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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내가 무언가를 배운 유일한 심리학자라고 이야기했고, 아인슈타인이 도스토옙스키는 어떤 과학자들보다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고 이야기한 도스토옙스키. 그에 대한 일화를 보면, 1849년 12월 수도 페테르부르크의 광장에서 처형 직전의 회고는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살 수 있다면 삶의 단 1초도 낭비하지 않을 텐데."
아주 훈훈하게 끝이 난다. 극적으로 황제의 특사가 난입하며, 죽음을 면하게 되면서 희대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그런데, 중요한 건 다음이다. 원고료의 대부분을 도박장에서 날리는 등의 일화를 저자는 소개한다. 색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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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에 대해선 다소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들려준다. 베이징에 아버지와 함께 가서 중국 최고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그가 발표한 시는 "내가 태어난 곳은 촌스럽고 미개한 나라 / 여러분과 비교하니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라고 한다. 2016년 영화와 한 고위 간부가 이야기한 민중은 개, 돼지 라는 발언과 다를 바 없다.
트럼프와 와튼 스쿨 동문의 대선 후보의 이야기를 다소 익살스럽게 표현하기도 한다. 와튼 스쿨은 펜실베니아 대학 경영대학원을 의미하는데,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과도 정상을 다투는 곳이다. 그 곳에서는 두 명의 대통령은 배출했는데, 한 명은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과 트럼프라는 것이다.
여하튼 역사를 잊지 않고, 통합적으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며, 학연, 지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권력에 대한 견제를 국민은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3
주취감형. 가해자인 짐승들만 우대하는 판결에 대해, 저자는 인문 교양의 부족함을 든다. 전공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게 한 가지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은 어린 아이도 할 수 있지 않느냐? 라는 질문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싸하다. 원인과 결과를 알려주면 다 알지 않냐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사의 판결에 대해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판례 중심을 따르기 때문이라는 반박을 듣기는 하지만, 납득이 안 가는 판결도 많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1) 라면 한 봉지를 훔친 절도범->3년 6개월
2) 아동 성 착취물 22만 개를 사이트에 올린 범죄자->1년 6개월
3) 횡단보도를 건너던 10대 여고생을 치어 죽인 만취 운전자->3년
독일, 미국, 영국은 주취감형이 없고, 독일(대륙법)은 음주는 책임을 회피하는 이유가 아닌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라고 생각한다. 음주가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건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술 취한 상태로 성폭력을 저지른 수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만 5천명이라니 엄청난 숫자다.
범죄보다 더 범죄적인 판결을 나는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라는 16세기 철학자의 말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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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능력
그래서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능력
심지어 기존 진리 주장까지도 회의할 수 있는 능력
결국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p.143)
말 그대로 조금은 삐딱하고, 조금은 까칠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저자는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사고는 올바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까칠하고 삐딱함은 그의 사고가 그런 것이 아니라 잘못된 역사관 혹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 우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던 내용을 저자는 쉽게 들려준다.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엿보고 싶은 분들은 이 책을 접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