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UT 일본근대백년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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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리적 이점은 상당하다. 현대 운송은 육상에 비해 해상이 물류 비용을 30~70%까지 절감 할 수 있다. 해상 운송은 '항공'이나 '육상'에 비해 대규모 운송이 가능하다. 또한 연료 소비도 상대적으로 적다. 동쪽으로 '미국'과 맞닿아 있지만 과거에는 '하와이'라는 거점이 없다면 꽤 먼 거리였고 지구 자전으로 인해 동쪽으로 부는 바람의 도움으로 나가기는 쉽고, 반대로 들어가기는 어려운 지리적 위치를 갖는다.

지리적으로 동쪽으로 나르기가 굉장히 수월하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해상교역은 동에서 서쪽으로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세계 주요 무역항을 보유하고 있고 국제 물류 네트워크에 수월하게 연결될 수 있었다.

특히 철강이나 자동차, 전자제품과 같은 물품이 대량으로 미국에 나가기 쉽고 안보적으로 꽤 유리한 위치에 있어 '국방비 지출'을 절약 할 수 있다.

반도에 비해 나가긴 쉽고 들오기 어려운 곳이라 내부에서 쉽게 힘을 비축할 수 있었고 내부적 준비가 완료될 때 비로소 일방적으로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

일본의 이러한 지리적 이점은 역사에서도 고스란히 발견되는데 고려가 몽고의 침략에 점령됐을 당시에도 일본은 '카미카제(바람의 신)'에 의해 몽골 침략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처럼 일본은 바람과 바다라는 자연적 장벽을 통해 외세의 침입을 방어할 수 있었고, 이는 일본이 독자적인 문화의 정치 체계를 유지하며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무역의 경로가 '육상'에서 '해상'으로 넘어온 중세 이후부터 일본의 발전은 다른 동양의 국가를 넘어서기 시작한다. 육상 경로의 시대에 언제나 '변방'이자, '비문명'을 유지하던 일본이라는 국가는 '유럽'과 직접 연결되는 '해상경로'를 얻게 됐다. 16~17세기에는 네덜란드나 포르투칼로부터 '후추'를 비롯한 값비싼 향신료를 직접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다시 조선에 적게는 수 배에서 많게는 수 십배에 판매 했다. 같은 시기 조선은 '청나라'를 거치는 육상 교역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일본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본의 역사는 이처럼 '무역이 번영'하면서 성장한다. 일본은 근대가 되면서 단순 무역 중계국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자국 내 산업 발전과 해양 기술을 급격히 성장시킨다. 특히 에도 시대의 안정된 정치적 구조와 나가사키와 같은 무역항을 중심으로 한 체계적인 무역 관리가 일본의 경제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일본은 서구와의 무역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고 이를 자국 산업에 재투자하면서 근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유럽의 선진 기술과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자국의 전통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일본이 단순히 수입국에 그친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독립적인 경제와 문화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런 전략은 이후 메이지 유신으로 이어지며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의 토대가 됐다.

하광용 작가는 일본의 이런 근대화의 독특성을 조명한다. 일본은 서양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이를 일본화하여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했다. 문학과 예술, 교육 분야에서 이러한 양면성이 모두 보여졌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서 데려간 도자기공을 보며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한 억하심정을 가지지만 사실 왜에 갔던 많은 도자기공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으려 했다는 점을 보면 그들의 대우가 크게 나쁘지 았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도자기'를 수출하여 무역을 하던 일본과 '무역'에 '사형'이라는 강한 처벌을 둔 조선의 차이는 어찌보면 단순한 정치가 아니라 '지리적 차이'가 만들어낸 역사적 차이일지 모른다. 일본근대백년은 미래의 우리와 일본을 알 수 있도록 일본 근대 100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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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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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비효과'와 비슷하고 '인터스텔라'가 떠오르기도 하면서, '세븐틴 어게인'이라는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도 떠오르는 매우 매력적인 소설이다.

사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서점 구경'을 갔을 때, 항상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책이다. 무의식적으로 '베스트셀러'를 외면하다보니 항상 제목만 익숙하고 내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제목은 어쩐지 '청소년 판타지 소설'일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다만 분명 그렇지 않다. 만약 같은 이유로 이 도서를 외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일독'해보기를 권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윌라2.0'을 가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소설을 '오디오북'으로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윌라'와 '인플루엔셜'이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적잖다. 이 둘은 같은 같은 회사이기에 혹여 해당 출판사 출판물을 구매하면 '윌라'에 오디오북도 있는지 확인하고 병독하는 것도 추천한다.

