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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씽킹 - 행동심리학이 파헤친 인간 내면에 관한 매혹적 통찰
해리 벡위드 지음, 이민주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앞으로 의심이 많아질 것 같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도록 이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런 태도로 사물을 관찰하고,
사람을 만날 때도 문득문득 책 속의 한 구절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만큼 무척 강인한 인상을 준 책이었고,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단연 흥미로웠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우리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책이고,
우리가 별다른 사고 과정없이 저지르고 있는 실수같은 행태들을 꼬집어내 주기도 한다.
아주 비합리적이고 이성이라고는 땅바닥에 팽개친 것 같은 결정들이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빈번하고 자연스럽게 선택되어진 것이라면 누가 믿겠는가?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러한 수긍의 과정이 찾아온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우선은 재미있지만 다음 순간
뜨끔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는 사례들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니까.
스스로가 정보를 수집하고 의사를 결정했다고 믿었지만, 그 믿음은 튼튼한 토대를
갖고 있지 못했다. 내가 내린 결정과 선택의 배후에 숨어있는 많은 것들은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그것들에게 휘둘려서 많은 것들을
별다른 고민이나 생각없이 수행하고 있었다니,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조금 한심스럽기도한
복잡한 기분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시간은
신기함과 놀라움과 흥미로움이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왜 비교적 짧은 복잡한 기분이 장악한 시간이 강렬한 걸까.
책장을 덮고나서 지배적이었던 건 다름이 아닌 스스로의 결정 대한 의심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다시 한번 씁쓸해졌다.
대충대충, 슬렁슬렁, 좋은 게 좋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매의 눈으로 관찰하고,
예민하게 일이 되어가는 상황이나 사태를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또다시 익숙함이라는
굴레 속으로 걸어들어 갈 수 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주변의
일상적인 거의 모든 것이 약간은 새롭게 보인다.
익숙함이라는 게 마냥 친숙하거나 특별한 의식없이 지나쳐버릴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좀 더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무언가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쉽고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읽는 사람을 설득해버린다. 나만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고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자체는 의심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그런거야?', '진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놀람과 감탄 그리고 신기함으로
도배되었던 독서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