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
평화가 위협당하는 듯할 때, 우리는 전쟁의 부끄러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으로부터 우리가 안전해진 듯할 떄, 우리는 평화의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입니다(p.19).
나의 다른 편지는 믿지 마시오. 모든 것이 설명하기가 너무 얼벼고 너무나 모순되어 있다. 나는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인생이 이해하기에 얼마나 어려운가를 내가 알았고, 내 자신을 이해하기가 너무나 복잡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p.41).
전쟁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세계 대전 당시 많은 나라의 민중이 전화에 휩쓸리고 도탄에 빠져 비극에 빠졌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일본어를 아무 잘 하셨다. 어머니께 여쭈니 외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시절을 겪었던 것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고 한다.
또 한 가지는 전라도에서 오랜 시간 살았던 장모님의 이야기다. 17년 택시 운전사란 영화가 나와서 일흔이 넘은 장모님이 보고 싶어하셔서 함께 보러 갔었다. 영화가 끝나고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하며 몇 가지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타국과의 전쟁이 아님에도 무서운 세상을 경험하며 당시 쫓기던 청년을 잠시나마 집에 머물게 했던 이야기를 하셨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생텍쥐페리는 떡갈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바로 그 나무 그늘에서 쉴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이 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읽고 기술했기에 출처는 정확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이 아닌 후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1940
과거의 사건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헤매는 돌과 같다. 사람들은 그것을 움직일 수도 없으며, 그것을 뚫고 나갈 수도 없다(p.58).
자유만이 인간의 사고방식을 전진하게 한다(p.78)
이 시기에 생텍쥐페리는 8월에 제대를 당하게 된다. 여러 가지로 힘든 시기였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1월에 쓴 편지에는 "나는 나의 새 생활에 구역질이 난다. 이 중앙난방, 거울이 달린 옷장, 이 반쯤의 호화스러움, 이 중산층의 생활이, 단지 지금 조금씩 조금씩 나는 내가 얼마나 오르콩트를 종하했는지 발견하고 있다. (중략) 그리고 사람은 심각하게 만들었던 3만 5천 피트가 있었다."고 작성하였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어머니가 못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답답함도 잘 드러난다.
나는 그러고보면 참 살갑지 않은 아들이였던 거 같다. 결혼을 하고도 연락이 드문 나에게 어머니는 "너는 어미 생각도 안 나냐? 나는 항상 우리 엄마를 생각하며 출근하고 했는데.. 너는 어쩜 그러냐?"라고 하시면 서운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 외할머니를 여의고도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1941
1941년 생텍쥐페리는 아라로의 비행과 사막의 지혜를 썼던 시기이며, 안데르센을 읽으며 어린 왕자에 대해 생각(p.89)했음이 드러난다. 생텍쥐페리는 오해를 싫어하는 성격이였다(p.89).
특히 젊은 청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p.110)는 그의 사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한 사람은 나라와 직업과 문명과 종교의 일원입니다. 한 사람은 그냥 인간이 아닙니다. 성당은 돌로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돌로 된 것입니다. 하지만 성당은 그 돌을 고귀하게 합니다. 그 돌은 성당의 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방법으로 여러분도 한 사람이 단지 형제가 아니라 무엇에 있어서 형제이기 때문에 형제애가 여러분보다 더 큰 어떤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로간의 유대감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p.112).
오해를 싫어하는 성격이 나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의 만남 후 자신의 의도를 분명히 하기 위해 편지를 쓴 대목은 참 피곤한 성격이였겠구나라는 것이였다. "오늘 저녁 갑자기 핵심에서 옆으로 빗나간 대화를 정정하고 싶네"라는 구절로 편지가 시작될 정도로 생텍쥐페리는 다소 완벽주의적 성향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청년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의 시대에도 큰 의미가 된다. 인간주의적 관점과 함께 공동체적 관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글귀라고 나는 생각한다. 온난화, 기상 악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한 나라가 아닌 세계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편협적 사고로 각국의 이득만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 지는 뻔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1942
삶은 우리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용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것은 사고의 형태를 비난하는 데에 항거하는 것입니다(p.138).