소설은 인상이 엉망이된 한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성은 자신을 둘러싼 관계가 모두 엉망이 됐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산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수영을 배웠으나 그만 두었고, 밴드 활동을 했었으나 하지 않았다. 그 밖에 다양한 생각과 선택을 하며 살아온 일반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포기했던 여러 선택들에 대한 후회를 가지고 '죽음'에 다가간다. 그리고 자정에 가까워진 어느즈음, 그는 엄청나게 많은 책이 꽂혀 있는 '도서관'으로 가게 된다.

거기에는 자신이 포기했던 삶에 대한 책들이 빼곡하다. 그 여러권의 책은 그녀가 포기했던 '가능성'들이다.

여러 책 중 하나를 꺼내 읽으면 해당 '우주'로 빨려 들어간다.

그렇다. 해당 우주로 빨려 들어간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우리는 다중 우주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우주는 무한대로 쪼개진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마다 하나의 우주가 된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소재의 소설이다.

주인공 '로라'는 아주 성공한 수영선수가 되거나, 세계적인 락스타가 되기도 하고, 남극에서 빙하를 관찰하는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아내가 되기도 한다. 로라는 도서관에서 여러 가능성을 희망하며 이 책과 저 책을 꺼내 본다. 자신의 삶에서 했던 여러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어떤 변화를 갖게 됐는지 매순간 관찰한다.

만약 그때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만약 그때 오빠의 말을 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가.

만약 그때 조금만 더 참고 일을 진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가.

그 모든 가능성이 '도서관'에 가능성으로 정리되어 있고 로라는 하나씩 꺼내면 그 삶을 체험한다. 그리고 점차 후회와 불만을 넘어 현재의 삶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워간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탄생(B_Birth)와 죽음(D_Death)사이에 선택(C_Choice)이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비록 그것이 사소한 선택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나간다. 즉 우리의 선택은 '우주창조'의 다른 방식이다. 소설속 '로라'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꽤 만족한 '결과'를 선택하기로 한다. 다만 자신의 삶이 행복하게 되면서,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이 범죄자가 되어 불운을 맞이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아주 작은 나비효과가 자신을 비록한 주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의 방향이 바뀌기로 나만큼 다양한 사람도 적잖다. 나는 '연구실험실'에서 20대 초반에 시간을 보냈었고, 해외에서 유학을 했으며, 현지 취업을 하고 관리자로 일했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수출사업을 진행하거나, 꽤 적잖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흥미롭게도 출간도 진행했다. 더 많은 일들이 왔다가 스쳐 갔지만 가끔 만약 내가 '그 일을 계속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과연 그렇다.

인생은 B와 D사이에 C이며 지금 이순간도 우리는 무수한 우주를 창조해 나가며 스스로의 최선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얼마나 황홀한 일인가.

얼마전부터 '하루 관찰일기'를 쓰고 있다. 하루를 제3의 시선으로 관찰하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고 평점을 내리듯, 하루를 관찰하고 평점을 내린다. 그리고 거기에 한줄평을 내린다.

명작을 기다리는 관객의 입장이면서, 다음회에는 직접 연출과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 그 흥미로운 일을 하면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 한번 더 '재독'해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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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뇌과학 -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 쓸모 많은 뇌과학 5
가와시마 류타 지음, 황미숙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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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독'이라는 활동만으로도 뇌의 기억력은 좋아진다.

만 48세 그룹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으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 첫 일주일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2주부터는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대략 4주가 지난 뒤부터는 만 37세 그룹을 뛰어넘는 성적으로 열 살 이상 젊은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아졌다. 묵독도 물론 좋은 독서법이지만 '음독'하는 습관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내가 사랑하는 '키스 휴스턴'의 '책의책'을 보면 인간의 문해력이 어떻게 사회 변화를 만들었는지 말하는 극단적인 예시가 나온다.

과거 중세 시대 귀족들은 책과 관련된 작업을 하인들에게 부탁하곤 했다. 심지어 귀족들 중에는 글을 읽는 문맹도 많았다. 이들은 사교모임을 위해, 종교 서적이나 문학 작품들을 읽었어야 했는데 그런 이유로 자신의 하인들에게 글을 읽어 달라고 했다. 심지어 그들은 자신의 책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하인'의 '손글씨'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하인들은 '문해력'이 높아져서 전문직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이들의 일부는 사회의 지식 계급이 됐다. 필사에 능숙했던 하인들은 '수도원'이나 '성당' 혹은 '상업 문서 작업'을 위한 '회사'에 고용되었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다소 높아졌다.

