까 말이다. 건널목을 어떻게 만드냐하면...

그 아저씨가 만드는 기적같은 감동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건너목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저씨가 어떤 감동을 만들어내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게다가 이 책을 읽으면 다 알 수 있으니까.

'완득이'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소설이다. 아직 '완득이'를 읽어보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 관심이 간다. 이 책을 읽은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찾아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동화를 읽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착한 이야기를 읽었다. 한동안 추리와 스릴러 소설에  

빠져들다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음이 참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이제 동화 읽을 나이는 지났어'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아직 그런 나이는 지나지 않았나보다.  

동화 꽤 재미있었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가끔은 동화를 읽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