나는 왜 내가 나치주의자를 싫어하는가를 알고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나치즘이 인간관계의 질을 파괴하기 때문이다(p.137).
앞문장만 살펴보았을 때, 사랑에 대한 글귀가 떠오른다. 쟁취하기 위해 용기를 해야 한다는. 그러고보면 아내와의 만남도 용기였던 거 같다. 가진 것 없고 불안하던 시기에 한 사람을 책임질 수 있을까란 고민을 정리하기는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서로의 마음으로만 모든 것을 결정하기엔 우리는 이미 어른이였던 것이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러 조언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의 마음을 가지기로 결정을 했었다. 지금도 아내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인간주의의 관점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생텍쥐페리는 누구보다도 인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드러나는 구절이다. 1943의 한 구절에서도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그릇된 사상으로 인해 생명의 존귀함을 헤치는 행위를 누구보다도 싫어했을 것이다.
1943
모든 것이 특수한 뜻을 갖게 된다. 각각의 별은 진정한 방향을 제시한다(p.150).
전쟁이 끝난 후에는 유럽과 세계의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들 각자는 모두 우리 문명에 대한 책임이 있다. 현재 나의 희망은 무엇인가?(p.165)
사람은 관념을 위해 죽지는 않으나 물질을 위해서는 죽는다. 사람은 근본적인 생존을 위해서 죽는다(p.208).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한 사상자가 떠오른다. 그는 SGI 명예회장인 이케다 다이사쿠이다. 생명의 존엄을 불법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깊이가 놀랍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분 중 한 명이다. 청춘 시절 그의 책을 통해서 나의 사상의 기반을 쌓았던 거 같다. 대학생 시절 철학에 목말라 목사님과 한 학기 동안 대화도 나누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철학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올바른 삶에 대해서 한참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 때 기억에 남는 구절은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기 마라"는 SGI 명예회장의 글귀가 들어왔었다. 정확한 출처를 남기고 싶어 검색해보니 유사한 문구가 참 많다.
아무튼 생텍쥐페리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다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당장 지금만 해도 코로나19를 위해서 모든 나라가 마음을 하나로 합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1944
이제까지 3주일 동안 나는 어린 왕자를 위한 영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었지(p.262).
문득 어린 왕자가 다시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다.
지금은 전업으로 하진 않지만, 심리 상담을 종종 한다. 얼마 전 한 내담자가 아내의 화난 마음을 푸는 방법을 모르겠다며 상담을 원했다. 상황은 꼬일대로 꼬여있지만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이야기를 전했다. 무엇을 할 지 몰랐던 상황이였던지라 방법을 알아서 기뻐하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야기는 잘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묻진 않았다. 다시 내가 필요할 때가 되면 찾아오겠지란 생각이 든다.
다른 나는 해 지는 풍경이 좋아. 구경하러 가자. 그렇지만 기다려야 해.
뭘 기다려?
해가 지길 기다려야 한단 말이야.
나이가 들수록 기다림에 익숙해진다. 떄로는 기다리다 지칠 때도 있고 서운할 때도 있다. 담당하는 학생들이 단체 사진 찍으러 같이 가자고 말 한 마디 없는 게 속상할 때도 있으면서도 그냥 기다린다.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은 나무와도 같은 듯 하다. 움직이고 싶어서 행여나 다시 돌아올까봐 떠나지 못 하는 마음처럼.
죽음에 대하여 란 웹툰을 감명깊게 읽어서 3권짜리 만화책을 샀다. 그 곳에서 노부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 뒤에 또 다른 세계에서 반려자가 오길 기다리는 모습에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그 장면을 회상하며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고여버린다.
아내.. 그리고 가족들과 얼마만큼의 시간을 더 함께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상 속에서 매일의 특별함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 부모님께도 문득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 책은 1939에서 1944까지의 기록이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던 점에서 의미가 있었던 책이다. 아래는 한 번쯤 봤을 문구일 것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