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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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영화 살아있다를 봤다. 유아인은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고립되어 데이터, 와이파이 등 세상과도 단절된 상황 속에서 건너편 아파트에서 건너편에 사는 박신혜를 만나게 되며 한줄기의 빛을 바라보는 내용이었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그런데 살아남는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좀비들 사이에서 분명 살아있다. 그러나 그들은 살아있지 못 했다. 숨을 쉰다는 것 그 자체가 산다는 건 많은 철학자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지구상의 여러 생명체를 통해서 저자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들려준다.

시공간의 현재성에 집중하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겐 삶을 살아가는 기본 원칙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이다(p.56). 다만, 인간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10년 뒤 결혼을 위해 의식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단계를 밟는 생물은 인간 외에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특정 전문직이 되겠다고 장래 희망을 정하고 유년기부터 장년기까지의 목표를 계획표에 촘촘히 새겨놓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면, 눈앞에 보이지 않는 일일지라도 예견함을 주장한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월동지로 방향을 맞춰 이주하는 철새, 들판 저편에 핀 특정한 꽃을 기억하고 날아가는 벌 등의 예를 들어가면서. 아. 진로 강의에서 인생 로드맵을 그려보라고 이야기한 내가 한스러운 대목이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 들려줘야 할까란 고민이 많이 드는 부분이었다.

뒤쳐지길 싫어하는 마음 속에 학업, 취업, 결혼, 출산, 노후 대비까지 결국 상대적인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얼마 전 선배에게 경제 관념이 부족하다고 혼쭐이 났다. 정직하게만 사는 게 미덕이 아닌 세상이란 생각도 들면서 돈을 어떻게 굴릴 건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함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참 어려운 듯 하다.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한 부분과 함께 생존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나에겐 참 힘들기도 하다.

책 뒷 편으로 보이는 식물은 다양한 식물이 섞여 산다. 책을 읽고 난 후 식물의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뭉쳐둔 것에 대한 미안함이 든다. 원예 치료를 학생을 데리고 다녀온 아내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인데, 이때 들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식물마다 물이 더 필요한 녀석 혹은 덜 필요한 녀석이 있는데, 이렇게 한 군데 두면 서로 조율하며 공존하는 삶을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배운 것과 상통하는 이야기다.

코로나-19 로 인해 우리의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저자는 코로나-19의 원흉이라고 불리는 박쥐에 대한 견해도 들려준다. 박쥐는 자신을 숙주로 삼은 바이러스와 오랫동안 공존에 성공한 죄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살던 녀석을 데리고 나온 죄는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p.s 중간 중간 그려진 그림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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