유럽 중세 후반으로 가면 도시와 상업 활동이 많아지면서 문서 작성이나 읽기가 필요한 직업들이 늘었는데, 이때 문해력을 가진 하인들은 귀족의 집을 떠나 도시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는 직업으로 이동했다.

하층 계급에서 문해력으로 지위 상승이 일어난 이후, 많은 이들이 자녀를 교육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와 맞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부 귀족들은 문맹이기도 했다. 이들은 '문해력'있는 하인을 고용하여 문서를 작성하거나 재산을 관리하곤 했는데 이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처한 이들도 적잖았다. 하인이나 서기관의 능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문맹 귀족들은 왜곡된 정보와 잘못된 문서에 의해 권력과 재산을 유지하는데 영향을 받았다. 일부 하인은 재산 문제를 악용하기도 했고 중요 정보를 조작하기도 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영지와 재산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글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신분을 올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한 셈이다. 중세 하인들은 귀족을 위해 책을 읽거나 필사했다. 이는 '유전자'와 상관 없는 '반복적인 언어 활동'이다. 이 활동을 강제하기만 해도 뇌의 신경망은 새롭게 형성되고 강화된다. 가령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는 과정은 '해마'와 같은 뇌영역을 활성화한다. 이는 기억력과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며 뇌의 물리적 구조 자체를 바뀌게 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신경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 강도가 바뀌면서 신경 연결이 생성되는 것이다.

문해력을 갖추기 시작한 하인들은 필사와 독서와 같은 반복 학습을 통해 집중력과 어휘력이 길러지고 이긋이 전문직으로 지위 상승을 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 뇌과학에서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음독'이나 '필사'와 같은 활동에 대한 중요성을 말한다. 이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뇌의 신경가소성을 촉진한다.

물론 유튜브나 인터넷강의, TV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정보는 단순 투입량만 쉽고 빠르게 늘어나는데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가 분명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하도록 돕는 기계이지만 꾸준히 걸어야 하는 이유는 기초체력이 건강해야 그 '차량 이용'을 건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먹을 수 있는 양은 한정된 사람에게 무지막지한 음식을 쉽고 빠르게 집어 넣는 행위와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투입되는 정보량이 아니라 그것을 소화하는 소화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책은 다른 현대 매체에 비해 가장 느리고 지루한 정보 소화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원래 기술이 비해 진화는 아주 느리며 '근육과 같은 단백질'의 변화는 독서 행위처럼 느리고 점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참고로 책은 전자책으로 책을 보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말하고 있었지만... 이를 아이패드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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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
로빈 노우드 지음, 문수경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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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는 인간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무의식'을 탐구한다.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된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결정 짓는다고 봤다.

'로빈 노우드'의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프로이트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이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심리는 무엇 때문일까.

'로빈 노우드'는 이것이 단순 '나쁜남자'가 가진 '매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자가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무의식적 욕구와 관련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적 패턴을 성인기의 관계에서도 반복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사랑이 불안정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갈망을 갖는다. 나쁜 남자의 여자를 대하는 '애매한 태도'는 이 갈망을 자극한다. 그의 무심한 핸동 뒤에 감춰진 작은 따듯함이 마치 어린 시절에 간신히 받았던 관심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로빈 노우드는 이런 심리를 책 전반에 둔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여성들은 자신이 사랑 받을 자격이 있고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노력은 때로 자신을 파괴하는 '집착'으로 이어진다.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 상대가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를 떠나지 못한다. '나쁜 남자'가 자신에게만 한없이 '착해질 어느 순간'을 믿으며 일방적 관계를 잇다가 결국 자신조차 잃어버린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 첫째는 자신의 무의식을 인지하는 하는 것이다. 나쁜 남자와의 관게는 단순한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익숙했던 과거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둘째는 자기 돌봄이다. 관계에서 상대의 사랑에 매달리기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 프로이트의 이론을 비리자면, 무의식에 의해 휘둘리던 삶을 의식적으로 다룰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나쁜남자'를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나쁘다'는 가치판다은 상당히 상대적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사랑을 왜곡시킨 스스로가 가진 심리적 뿌리를 직면하도록 돕는다.

'노우드'는 말한다. '사랑은 고통이 아니라 성장이어야 한다.'

관계에서 주는 것과 희생하는 것은 다르다. 어떤 것은 '내주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희생'이라면 '내줄수록' 스스로 잃어버리는 것이다. 고로 자신을 잃으면서까지 상대에게 매달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결핍에 대한 욕구다.

책을 덮고 생각해본다. 사랑은 상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방향이 자신에게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이전에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데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는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직면하도록 돕는다.

사실 이책은 2,30대 한창 연애를 할 젊은 여성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어쩌다가 나처럼 이미 흰머리가 스믈스믈 올라오는 아저씨에게 와서 읽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읽다보면 '성별'과 '나이'에 상관 없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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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그늘
고광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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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생존자 '하봉자'의 관점에서 미군 하지스의 내적 갈등이 교차로 묘사된다. 이는 단순 역사적 서술이 아니라 사건에 연류된 인물들의 다양한 관점을 느끼게 해준다.

소설 '붉은 그늘'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를 비롯한 모두의 역할을 묻는다. 최근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더 적나라하게 소설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총'이나 '군인'은 '끔찍함'보다 '추억'에 가깝다. '군대'하면 먼저 떠올리는 일이 20대 청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 군입대를 하며 비슷한 나이의 병사들과 '적잖은 추억'을 쌓은 일이 '군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다만 며 칠전 국회로 무장 군인이 투입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됐다.

'계엄군 투입'이라는 '교과서'에서 보던 사건을 실제로 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을 사느라 '과거'를 잊곤 한다. '군인'이라는 말이 '추억'이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소설로 혹은 짧지만 하루의 계엄으로 느꼈다.

고광률 작가의 붉은 그늘은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을 그린다. 이 사건을 통해 집단 폭력과 책임을 묻는다. 소설 속 하지스는 군인의 명령과 인간으로써 양심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그의 내적 독백이 비극의 본질을 직시하게 만든다.

하지스는 아이들을 겨냥하라는 명령을 받고 총구를 망설임없이 내렸다. 그 장면과아이들의 울음소리, 하지스의 내적 독백이 교차한다. 양심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 이 장면은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의 역할과 인간으로써의 도덕적 책임 사이의 대립을 보여준다. 시민을 마주한 젊은 계엄군의 심리 상태도 이와 비슷했을까.

민주화 운동을 그리는 영화를 보면 시민과 군인들이 대립 초기에는 '인간다움'이 드러난다. '군인'들은 '시민'을 '삼촌', '부모', '형'처럼 생각하고 마찬가지로 '시민'들도 '군인'을 '동생', '아들', '조카'처럼 여긴다. 다만 사건이 점차 격해지며 전혀 공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개체'로써 존재하게 된다.

우리는 짧은 계엄으로 잊혀졌던 과거를 강제 소환 당한다. 실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계엄'이라는 사실을 뉴스로 전해 들었다. 모두는 '수동적 방관자'에 지나지 않았다. 소설을 읽다가 내려 놓은 나또한 '실제'를 바라보며, '소설'을 떠올리던 방관자 중 하나다. 유튜브 스트리밍 채팅에는 '내일 학교 가야 하나요?' 혹은 '출근하기 싫다'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우리가 1950년 비극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갔을가.

명령을 따르는 군인이든, 침묵하는 시민이든,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역사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고광률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군인 하지스의 내적 갈등은 단순한 개인의 고민이 아니라 '인간 본질적인 질문'이다. 폭력 현장에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폭력은 누군가의 방관 속에서 자란다. 그 방관자가 어쩌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고 계엄 사실을 듣고 잠못 이루진 않았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이를 해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다. 실제 계엄은 해지가 됐고 계엄군 중 일부가 '의원'의 '국회 참석'을 묵인했다는 사실을 보며 소설속 '군인'의 내적 갈등이 떠올랐다.

대통령 계엄이 해지되고 사회는 말한다. 사회가 성숙한 관료주의가 되면서 리더 한 사람의 부재나 이탈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대의민주주의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방관과 침묵에 의해 제도조차 무력하게 되는 일을 막는 것이다. 바로 '관심'이다. 얼마전 벨기에는 무정부 상태로 500일을 지냈다. 그 동안 평화롭게 국가가 운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안, 대한민국에서도 대통령 자리가 공석이 됐었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문제없이 국정운영되었다.

이런 성숙한 '제도'를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극이 이땅에 있었는가. 소설은 잊고 있던 과거를 상기시킴으로서 지금의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감사함을 갖도록 한다. 어쩌면 이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순기능일지 모른다. 책은 612쪽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몰입도가 높아서 빠르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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